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과 이준석이 빚은 ‘모순의 하모니’
MBN과 이준석이 빚은 ‘모순의 하모니’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3.11 18: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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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 논란 3일만에 뉴스패널로 등장
프로그램 도중 사과 기회까지 부여
11일 방송된 MBN '뉴스&매일경제'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11일 방송된 MBN '아침&매일경제'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진행자: 최근에 사실은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역수칙 위반 문제가 불거져서 논란이 좀 됐었어요. 오늘 아마 좀 한마디 하셔야 될 것 같은데 발언 기회 드릴게요.

패널: 방역수칙 미준수로 인해 국민들께 또 시청자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방역수칙 철저하게 준수하고 또 반성하겠습니다.

진행자: 앞으론 꼭 철저하게 지키셔야 됩니다. 오늘 다시 한번 사과를 했습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11일 MBN ‘아침&매일경제’를 통해 방송된 진행자와 패널의 대화다. 내용 그대로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한 패널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있다.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 최고위원. MBN 뿐만 아니라 여러 시사·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온 전도유망한 청년정치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MBC 보도에 의해 지난 2일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 전 최고위원이 지인 3명과 모임을 갖던 중,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차 왔다가 자리가 길어지면서 5인이상 집합금지 수칙을 어기게 됐다고 한다. 

백신접종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의 위험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일반인들도 방역수칙을 어기면 순식간에 비난의 중심에 선다. 엄중한 시기에 사회적으로 모범이 돼야할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각 언론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과 장 의원을 향한 비판적 기사들이 쏟아졌다.

MBC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8일. 그런데 이 전 최고위원이 MBN에 출연한 것은 논란이 불거진 지 불과 3일 밖에 안된 시점이다.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인터뷰였다면 모를까 이 전 최고위원은 이슈를 평론하는 패널 입장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역수칙을 위반했다고 해서 생업에 종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조금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죽을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실수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방송은 공공재다. 적어도 정치인으로서 사회적 비판을 받을만한 실수를 했다면 방송 출연에 조금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SNS를 통해 이미 공개 사과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MBN 역시 이해가 안되는 건 마찬가지다. 사과할 기회까지 줬다. 이 전 최고위원이 패널로 출연하고 사과했다는 점은 지난 8일 밤 방송된 KBS ‘더 라이브’와 다를 바 없지만, 이날은 관련 보도가 나온 당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불가피성을 어느 정도 수긍할 여지는 있다.  

물론 MBN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이 전 최고위원의 모습이 방송했다면 더욱 문제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진행자가 사과의 시간까지 부여할 만큼 그렇게 이 전 최고위원의 출연이 절실했던 걸까 싶다. 이 전 최고위원에게 의도치 않은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올만한 지점이다.

더욱 헛웃음이 나는 건 지난 9일 ‘MBN 프레스룸’의 방송내용이다. ‘이번엔 장경태·이준석 CCTV에 딱 걸린 현장’ ‘비난 여론 들끓자 장경태·이준석 각각 사과문 게시’ ‘모범 보여야 할 정치인들...방역 위반 논란 거듭돼’ 같은 자막이 등장했다.

패널로 출연한 윤경호 논설위원은 “이런 일탈행위 하나가 이들에게 앞으로 다른 것에 다 덧씌워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면서도 “코로나 1년 이후에 국민 모두가 회합 제한이라든지 일생생활에서의 여러 제약 때문에 인내의 한계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점을 감안해보면 한 사람은 국회의원이고 한 사람은 제 1야당의 최고위원까지 했고 또 청년정치인으로서 뭔가 다른 쪽의 기대감을 줬는데 이런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실망감을 준 것은 백번 사죄를 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MBN도 엄연한 언론사인 만큼 이 사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윤 논설위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MBN은 ‘백번 사죄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이를 사과했다는 이유로 비슷한 포맷의 뉴스 프로그램 패널로 출연시킨 셈이다. 시청자나 국민 시선으로 보면 실로 쿨한 ‘모순’이다. 누구를 위한 사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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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2023-04-03 08:52:58
윤경호 패널 법조인도 아닌 사람이
대한민국 초고의 법률가 처럼 이자명이
비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국민이 바라보는 눈은
인 허가 최종결제권자 자체만으로도 몸통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