[정부광고법 2년 진단 ①] ‘언론지원법’ 돼버렸다
[정부광고법 2년 진단 ①] ‘언론지원법’ 돼버렸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12.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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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산업 파이 가져간 언론재단
…언론 관점 국회 질타 속 실종된 업계 목소리
10억원 이상 프로젝트에만 수수료 배분…중소회사는 고사
“정부가 만든 통행세” 실질적 업무는 에이전시 몫
정부광고법이 시행 2년을 맞이했지만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광고법이 시행 2년을 맞이했지만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지난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광고법(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광고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이 공공기관 광고업무대행을 일임받게 된 데다, 그 대가로 받는 10%의 수수료가 과하니 이를 낮추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언론재단의 독점 대행 구조는 방송·통신 매체에 주어지는 정부광고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맡기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8월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협찬고지를 정부광고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제작에 필요한 경비·물품 등을 제공받고 협찬주 명칭을 명시하는 협찬고지 문제는 주로 방송사들에서 나오는 불만이다.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정부협찬고지의 경우 방송사들의 노력에 따라 수주가 결정되는 구조로 언론재단의 역할이 미미함에도 대행수수료를 지불하는 상황”이라는 이 의원의 발언이 이를 대변한다.

지난 3월엔 신문협회가 언론재단에서 수탁 중인 수수료 소유권과 운영 투명성을 문제 삼으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3% 선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것과 수수료 수입의 전액을 언론진흥을 위해 쓰라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신문협회도 언론재단 ‘정부광고 대행’ 불만

시행한 지 불과 2년 남짓된 정부광고법에 호된 질타와 정치권의 손질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같은 치열한 논의 속에서 실종된 주체가 있다.

바로 기존에 정부광고 시장에서 매체대행 수수료로 수익을 내던 민간 PR·광고회사들이다. 법 시행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핵심 이해관계자이나, 현재 진행되는 논의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수수료 배분합니다 “단 10억원 이상만”

정부광고법은 지난 2018년 5월28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를 통과해 6개월만에 문화체육관광부서 시행령이 뚝딱 만들어져 같은해 12월 13일 발효된 법안이다. 정부광고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모든 광고는 지정된 단일기구을 통해 집행되도록 한 제도다. 문체부의 시행령에 의해 언론재단이 단일 수탁기관으로 지정됐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광고’라는 것을 하는 게 맞냐는 문제를 놓고는 학자들마다 이견이 갈리지만, 적어도 민간기업들은 공공기관의 홍보 용역을 중심으로 하나의 산업을 형성해왔다고 볼 수 있다.

언론재단이 떼어가는 10%의 매체 수수료 때문에 수익 구조에 직격탄을 입은 것도 바로 이 민간 PR·광고회사들이다. 기존에 매출과 수익을 뒷받침해주던 매체 수수료를 고스란히 언론재단에 넘겨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만든 정부광고법 관련 카드뉴스. 10%수수료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재단의 입장을 담아 제작해 일반에 알리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만든 정부광고법 관련 카드뉴스. 10%수수료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재단의 입장을 담아 제작해 일반에 알리고 있다.

정부기관에서 발주하는 홍보용역은 크게 제작비와 매체비로 나눌 수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특성상 예산을 아껴 써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보니 보통 제작비는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나마 가장 명확하게 가져올 수 있던 수익이 광고를 각 매체에 집행하고 그 대가로 받는 수수료인 매체비였다. 이전에도 국무총리훈령으로 언론재단에 10%의 수수료를 지불하곤 했지만, 전체 물량에 강제된 사안은 아니었다.

큰 프로젝트의 경우 언론재단을 통하지만, 그밖에 작은 프로젝트들은 민간 광고·PR회사들의 영역이었다. 광고 제작, 집행을 같이 가져가면서 작은 프로젝트 내에서 수익을 맞춰나갔다는 설명이다.

현재 언론재단은 거둬들인 수수료 10%를 민간 에이전시에 일정 비율로 배분하고 있기는 하다. 단 전제조건이 따른다.

매체비 1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에만 이 수익 배분이 이뤄진다. 30억원 규모면 에이전시와 언론재단이 각 7대 3, 10억원에서 20억원 규모면 6대 4다.

하지만, 이같은 혜택을 받을 수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나라장터에서 지난 1년 간(2019년 11월~2020년 10월) ‘홍보’를 키워드로 발주된 공공용역을 검색했을 때 나온 4979개 용역 중 단 17개만이 10억원 이상 규모 프로젝트였다.

