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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무원 죽음 향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 법적 문제 소지 크다
한 공무원 죽음 향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 법적 문제 소지 크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2.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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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특정할 만한 단어, 방송 출연 모습 삽입
자살보도권고기준 위반…고인 인격권·유족 추모감정 침해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과도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과도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한 공무원의 죽음을 둘러싸고 언론들의 ‘무개념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인의 비극적 사건에 과도하게 집중해 이른바 ‘팔리는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이는 언론윤리를 저버리는 것을 넘어 고인의 인격권과 유족의 추모감정을 침해하는 행태로, 법적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며칠 새 숱한 기사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은 스스로 생을 등진 공무원 A씨다.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놓고 여러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인의 신상을 노출해 인격권을 침해하는 보도 역시 비일비재하다.

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수식이나 표현을 기사 제목이나 본문에 넣는다든가, 그가 출연했던 방송 장면을 얼굴과 이름만 모자이크 처리해 삽입하는 식이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떠도는 ‘설’을 반영해 죽음 자체를 가십성으로 소비하는 듯한 보도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자살보도권고기준 3.0의 원칙 중에선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는 내용이 있다.

세부적으로 △유가족의 심리 상태를 고려하여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유가족의 신분을 노출할 위험이 있는 정보는 보도하지 않는다 등이 명시돼 있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며 이런 권고를 무색하게 만드는 실정이다.

일반인의 죽음에 대한 언론들의 지나친 관심은 법적으로도 문제될 소지가 크다.

우선 고인의 인격권 침해다. 양재규 변호사는 “현행 언론중재법상 사후 30년간 보호를 받는다”며 “망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의 경우 공인성, 즉 공인에 대한 보도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방송에 한 번 나왔다고 해서 공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심지어 공인이라 하더라도 극단적 선택에 의한 불미스러운 사건은 죽음 그 자체가 보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자살보도는 누가 죽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때 개인적 사유 외 조직 내 문제 등이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에 포커스를 맞춰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가 이뤄져야 한다.

한편, A씨 죽음과 관련한 무리한 보도는 유족의 추모 감정 침해에도 해당될 수 있다. 양재규 변호사는 “유족의 추모 감정 침해는 판례에서 일부 인정하는 불법행위”라며 “(A씨 사례에서도) 고인에 대한 호기심 어린 보도가 유족의 추모 감정을 침해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두 가지(고인의 사생활 침해 및 유족의 추모감정 침해) 사유로 유족이 언론사 상대로 손배배상청구, 기사삭제청구 등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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