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로 바라본 미디어의 존재가치
‘오피셜’로 바라본 미디어의 존재가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2.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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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스포츠·연예 기사 제목에 ‘오피셜’ ‘공식’ 표시 정착
‘썰뉴스’ 거름망…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도 적용될지 지켜봐야
제목에 '오피셜' 표시를 단 스포츠 기사들. 네이버 화면 캡처
제목에 '오피셜' 표시를 단 스포츠 기사들. 네이버 화면 캡처

[더피알=문용필 기자] 출근길 휴대폰으로 스포츠 기사들을 살펴보다가 여행가방의 네임택처럼 달린 ‘오피셜’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본 건 아니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무심히 터치하곤 했는데 불현듯 ‘굳이 왜 이런 표현을 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피셜(Official)’. 말 그대로 ‘공식’이라는 의미다. 구단이나 연맹, 혹은 선수의 공식발표로 기사를 썼다는 이야기다. 연예기사에서는 방송사나 기획사의 입장표명 등에 ‘공식’이라는 단어를 달아 송고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된 분위기다. 스포츠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오피셜’ 혹은 ‘공식’ 꼬리표를 단 기사는 ‘단독보도’가 아니라는 뜻도 된다. 출입기자 모두에게 보낸 보도자료나 공개회견을 통해 나온 내용이니까. ‘단독’이란 두 글자가 제목에 새겨진다면 해당 기자에겐 일종의 명예라고 볼 수 있지만 ‘오피셜’은 그렇지도 않다. 서두에 말한 의문점이 머릿속을 채운 까닭이다.

의문점을 풀기 위해 몇몇 스포츠 매체에 전화를 걸었다. 이 가운데 연락이 닿은 모 매체 관계자의 말은 이랬다.

“선수 이적의 경우, 소문으로 떠들 수도 있지만 ‘오피셜’이라고 하면 확정됐다는 느낌이 (독자 입장에선) 확 느껴진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매체 기사들이 소비되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많으니 정확성을 특정 짓기 위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사견을 전하기도 했다.

즉, ‘오피셜’이라는 표시는  속칭 ‘썰’이 아닌 정확한 뉴스, 공신력 있는 뉴스란걸 알리기 위한 일종의 도구다. 연예뉴스 제목에 ‘공식’이 붙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아 보인다.

연예나 스포츠는 이른바 ‘썰’들이 난무하는 필드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여기에 유튜브까지 더해져 온갖 종류의 미확인 소문들이 나돈다. 하나의 썰에 기자의 취재력이 더해져 단독이나 특종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가짜뉴스로 판명된다.

하지만 야마(기사 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가 자극적이라면 썰들이 기사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피셜’이나 ‘공식’이라는 딱지는 ‘썰뉴스’를 여과하는 하나의 거름장치인 셈이다. 뉴스수용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런 현상이 과연 연예나 스포츠 뉴스에만 국한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치나 경제, 사회분야 역시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가 나돌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가짜뉴스라 불리는 오보 폐해도 심각하다.

어쩌면 ‘공식’이 박힌 온라인 기사 제목이 보편화되는 날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산지직송’을 보증하는 농산물 포장지처럼. 그리고 이런 기사들이 ‘단독’보다 더욱 공신력 있는 보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언론에 대한 뉴스 소비자의 신뢰가 현재 추세로 수직하강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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