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G] 쓸데없는 ‘VS 논쟁’을 쓸모있게
[브리핑G] 쓸데없는 ‘VS 논쟁’을 쓸모있게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1.0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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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개수? 도넛 구멍?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왈가왈부
보편적 소재에 더한 크리에이티비티, 평범한 상품에 스토리 입혀
달걀이 먼저일까요. 닭이 먼저일까요.
달걀이 먼저일까요. 닭이 먼저일까요.

더피알 독자들의 글로벌(G) 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코너. 해외 화제가 되는 재미난 소식을 가급적 자주 브리핑하겠습니다. 

엉덩이는 한 개일까요, 두 개일까요?

[더피알=정수환 기자] 이게 무슨 뜬금없는 질문인가 하시겠지만, 요즘 인터넷상에서 가장 핫한 논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양쪽으로 갈라져 있고, 다리 역시 결국 엉덩이로 시작해 두 개로 뻗어 나가니 두 개 아니냐는 사람, 두 명이 서 있으면 엉덩이 4개라고 하냐며 엉덩이는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 엉한파(엉덩이 한 개 파)와 엉두파(엉덩이 두 개 파)로 파가 나뉘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워낙 뜨겁다 보니 사람들은 해당 논쟁에 연예인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권위 있는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문과를 대표하는 국립국어원에서는 엉덩이를 한 개로, 이과를 대표하는 해부학 교수님께서는 엉덩이를 두 개로 봤네요.

이렇게 논쟁은 해결되지 않고 계속 진행 중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도넛의 구멍은 한 개인가 두 개인가?’, ‘빨대 구멍은 한 개인가 두 개인가?’ 등의 주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왜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논쟁을 벌이냐 의아해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파급력이 큰 시시한 논쟁들은 우리 삶에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3년 전만 해도 온 국민이 참여했던 ‘파검(파란색 검은색) vs 흰골(흰색 골드색)’ 드레스에 대한 왈가왈부가 있었고요. 비슷하게 ‘민트색/회색 vs 핑크색/흰색’ 운동화 논쟁도 있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추억의 드레스 논쟁입니다.
기억나시나요? 추억의 드레스 논쟁입니다.

뭐 ‘부먹 vs 찍먹’에 대한 논쟁이야 이제 스테디가 됐고요. 더 나아가면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게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언어유희로 점철된 ‘토마토맛토 vs 토맛토마토’ 등도 있었습니다.

답이 없기에 언제나 논쟁으로 이어지는 이 쓸데없는 ‘VS’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있으니, 바로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입니다. 솔직히 위 주제들에 시큰둥하셨을 분들도 이 논쟁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으리라 싶은데요. 누구나 한 번쯤 ‘그러게. 뭐가 먼저지?’하고 생각해 봤을 겁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유통 회사인 ‘U Shop’이 끝없는 논쟁의 답을 찾아보겠다며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하는데요. 이를 좇기 위한 여정이 그들의 광고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한 평화로운 목초지에서 닭들이 뛰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영상은 리와인드되기 시작합니다. 암탉은 어느새 병아리가 되고, 병아리는 어느새 달걀이 됐네요. 이 달걀은 계속해서 굴러가더니 어느덧 1차 세계 대전 참호의 군인들을 지나치고, 1900년대로 진입하더니 갑자기 닭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닭은 다시 18세기 귀족의 치마에서 빠져나오면서 병아리가 되고 마침내 또 달걀이 되는데요. 달걀은 또 닭의 그곳으로(제가 다 아픕니다)... 이 무수한 과정이 반복되는데 배경은 바이킹을 지나 원시시대까지 흘러가네요. 그리고 마침내 선사시대로 흘러왔지만 결국 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광고이다 보니 기업의 무언가를 알리거나 세일즈 해야 될 텐데요. 일련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U Shop은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힌트는 광고 속 닭들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모두 자연 방목이 된 상태에서 달걀을 집어넣는데요.

그렇습니다. 해당 광고의 목적은 바로 동물복지가 인증된 자사의 ‘달걀’을 홍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상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미스터리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21년, 우리와 함께 한다면 달걀은 항상 방목된 암탉에서 나온다는 것이죠!”라 말하며 끝이 납니다.

결말이 약간 허무하기도 한데, 그래도 이런 보편적 논쟁에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를 더했다는 것이 아주 인상 깊습니다. 사실 크리에이티비티라는 게 완전히 색다르기는 많이 힘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보통 시중에 있는 재료를 색다르게 가공해서 발현하기도 하는데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썰을 마케팅 및 광고로 새롭게 녹여내는 등, 온라인 속 다양한 소재들을 어떻게 재가공하고 재해석하는가가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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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논쟁들도 충분히 비슷한 크리에이티브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엉덩이 논쟁은 청바지 회사가, 도넛 논쟁은 당연히 도넛 브랜드가 하면 어떨까 싶고요. 빨대는 요즘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이야기되고 있으니, 환경 관련 캠페인의 소재로 써보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적으로 떠도는 썰을 가공한 것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고요. 대부분이 커뮤니티에서 시작했고, 논쟁이란 몰입을 할 수밖에 없기에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여러분들은 엉덩이가 한 개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두 개라고 생각하시나요. 도넛 구멍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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