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쓰지 못하는 위기관리 아포리즘 (1)
책에 쓰지 못하는 위기관리 아포리즘 (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1.02.23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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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해당 이슈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방점…긁어 부스럼 조심
실전서 가장 큰 죄는 걸린 죄?

[더피알=정용민] 가끔 위기관리 강의를 하다 보면 기업 경영진의 표정에서 ‘공자의 말씀을 하시는군’하는 갑갑함을 느낄 때가 있다. 실제 써먹을 수 있고 현장에서 바로 통하는 특제처방을 원하는 것이다.

그 바람대로 만병통치약이나 즉효약까지는 아니지만, 때에 따라 해결사는 될 수 있는 위기관리 아포리즘(aphorism)을 정리해 본다. (아래 보면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원칙이 있는데 결국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큰일일수록 혼자 하자
비밀은 모두가 죽었을 때 지켜진다는 말이 있다. 기업 위기에 있어서 여러 경영진이 관여돼 있는 이슈나 사건이 많다. 그 관행이나 실행에 진짜 문제 소지가 있다면, 관련자와 비밀을 지켜야 하는 사람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사후 위기관리도 간단해진다.

감정 대신 주판을 튕기자
자사에 대한 부정 여론이 일어나면, 경영진은 상당한 심적 부담과 상처를 토로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상황 판단을 방해하는 감정적 장애가 생긴다. 감정을 최대한 멀리하고 해당 이슈나 위기로 인한 피해나 손해를 정확하게 계산하자. 대신 어떻게 해야 그것들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에 몰두하자.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
가만히 있어도 일정 수준 상처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남은 상처는 일정 기간 노력을 통해 흔적을 지워 나갈 수 있다. 당장 입은 작은 상처를 참지 못해 정신없이 반응하고, 전략 없이 실행을 다양화해서는 안 된다. 지나면 별 것 아닐 일을 마구 긁어 상처를 크게 만든 경우가 많다. 일단 견뎌보자.

항상 걸린다 생각하자
말로만 투명사회라 하지 말자. 모든 부정적 의사결정과 그에 관한 활동과 근거들이 남는다. 털면 털린다는 말을 명심하자. 털리지 않아 그렇지 어떤 언론이나 기관이든 마음먹고 자사를 털면 털린다. 문제나 논란이 될 것에 대해서는 미리 법과 여론 차원의 해명이나 설명, 반박 근거들을 준비하자. 그래야 사후 데미지 컨트롤이 일부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죄는 걸린 죄다.

기록 남기지 말자
모든 행동은 기록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만든 기록이나, 사려 깊지 못해 만들어지는 기록을 경계하자. 최근 이슈와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남아있는 기록들이 후폭풍의 기반이 된다. 이슈와 위기관리 시 기업 내 의사결정 그룹의 기록은 결국에는 지뢰로 남는다. 단, 우리의 기록은 남기지 말되 상대의 기록은 챙기자. 혹시라도 도움이 될 때가 온다.

사적인 말은 화를 부른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허심탄회’란 전략이 없다는 의미다. ‘막말’의 정의는 준비하지 않고 내 뱉은 말이라는 뜻이다. 사적인 말이 포털이나 소셜미디어에서 그대로 방송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예전에는 기자에게만 말조심하면 되는 환경이었지만, 이제는 경영진 주변 모든 사람이 기자다. 말이 화를 부른다는 말은 이제 불변의 진리가 됐다.

얼굴 가리지 말자
부정 이슈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의 취재를 받게 되면, 경영진들은 얼굴을 감싸고 가리며 피하려 한다. 사진 찍히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우산이나 서류 봉투로 얼굴을 가리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 행위는 언론의 보도 장면을 흥미롭게 만들뿐 아무 의미도 없다. 공중의 인식 형성에도 유리하지도 않다. 뉴스를 재미있게 만들지 말자.

어설프게 하려면 차라리 가만 있자
흔히 침묵은 죄의 인정이라 한다. 하지만, 어설픈 커뮤니케이션은 죄의 확정이다. 여론의 법정을 통한 죄의 확정 이후에는 아무런 위기관리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위기관리에서 어설픔이나 준비되어 있지 않음은 재앙을 부르는 주문이 된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불쌍하게 보이기라도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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