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성과관리, 직원의 긍정 경험 분석해야”
“조직의 성과관리, 직원의 긍정 경험 분석해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3.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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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

[더피알=강미혜 기자] 전통적으로 직원관리는 HR(Human Resource)의 몫이었다. 명칭대로 사람을 자원으로 보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사람이다.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이 본질에 천착해야 한다. 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직원 감정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감안해 화상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HR 상무, GE Korea 인사총괄전무, 콘티넨탈코리아 HR 부사장 등을 거쳤다. 조직혁신분야의 인사전략가로서 HR분야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리더십 개발 및 코칭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감안해 화상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HR 사이드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화두, 혹은 주목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제일 중요한 것은 빠른 성과관리죠. 이 성과관리의 개념과 주체가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해요. 기존엔 리더가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서 그 목표에 따라 팀원들이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리더의 목표가 아니라 고객의 만족이 주어가 되는 시대가 됐어요. 고객이 우리와 마주하는 순간순간의 접점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자연스레 그런 고객 접점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감정관리로까지 성과관리가 연결됩니다.

최근 이슈가 됐던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불만이라든가 카카오의 다면평가 논란 등에서도 드러났듯, 이제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부의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다 터지게 되어 있어요. 쪼개고 쪼개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진 상황입니다. 직원이 매일매일 느끼는 리더와의 접점, 동료들과의 접점들에서 긍정 경험이 많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회사에서 유행하는 프로그램이나 거대 담론을 가져와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지금 직원들의 마음 상태가 어떻고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요즘 HR의 가장 큰 화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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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접점에서 감정관리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소규모 회사는 몰라도 구성원 숫자가 수천~수만에 이르는 큰 기업들은 참 어려운 과제일 것 같아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해요. 큰 조직들은 대부분 직원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요, 사실 그것 자체가 역설이에요. 1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파악한다고 했을 때 통으로 서베이 문항을 주고 평균값을 내어 개선점을 추적합니다. 개중엔 10점 준 사람도 있고 2점 준 사람도 있을 텐데, 평균으로 도출된 5~6점에 근거하는 것이 무슨 정확한 분석이 되겠어요? 진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들으려면 대기업들은 일단 팀으로 많이 쪼개야 해요. 가령 삼성의 만족도, LG의 만족도 이런 개념이 아니라 ‘LG ○○사업부의 만족도’ ‘삼성 △△팀의 만족도’ 식으로 단위를 확 낮추는 거죠.

직원 접점에서 그들의 감정을 알려면 만족도를 묻는 질문의 형태도 바뀌어야 해요. 예를 들어 가장 긍정적이었던 접점은 언제 어떤 것이었으며,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겁니다. 10점 척도를 가지고 회사의 이런 저런 요소를 평가해 달라는 식의 기존 만족도 조사는 진짜 필요한 지점에서 직원들의 생각을 반영하기가 어려워요.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직원 관계 관리를 위한 내부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되, 정량적 접근보다는 정성적 방법론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그렇죠. 인공지능이나 테크놀로지는 패턴을 분석하잖아요. 그에 비해 사람이 분석해야 하는 건 경험입니다. 제이콥 모건(Jacob Morgan)의 직원경험이론에선 직원이 부정적 경험을 했던 그 순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긍정 경험의 순간을 더욱 강조하려는 노력이 선진적인 거대 담론을 도입하고 큰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해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기업이든 소기업이든 제도와 프로세스에 목 맬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주인공으로 두고 그 안에서 불편함을 빠르게 해소시켜줄 방법을 찾는 것이 인사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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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 대표(왼쪽)는 "좋은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조직의 성숙도를 볼 것"을 당부했다.
정태희 대표(왼쪽)는 "좋은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조직의 성숙도를 볼 것"을 당부했다.

최근 카카오의 다면평가가 말이 많았습니다. 취지는 동료들의 평가를 고루 반영해 좀 더 수평적인 업무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일부 직원들에겐 굉장히 큰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원 감정을 관리하기는커녕 오히려 격렬하게 건드려서 최악의 경험을 준 것 같아요.

사실 다면평가는 필요악이에요. 주변에서 나를 평가한다는 것이 무서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남들 눈을 통해 알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좋은 거죠. 문제는 조직의 성숙도에 있어요. 다면평가를 왜 하는지 내부의 이해가 충분히 없고, 팀장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동료들의 평가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잘 모르는 가운데 그런 담론을 도입하게 되면 예정된 재앙을 만나게 돼요.

인사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 행위(Do)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던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다면평가를 예로 들면 다면평가를 왜 하는지, 그것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이고 실제로 변화된 리더가 누구인지를 구성원들이 알게 해야 해요. 동시에 다면평가시 조심할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시키고 준비시켜야 실패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닥치면서 모든 게 다 변화하게 됐습니다. HR 분야는 코로나 이후 일선 현장에서 어떤 현실적 고민이 뒤따르고 있나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소통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언급한 목표관리, 성과관리입니다.

우선 소통 측면에선 회의문화를 말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주로 온라인으로 대면하고 모이게 되는데요. 사전에 철저히 말할 것을 준비해야 주어진 시간에 제대로 의견을 낼 수가 있습니다. 과거엔 회의하자고 해도 그냥 모이는 일이 많았잖아요. 그러다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대화가 길어지고 언쟁이 있으면 소주 한 잔 하면서 풀기도 했고요. 그에 비해 온라인 회의는 최대한으로, 최고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할 말이 없는 거죠.

달라진 소통 방식을 고맥락과 저맥락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대화시 비언어적인 요소 즉 목소리 톤이나 표정, 끄덕임, 손짓, 옷차림 등은 전부 고맥락이에요. 실제로 만났을 때 말 이상으로 소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거죠. 그런데 언택트가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저맥락의 시대가 됐어요. 표정이나 행동보단 언어를 통한 의사전달 능력이 중요해요. 한 시간 회의를 진행한다고 해도 준비된 소통, 간결한 말, 직관적인 단어로 상대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서로 시간 낭비 없이 똑 떨어지는 대화값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성과를 놓고 보면, 저는 인사관리가 성과관리고 성과관리가 목표관리라고 생각해요. 좋은 제도나 복지를 만들고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일이 재미있어야 오래 그 일에 몰입할 수 있어요.

다니엘 핑크는 동기이론에서 본인이 일하는 것에 목적성이 있어야 하고, 그 일을 스스로 할 줄 알아야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월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까지 무엇에 집중해야 하고, 그 일을 왜 하고, 수행했을 때 나에게 뭐가 좋은지를 알도록 해줘야 해요. 단기적인 목표를 알게 하는 관리는 바로 소통과 연결되는 것이고, 구성원들의 개인적·상황적 맥락을 고려해야만 적절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어요.

이런 성과관리를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이라고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그 목표와 평가지표를 가지고 빠르게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실패는 용인해도 무능함은 용서할 수 없는 요즘 시대에 빠르게 결과 중심으로 가되, 아웃풋(output)이 아니라 아웃컴(outcome)을 만들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잡포스팅하지 말고 스킬포스팅하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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