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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 보도자료도 ‘기자단 재가’ 없이 못 보내나
공공기관은 보도자료도 ‘기자단 재가’ 없이 못 보내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1.11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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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단 풀 소속돼야 정보공유…민간과 비교해도 ‘기형적’ 시스템
대변인실 관계자 “엠바고 준수 때문에 (자체 판단) 못해”
일본 기자클럽에서 비롯, 다른 해외 국가서는 드문 관행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언론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출입기자단과 상의해서 알려드릴게요.

[더피알=안선혜 기자] 보도자료 배포 요청에 돌아온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실의 답변이다. 소속 언론사가 한국기자협회 등에 가입돼 있어야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고, 이같은 규정을 기자단에서 만들었기에 협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자료를 전달하는 주체가 제공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단이 정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은 상당히 독특하다.

공공이 아닌 민간 기업 상황과 비교해도 ‘먼나라 이야기’ 쯤으로 들린다. 실제로 사기업에선 특정 매체나 기자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기자실 출입을 지원할 때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기존 기자단의 동의나 허락을 구하는 일은 없다. 물론 대언론 관계나 취재 응대 등에 있어 내부 기준에 따라 차등을 두긴 해도 표면적으론 출발선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비해 공공은 상당히 폐쇄적이다. 실제로 방통위만 문턱이 높은 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법원·검찰·서울시청·경찰청 등 주요 공공기관 상당수가 출입기자단 풀(pool)에 들어야만 보도자료를 비롯해 각종 일정을 공유한다. 기자단에 소속되고 말고는 기자단 간사를 비롯해 기자단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기자협회 등에 가입된 매체에만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기자단이 정한 규율이다. 매체 등록과는 별개로 협회 가입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각 기관에 대한 정보 접근과 취재에 기존 출입기자단이 문턱을 만들어 놓고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공공기관이 오히려 민간보다 제한적인 형태로 언론관계를 맺는 건 기성 언론의 폐쇄성과 행정 편의주의가 맞물려 빚어진 특수한 풍경이다.

기관 입장에서는 여러 매체를 상대해야 하는 피곤함을 덜 수 있고, 우리가 정한 게 아니라 기자단이 정했다는 핑계도 댈 수 있다.

기자단은 취재 편의와 선별된 풀에 들었다는 일종의 권위를 획득한다.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것보다 먼저 자료를 건네받으면 당연히 기사가 나가는 시점도 빨라진다. 각종 브리핑 참석을 비롯해 기관과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어차피 홈페이지에도 다 올라가는 자료를 언론사마다 차별을 두는 이유를 물으니 “‘엠바고(embargo)’ 때문“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엠바고는 출입처에서 언론사 기자들에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유보하도록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엠바고를 지키면 정보제공자나 언론사 기자 모두가 편하다. 기관은 자료를 미리 제공함으로써 기자들이 기사를 안정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동시에 보도 시점을 조정할 수가 있다. 또 기자들은 시간에 쫓겨 급하게 지면이나 방송에 뉴스를 내보내는 부담이 없고, 타 매체에 밀려 낙종할 리스크를 줄인다.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다 보니 보도자료를 보내는 대상에 대한 판단조차 기자단 ‘재가’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엠바고를 어길 시 패널티를 부여하는 자체 규정을 만들면 얼마든지 해결될 일을 꼬아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취재를 위한 기본 자료에 불과한 보도자료를 먼저 받는 걸로 차별적 우선권을 갖는다면, 자칫 보도자료에 안주해 추가 취재를 통한 더 좋은 기사 생산 노력을 등한시할 수 있다”며 “이같은 특혜가 누적되면 출입하는 기관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는 게 돼 취재 보도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인쇄된 자료로 제공하는 것도 아닌 이메일 형태로 제공되는 보도자료가 기관에 큰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닌데, 등록 언론이라면 어디든 동일하게 제공받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공공기관이 자료를 배포하고 일정을 공유할 때 기존 기자단에서 규칙을 정하고 언론을 평가하는 일은 ‘한국적 특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해외에서는 국내와 같은 출입기자단 같은 형태도 흔치 않다. 미국 백악관이나 영국 의회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부부처나 기업에 기자실조차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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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지금과 같은 기자단 관행이 자리 잡은 건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거의 모든 조직에 배타적 권리를 갖는 기자단이 결성돼 있다. 기자클럽(Kisha kurabu)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1890년경 일본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신문사 통제를 원활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다.

이같은 배경으로 국내에서는 꾸준히 폐쇄적 기자단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웬만한 보도자료 등이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기자단이 유지되는 이유는 자료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받거나 또다른 정보를 캐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보도자료 이외 정보는 기자단에만 허용되는 백브리핑 등에서 입수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취재원과 기자 혹은 기자단 사이 일종의 친밀감 및 유대감이 형성돼 객관적인 보도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원과 기자 사이 친밀감 및 유대감은 심층 취재·탐사 보도에 유리하게 작동되기도 하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는 의견이다. 기자단에게 제공되는 각종 공간적·사무적 편의도 객관적 보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랐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출입기자 제도에 대한 비판은 법적대응으로까지 이어질 조심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는 최근 법조기자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카르텔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까지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오늘의 이재진 편집국장은 “아마 (소송이) 진행될 것 같다”며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서울고등법원에 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각 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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