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 증시 상장 첫날의 PR풍경
쿠팡 美 증시 상장 첫날의 PR풍경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3.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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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성조기 나란히 게양, 배송직원·입점 파트너 등과 화상 세리머니
한국적 정체성 어필 장치 곳곳에…국내 투자자·여론 염두에 둔듯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세계 금융의 중심 건물에 걸린 자사 현수막과 태극기, 배송직원과 고객·입점 파트너 등이 참여한 온라인 오프닝 벨 행사….

거래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시총 100조원을 기록하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쿠팡이 준비한 장면들이다.

쿠팡은 애초 희망했던 32~34달러보다 높은 수준의 공모가 35달러로 출발해 40%까지 오른 가격(49.25달러)에 장을 마치며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4년 알리바바 이후 미국에 상장된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이라는 외신의 수식어를 인용한 보도는 기분 좋은 덤이었다.

NYSE는 오프닝 벨 행사까지 쿠팡에 선사하며 더없이 좋은 그림을 만들어줬다. 오프닝 벨은 의미 있는 기업 상장이 이뤄질 경우 해당 기업 인사들이 상장 당일 개장을 알리는 벨을 울리는 행사다.

오프닝벨 행사에 기본으로 게양되는 성조기와 함께 태극기를 같이 세워둔 건 국내 정서를 감안한 다분히 전략적 선택으로 판단된다.

쿠팡은 이번 상장을 준비하며 곳곳에 ‘한국 부심’(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심어 놓았다. 미국에 법인을 세웠지만, 국내 시장에서 모든 사업을 영위하고 수익을 거두는 만큼 한국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미국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뉴욕증시 상장 이유를 설명하며 “한국의 유니콘 기업도 전통이 깊고 세계적인 회사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갈 자격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쿠팡은 상장을 기념해 11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진행한 전광판 광고에서도 자사 로고와 함께 태극기를 나란히 배치하고 이를 국내 언론에 배포했다.

쿠팡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이 이번 상장에서 신경을 쓴 또 다른 요소는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상생이다. 쿠팡은 회사의 역사적 순간인 오프닝 벨 행사를 2000여 임직원과 관계자들에게 생중계하며 자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했다.

아울러 미국 최대 거래소 상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1년 365일 배송이 가능한 유일한 e커머스 회사이자 국내 3위의 고용 기업임을 강조했다. 스테이시 커닝엄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도 “모두의 삶과 여가를 바꾼 쿠팡과 그 투자자들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축하인사를 보냈다.

행사가 한국시간으로 자정에 가까운 시점에 진행돼 시청 접점이 떨어질 순 있었겠지만, 애사심을 가진 직원들이 충분히 고양될 법한 장면들이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화면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9명에 고객과 배송직원, 입점 파트너를 포함시켜 이들과 함께 가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2월 현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1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상시직 전환 일용직도 포함돼 있었다. 상시직 전환을 장려하고 성장 과실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전달한 셈이다.

쿠팡에는 국내 근로 현장 개선과 납품업체와의 거래조건을 둘러싼 다툼 등 묵은 현안이 여전히 남아있다. 요소요소 디테일을 살려 이번 PR 이벤트를 만들어낸 쿠팡이 현재진행형으로 주어진 과제들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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