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1-25 17:03 (금)
수치로 표현되는 거리두기 단계의 허점
수치로 표현되는 거리두기 단계의 허점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20.12.28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현재의 Now 헬스컴]
‘쩜오’ 단계 세분화, 당국-국민 인식차 엿보여
소프트 록다운(Lock down) 상황서 소통 갭 방역 난항으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피알=유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12월 중순 이후 하루 1000명 안팎을 계속 기록하고 있다. 2단계를 넘어 3단계로 가야 한다는 논의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또한 그야말로 혹독한 ‘코로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인구당 확진자 규모로 보면 OECD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초반 ‘K-방역’ 등의 성과가 있었기에 체감되는 난감함이 큰 편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의 위험 수준을 나누는 단계에 수치를 활용하고 있다. 거리두기 단계라고도 불리는 1단계, 2단계, 3단계 등이 그것이다.

원래 1에서 3까지 3단계로 구성됐지만, 11월 시점에서 보다 정밀한 방역을 의도한다며 소수점까지 동원한 1.5단계와 2.5단계까지 추가돼 총 5단계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처럼 수치를 사용하는 국가도 있고 수치보다는 색깔을 활용해 위험 수준을 경고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한 단어를 활용하거나 위에 언급한 요소들을 혼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에서 위험단계를 공식적으로 격상하는 기준은 단순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확진자 수가 일정 수준으로 일정 기간 유지되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예를 들어 요즘처럼 일주일 평균 800-1000명이 지속되거나, 갑자기 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관찰될 경우 3단계로 올릴 수 있다. 물론 확진자의 규모가 설정한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해서 무조건 격상하는 시스템은 아니며,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관련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당국은 밝히고 있다.

필자는 상황이 급박했던 시점에서 몇 차례 관련 회의에 외부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발언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단계의 격상 여부와 대국민 소통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는데, 가장 강조한 사항이 바로 수치로 표현되는 거리두기 단계의 허점들이다. 국민들, 즉 ‘수용자 입장에서’ 상당한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주만 알고 소비자는 모르는 행동요령 

위험의 단계를 수치로 표현하며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1단계, 2단계, 3단계 등 수치 상승에 해당되는 위험의 정도와 추가로 발동되는 개별 시설들에 대한 상세한 안내, 국민들에게 요구되는 행동 지침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다. 특정한 수치의 단계가 발령되면, 그 수치에 해당되는 사안들을 공식 웹사이트나 언론을 통해 정리된 형태로 즉각 파악해 그대로 숙지, 준수하면 된다.

문제는 1,2,3단계가 충분치 않아 ‘쩜오’ 단계와 ‘플러스 알파’ 단계까지 활용되는 상황이다.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좀 더 정밀한 세분화가 상당히 구조적이며 질서 잡힌 분류일 수 있지만, 일반인이나 생활자로 표현되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도대체 뭘 어떻게 구분해서 받아들여야 하는지 난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1단계와 1.5단계 등 수치로 표현되는 각 단계에 대한 명확한 의미, 단계별 중요한 차이는 무엇인지, 소수점까지 동원되는 단계의 격상에 따라 본인이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등을 방역당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다수 국민이 파악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라는 뜻이다.

언론보도에는 매일 단계별 변화에 따라 제한되는 시설의 종류, 시설을 사용하는 국민들이 지켜야 하는 행동요령들이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상당수 기사에 내용이 정리된 표가 제시될 만큼 사실 내용을 전달하는 기자들조차 숙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아닐까. 아마도 가장 유심히 보며 인지하려 애쓰는 유일한 분들이 시설 운영자일 것 같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혼란을 주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서울의 한 피트니스 센터가 임시 휴관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서울의 한 피트니스 센터가 임시 휴관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원인을 분석해 보면, 원래 철저히 중립적이며 상대적 특성을 가진 수치(Numeric Expressions)의 헬스커뮤니케이션적 활용에 대해 당국이 가진 이해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거리두기 1단계에 활용되는 ‘1’은 숫자 중 가장 작은 수이며, ‘에계’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위험수준을 나타내야 한다. 하지만 관련 설명을 충분히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1’은 거의 없는 위험이나 일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해될 수 있다. 1은 원래 0(아무 위험 없음) 보다 약간만 큰 개념일 뿐이니 말이다.

