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구글TV… ‘태풍의 핵’
‘똑똑해진’ 구글TV… ‘태풍의 핵’
  • 성연광 (admin@the-pr.co.kr)
  • 승인 2010.07.02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웹-TV 접속 혁명

퇴근 후 서둘러 거실 TV를 켠 김선수씨(가명). 박지성 선수가 출전한 영국 프리미어 리그 결승전 경기 장면을 보기 위해서다. 입력창에 ‘박지성’을 검색하자 관련 경기를 중계해주는 지상파, 케이블방송 프로그램 일정은 물론 유튜브 동영상, 주문형 비디오(VOD)가 일목요연하게 뜬다. 방송이든 웹사이트 동영상이든간에 원하는 영상을 골라 리모컨의 ‘OK’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화면을 볼 수 있다. 9시 뉴스를 시청하던 중 미국 서부 지역에 초대형 태풍이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리모컨으로 버튼을 누르자 위성지도가 자세히 펼쳐진다. 근방에 살고 있는 친척집에 안부 전화를 건다. 물론 TV 리모컨을 통해서다. 상대방이 통화를 받자 TV화면에 친척, 온 가족 식구들 얼굴이 뜬다. 실시간으로 가족들의 안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다. 가상으로 꾸며 본 새로운 가정집 거실 풍속도다. 하지만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서비스 중이거나 조만간 출시될 인터넷TV 기능들이기 때문이다.

성연광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스마트 TV, 웹까지 빨아들인다

한때 ‘바보상자’ 취급을 받던 TV가 인터넷과 만나면서 지능형 통합 디스플레이로 거듭나고 있다. 일명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컨버지드(converged)TV다. 초기 컨버지드TV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평판TV 1, 2위를 다투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검색 제왕 구글이 소니, 인텔 등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인터넷TV(구글TV)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지난 2007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출시한 컨버지드TV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와 날씨, 증권, 뉴스, UCC 등 재가공한 인터넷 정보를 제한적으로 보여 주는 부가기능에 그쳤다. 이렇다 할 운영체제(OS)와 웹브라우저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 소니에서 최초로 선보이게 될 ‘구글TV’는 강력한 구글검색을 기반으로 무궁무진한 웹 콘텐츠를 풀브라우징 형태로 TV로 끌어들이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구글의 OS(안드로이드)와 웹브라우저(크롬), 여기에 인텔의 고성능 TV용 칩셋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가령, TV화면 상단에 뜬 검색창에 ‘KBS 뉴스’를 입력하면 곧바로 KBS 뉴스화면으로 전환된다. 박지성 선수에 관심이 많다면 리모컨으로 검색창에 ‘박지성’만 입력하거나 음성으로 말하면 최근 박지성 선수 경기와 관련된 방송 스케줄 정보와 웹사이트에 올려진 동영상 정보, 관련 웹사이트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방송 콘텐츠와 주문형 비디오(VOD), 웹 콘텐츠 가리지 않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보여 주겠다는 얘기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방송 프로그램인지 웹사이트에 있는지 혹은 DVD에 있는지 구분할 필요가 없어진다. 여기에 이용자들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 VOD 등 대화면 TV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들도 다운받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선 과거 음성통화 위주의 휴대폰이 네트워크와 결합되면서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켰듯이 TV시장에서도 인터넷과 결합된 컨버지드TV가 제2의 IT 컨버전스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컨버지드TV, 미디어시장 ‘빅뱅’ 신호탄?

이같은 컨버지드TV는 방송·인터넷·콘텐츠·광고 등 기존 미디어 시장을 뒤흔들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컨버지드TV는 KT ‘쿡TV’ 등 현재 서비스 중인 인터넷TV(IPTV)와 디지털케이블 방송시장을 위협하는 경쟁 상대로 부각되고 있다. IPTV가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을 실시간 재전송하고 매월 일정액의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는 방송 서비스라는 점에서 다를 뿐, 인터넷(IP)을 통해 콘텐츠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궁극적으로 양 서비스 모두 유무선 콘텐츠를 사고파는 유통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향후 컨버지드TV용 VOD, 애플리케이션 등이 크게 확장되고 방송 콘텐츠 사업자들까지 합류하게 될 경우 IPTV 서비스시장과는 시장 중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생태계에는 적잖은 훈풍이 예고된다. 세계 최대 영화대여 체인업체인 블록버스터, 넷플릭스, 부다 등 주문형 비디오(VOD)업계는 삼성전자와 구글 등 컨버지드TV에 서비스 제휴를 맺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후, 네이버, 다음 등 국내외 인터넷 포털들도 대화면 TV 스크린에 적합한 웹서비스 개발을 서두르는 등 눈독을 들이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컨버지드TV시장이 새로운 황금알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구글 등이 앞다퉈 TV용 앱스토어 개설에 나서면서 게임,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개발시장 역시 고무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폐쇄적이던 방송 콘텐츠 제작시장도 커넥티드TV 등장을 계기로 활짝 개화되는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디어 광고시장의 일대 지각변동도 예고된다. 컨버지드TV 시대의 시청자들은 일방적으로 전달해주는 방송이 아닌 자신이 직접 원하는 정보를 찾아 나선다. 불특정 다수에게 일괄적으로 뿌려지는 매스미디어 광고 대신 특정 관심사 혹은 지역별 시청자에 따른 맞춤형 TV 광고가 보다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광고 형태도 달라질 전망이다. 동영상·배너·검색광고 대신 기존 TV광고와 동일한 대화면 광고나 쌍방향 광고가 인터넷 광고시장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너머 산’

커넥티드TV 시장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구글TV의 경우 무한한 웹 콘텐츠를 그대로 TV로 가져오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40인치 이상 대화면 TV스크린 해상도에 걸맞은 콘텐츠 재가공 작업들이 동반돼야 한다. 아울러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및 대용량 서버도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각국별 방송 관련 법제도는 커넥티드TV 확산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IPTV 서비스의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커넥티드TV는 아직까지 규제할만한 법제도가 없어 초기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도 유료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업체간 수익 배분은 물론 소비자들의 지불결제 방식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구글TV 등장으로 탄력을 받게 될 커넥티드TV가 IT 컨버전스의 핵심시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비주류 시장에 머물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TV의 지능화와 이에 따른 미디어 시장의 기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변화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