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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PR회사의 억대 횡령 사건, 어떻게 발생했나?
한 PR회사의 억대 횡령 사건, 어떻게 발생했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1.1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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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급 직원 2년여 걸쳐 2억원 빼돌려…서류상 존재하는 업무로 회사에 비용 청구
인사위서 해고통보 받은 후 지난해 말 자진퇴사, 사측 “변제 절차 중”

[더피알=강미혜 기자] 국내 종합PR회사 A사의 팀장급 직원 J씨가 2년여에 걸쳐 2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직원은 해고통보가 최종 확정되기 전 자진퇴사했다. 사측은 ‘관리 미흡’을 인정하면서도 고객사(클라이언트)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 따르면 J씨는 2019년부터 약 2년 간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업무’를 만들어 2억원가량을 빼돌렸다. 주로 영상물 제작이나 디자인 용역 등 에이전시에서 외부에 의뢰하는 대대행 업무를 가장해 프리랜서 비용 등으로 처리했다.

이런 식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적게는 300만~400만원, 많게는 1000만원대로 하지도 않은 업무에 관한 비용을 결재 시스템에 올려 친지 등 지인 계좌로 실제 지급받았다.

A사 부문장은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모두 모아 놓고 보면 이걸(횡령) 왜 몰랐을까 싶고, 당시 디렉터가 어떻게 놓칠 수 있었나 저희도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회사 내부에서 (비용)지급 요청서류가 매일 100개 이상 올라가고 승인 요청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세세하게 챙기지 못했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J씨가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실무단에서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팀장급이고, 그가 매달 컨트롤하는 매출 규모나 지출 비용을 따져봐도 큰 금액이 아니었기에 일탈 행위가 장기간 발각되지 않았다. 30대인 J씨는 A사로 이직하기 전 제약·헬스 분야의 전문 에이전시에서 근무했었다.

A사 부문장은 “팀에서 소화하는 업무가 과중하고 마감에 쫓길 땐 외부 프리랜서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웬만해선 팀장이 그 판단을 한다”며 “프리랜서 계약이나 (외부 대행) 제작업무에 대해 결재를 올린 내용을 보면 실제 업무 추진비와 비교해도 합당한 금액이라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았고, 여러 클라이언트 업무를 관리하는 팀장급 위치에서 장기간 띄엄띄엄 결재를 올리다 보니 내부에서 체크를 못했다”고 했다.

한 팀에서 여러 고객사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는 에이전시 특성상 각 고객사와 계약한 업무와 개개의 디테일한 결과물, 또 비용 청구 등을 연관시켜 1차적으로 관리하는 주체가 팀장급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내부 횡령일 뿐 고객사에 피해가 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계약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대대행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처리한 데다,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서류상의 업무여서 개별 고객사가 알 수도 없었다. 이 설명대로라면 J씨가 자신이 속한 팀의 수익성을 고의로 떨어뜨려 팀원들이 인센티브로 가져가야 할 돈의 일부를 착복한 셈이다.

J씨의 이같은 억대 횡령 사실이 밝혀진 시기는 지난해 말이다. 이에 A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당사자에 해고를 통보했고 2주간의 소명기회를 부여했다. 이 기간 동안 J씨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해고가 확정되는 것이었는데, 2주가 만료되기 전 J씨가 자진퇴사를 결정해 작년 12월 31일자로 퇴사가 이뤄졌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상 징계해고 절차를 진행할 때 인사위를 열어 비위행위를 한 근로자가 스스로 소명하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A사 역시 이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사직 의사를 밝히더라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진퇴사를 할 순 없다.

징계해고나 자진퇴사는 표면적으론 동일하게 회사를 관두는 것이지만, 퇴직금 지급유무와 관련 있고 재취업 시에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횡령과 배임과 같은 비위행위를 한 직원에 대해 의도적으로 징계해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A사는 퇴사로 마무리 지었다.

A사는 현재 J씨를 상대로 2억여원의 피해액에 대한 변제 절차를 밟는 중이다. A사 부문장은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변제할 것인지 서류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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