홍보라는 키워드에만 한정된 검색이라 한계가 있지만, 그만큼 1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가 흔치 않을뿐더러 작은 회사들이 가져가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에이전시 대표 A씨는 “어차피 큰 회사들은 네임밸류가 있어 제작비도 제대로 챙겨받는다”며 “오히려 작은 프로젝트서 수수료를 챙겨줘야 소형회사들이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정부광고법의 직격탄을 맞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언론진흥재단의 수탁액은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이 김영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탁한 정부광고 수수료는 약 822억원, 정부 광고료는 9711억9500만원으로 약 1조원 가량이다. 취급액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한다면 국내 광고회사들과 순위를 따졌을 때 제일기획, 이노션, HS애드, 대홍기획에 이어 5위다. 1위 디지털미디어렙사 나스미디어와(2019년 1조원 돌파)도 비슷한 취급고다.

출처=김영식 의원실
출처=김영식 의원실

정부광고법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던 2016년 수수료 수입은 543억원으로, 당시 취급 광고료를 약 6100억원으로 추산한다면 3년 새 60% 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광고에 대한 언론재단의 독점적 대행 권한이 유지된다면 수탁액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광고 예산이 느는 추세고, 빈도도 늘어나면서 광고료 2조원 이상을 채우는 건 금방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이렇게 모인 수수료들이 어디에 쓰이냐는 것이다.

재주는 민간에서 부리고 돈은 언론으로?

정부광고법에서는 수수료 수익을 언론진흥을 위해 쓰도록 아예 못박고 있다. 제 10조3항에서는 수탁기관이 징수된 수수료를 ‘신문, 인터넷신문, 인터넷뉴스서비스, 뉴스통신 및 잡지의 진흥을 위한 지원’ ‘방송, 광고 진흥을 위한 지원’ ‘그 밖에 언론진흥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공용역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해온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지정한 독점 광고대행사가 중간에 들어오면서 매출과 수익 구조에 타격을 입고, 진행 과정에서 실질적 업무를 처리함에도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대번에 나온다.

매체사와 광고·PR회사를 아울러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게 ‘통행세’ 논란이다. 언론재단에서 매체대행 명목으로 실질적 역할 없이 수수료만 떼어간다는 비판이다.

업체 대표 B씨는 “정부가 대기업의 통행세를 비판하는데, 이건 정부가 만든 통행세”라며 “준정부기관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산업계가 가져갈 파이를 취했다”는 말로 지금의 현상을 해석했다.

언론재단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광고 전문 인력들을 많이 충원했지만, 처리해야 할 물량에 비해서는 여전히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언론재단 정부광고본부에 근무 중인 직원들은 90여명으로, 한해 처리해야 할 물량은 20만건 가량이다. 지난해 19만여건, 올해 9월 기준 13만여건이 언론진흥재단에서 처리한 광고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큰 예산이 들어가는 굵직한 플랜 외에는 결국 언론재단 내 인력 등의 한계로 에이전시에 실질적 업무가 돌아오게 된다.

또 다른 업체 대표 C씨는 “법안대로 하면 매체 집행은 재단이 하고 콘텐츠 제작은 에이전시가 하는 게 맞는데, 재단에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을 많이 뽑았다지만,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 부족하고 특히 온라인 소액광고 같은 경우 재단에서 일일이 다 집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예전에는 (언론재단에서) 저희에게 업무를 막 넘겼는데, 요즘은 예전처럼 막 다 넘기지는 않는다. 본인들도 팀을 짜고 일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자잘한 걸 챙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재단에 계신 분들도 (내가) 계산서 처리하러 왔나 하며 자조 섞인 푸념을 하곤 한다”고 현황을 전했다.

매체 바잉과 플래닝 등 전문적 광고 업무를 기대하고 들어왔다가 인력에 비해 넘치는 물량 탓에 계산서 처리와 같은 행정적 업무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에이전시 대표 D씨는 “광고 집행에 대한 분석이나 타깃, 보고서 쓰는 역할이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언론재단에서 정말 광고 집행과 관련된 업무를 다 해주냐”고 반문했다.

업계를 중심으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 에이전시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건 말할 것도 없다.

A씨는 “언론재단도 그 많은 물량을 자체 인력으로 처리하지 못하니 또 대대행을 준다”며 “그 풀에 들어가지 못한 회사는 절벽”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광고법 2년 진단 ②] 수수료 분배 얼마나 공정한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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