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쿠키 종말 선언은 “사다리 차기”?
구글 쿠키 종말 선언은 “사다리 차기”?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3.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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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FLoC 기반 테스트 제공
애드테크업계, 통합 아이디 컨소시엄 구축
광고주도 DMP 개발 시도

나날이 높아지는 개인정보보호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광고가 진화하지 않는다면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의 미래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 것입니다.

구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캠퍼스. 사진=뉴시스/AP통신
구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캠퍼스. 사진=뉴시스/AP통신

[더피알=안선혜 기자] 구글이 최근 다시 한번 쿠키 기반 맞춤형 광고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밝힌 입장이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공익적인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구글의 이번 조치를 놓고 진일보한 접근이나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키 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구글이 이용자 데이터 수집을 중단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쿠키는 각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며 남긴 기록들로, 온라인 광고업계에선 이를 기반으로 각 개인의 취향과 니즈를 반영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곤 했다. 

구글은 지난해 1월에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더 이상 자사 브라우저인 크롬에서 이용자 쿠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크롬이 전체 브라우저 시장에서 60%가 넘는 지배적 점유율을 확보했기에 시장의 파장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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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에서 좀 더 구체화된 내용은 개별 사용자의 웹 탐색 활동을 추적하는 다른 대체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고, 자사 광고 제품에도 제3자가 제공하는 쿠키를 이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이다.

구글이 쿠키 활용 중단을 선언한 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인식이 높아지면서다. 유럽연합에서 2018년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통과시켜 위반 시 높은 과징금을 매기고 있고,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해 확보한 정보로 돈을 번다는 비판여론도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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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움직임에 발맞춰 구글이 조치들을 내놓았지만, 역시나 냉정한 비평이 나온다. 구글이 쿠키 활용을 중단한다는 건 제 3자(서드파티)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자체 보유한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경구 위시미디어 대표는 “구글 입장에서는 이미 검색이나 유튜브, 핸드폰 로그인 등 자체 보유한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기에 (쿠키 수집을 제한해도)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데이터를 얻기 위한 막대한 개발 비용과 전문 인력 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국내 기업들이 정밀 타깃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준모 모티브인텔리전스 대표 역시 “구글은 유튜브 행동정보 등 퍼스트파티 데이터(자체 데이터)를 충분히 다 모은다”며 “자기 서비스를 갖고 있지 않은 광고 사업자들이 곤혹스러울 것”이라 봤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구글의 이번 조치가 “구실은 좋지만, 본인들은 이미 정상에 올라간 후 동종 업계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찬 일”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가뜩이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생태계까지 챙겨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미국 내에서 구글은 온라인 광고를 포함한 여러 영역에서 반독점 소송이 걸려 있기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생태계 보호

구글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쿠키 제공 종료를 발표하면서부터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대안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각 ‘개인’에 대한 쿠키 데이터 대신 이용자 ‘유형’별 분석 데이터를 이용해 타깃팅을 돕는 기술이다.

최근 발표에서는 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솔루션을 활용해 FLoC(Federated Learning of Cohorts) 기반 플랫폼에서 이달 내로 공개적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에도 영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샌드박스 출시를 연기해달라는 탄원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기술 및 출판 연합 단체인 마케터 포 오픈웹(MOW)이 주도한 것으로, 구글이 쿠키 제공 대안으로 마련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온라인 시장지배력을 굳혀 공정경쟁을 훼손할 수 있다며 영국 시장경쟁청(CMA)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드박스를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시장의 규칙을 바꾸는 신호탄으로 여겨 대응할 시간을 벌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구글은 이번 정책을 발표하며 “사적이고 안전한 개인정보보호 경험과 맞춤형 광고 및 수익 창출이 양립할 수 있다”며 자사가 제안한 방식이 개별 식별자를 대체할 효과적인 대안임을 강조했다. 자사가 주도권을 쥐고 시장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퍼스트파티 데이터 확보戰

구글의 변화에 따라 온라인 광고 시장에도 변화는 추진되고 있다. 광고주든 애드테크 기업이든 큰 흐름은 ‘퍼스트파티 확보’다.

벌써 애드테크 기업을 중심으로는 연합군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각 제휴 매체사의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다량으로 확보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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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글로벌 애드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연합 아이디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추세다. 미국 애드테크기업 더트레이드데스크가 2~3년 전부터 관련 솔루션을 구축한 가운데,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른 대형 애드테크사인 크리테오도 지난해 11월 유니파이드 아이디 2.0(Unified ID 2.0) 이니셔티브에 합류했다. 경쟁관계라 할 수 있는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을 진행해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모티브인텔리전스 등 타 애드테크 기업도 이 컨소시엄에 합류한 상태다.

이경구 위시미디어 대표 역시 “쿠키가 없더라도 개인 아이디를 부여해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든 인식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이미 개발했다”고 말했다.

광고주가 되는 기업 차원에서도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DMP(데이터 관리 플랫폼) 구축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애드테크 기업이 이를 지원사격하며 윈윈이 이뤄지는 모델도 만들어지고 있다. 롯데멤버스는 지난해 6월 모티브인텔리전스와 손잡고 디지털 광고 구매까지 가능한 DSP(Demand Side Platform)를 출시하기도 했다. 각 기업이 지닌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기존 애드테크사의 기술력과 데이터를 결합시켜 업그레이드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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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스타벅스, 쏘카 등과 제휴를 확대하며 데이터 동맹군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카드 등 브랜드와 브랜드 간 퍼스트파티 데이터 교환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구글 역시 이번 개인 이용자의 웹 서핑 추적 중단 방침을 밝히며, 고객과 퍼스트 파티(first party)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자사가 이 관계 구축의 지원자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애드테크사는 퍼스트파티 데이터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고, 브랜드에서도 자체 데이터 관리를 체계화시켜 활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광고 지면을 제공하는 국내 매체사들은 약간 미온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국내 미디어들의 경우 대부분이 포털 제휴 관계에 의존하는 만큼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홈페이지에 삽입한 네트워크 광고가 주 수익이 되기보다는 네이버 등과 제휴를 통해 얻는 부가적 수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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