1에 대한 이같은 상식(?) 탓에 2,3으로 격상된다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위험 혹은 거리두기 단계가 ‘2’로 상향된다는 사실은 1보다 살짝 커졌다는 것이 아니라, 두 배 혹은 그 이상의 상당히 심각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3’이라는 숫자도 마찬가지다. 3단계의 의미는 너무나 심각한 ‘소프트 록다운(Lock down)’에 준하는 비상임을 알아야 하지만, 당국이 전하는 모든 메시지에 집중할 여유가 없는 다수는 통상적으로 알던 ‘하나둘셋’에 해당하는 3으로 여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엄청난 소통의 갭(gap)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는 이미 3단계 조건을 상회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던 중대한 시점에도 홀덤펍(Holdem Pub, 술 마시면서 카드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곳) 등 특정 형태의 주점에 사람들이 꽉 들어찬 모습, 주말이면 아예 빈방이 없을 만큼 붐비는 스키장의 풍경이 함께 관찰된 것이다.

연말연시 코로나19 방역 강화 특별대책 추진방안에 따라 셧다운을 이틀 앞둔 지난 12월 22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스키장에서 스키어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리프트 탑승을 기다리는 모습. 뉴시스
연말연시 코로나19 방역 강화 특별대책 추진방안에 따라 셧다운을 이틀 앞둔 지난 12월 22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스키장에서 스키어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리프트 탑승을 기다리는 모습. 뉴시스

그동안 취소됐던 행사를 진행한 일부 종교시설, 지하에 위치한 각종 연습실과 동호회를 통한 집단감염도 멈추지 않고 등장한다는 소식 또한 전해졌다. 당국이 전달하고 싶었던, 전달해야 했던‘3’이라는 숫자의 무게감과 심각성이 일반인들에게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은 상황들이 속속 나타났다.

극단적 수치 의미, 팩트 정확히 전달하려면

단계의 격상이 그에 해당되는 시설의 업주가 준수해야 하는 사항만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중요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한다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소통은 결코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수치가 높아짐에 따라 그에 걸맞은 심각함과 절박함도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돼야 하고, 그래야 방역의 중요한 축인 ‘일반인’들의 적절한 행동이 이루어질 텐데 리얼한 계산이 부족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를 마주하는 인식의 갭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음을 방역당국 책임자가 인정하는 듯한 난감한 상황도 관찰됐다. 얼마 전 일별 1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던 때, 왜 3단계 격상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결단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때였다.

해당 물음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실제로 3단계라는 것은 매우 엄중한 단계이며, 그 상황 자체는 우리의 전 경제과정이 상당 부분 마비되거나 정지되는 그런 과정 혹은 상태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3단계의 실상이 어떤 것인지 국민들이 충분히 알고 있고, 그에 대비하고 있는지 등이 더 많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요약하면, 3단계 격상에 대한 조건을 설정한 것은 맞지만 최종 결단이 쉽지 않고, 3단계의 진짜 엄중함을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발언이다.

설정한 요건에 충족은 되지만 결단이 쉽지 않다는 말에는 격하게 공감하지만, 국민들이 3단계 실상을 모른다고 지적한 부분은 매우 아쉽다. 국민들이 엄중함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팩트라면 진즉 제대로 알게 만드는 작업도 방역당국의 중요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수치를 사용하는 거리두기 단계를 활용하고자 했다면, 단계별 수치가 의미하는 무서움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장치를 사용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위험단계에서의 ‘3’은 사실상 최후의 보루이며 3 이후 4,5,6,7,8이 없는 극단적 수치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는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시행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참으로 어렵지만 달리 보면 참으로 쉽다. 너무나 다양한 변수와 오해, 착각 등에 의해 효과적 실행이 어려운 순간이 많아도 일련의 모든 사항을 철저히 수용자 입장(Receiver-oriented)에서 리얼하게 판단하면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 사태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치료제와 백신, 그리고 방역이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 방역은 상당 부분 국민의 효과적인 참여가 ‘상수’가 되어야만 한다. 이제라도 더욱 철저히‘수용자 중심’의 헬스커뮤니케이션이 꼭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