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진심 어린 사과’가 주는 교훈
동아제약의 ‘진심 어린 사과’가 주는 교훈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3.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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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이슈 폭발력 재확인…대표이사 직접 등판이 여론의 주목도 높여
회사의 공식 커뮤니케이션, 준비된 채널 통해 준비된 메시지로 나가야

[더피알=강미혜 기자] ‘성차별 면접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던 동아제약이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지난 22일 내놓았다.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불거진 직후 최호진 대표가 사과글을 올린 데 이어 2주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사과문이었다.

'면접 성차별' 논란 이후 동아제약 홈페이지에 게시된 두 번째 사과문. 

동아제약 측은 “진심 어린 행동이 필요한 순간이라 생각한 만큼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재발방지 대책 마련 후 사과문을 게재하다 보니 조금 늦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의 이번 성차별 논란은 이슈의 발생과 확산 양상, 그리고 회사의 사과 등 익숙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낯선 장면도 목격됐다.

젠더이슈가 온라인 채널에서 발화해 → 언론보도로 연결되며 논란이 증폭됐고 →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으로 귀결됐다. 특히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이라는 사회적 맥락과 결부돼 관심이 더욱 커졌다. 사회적으로 민감도 높은 이슈가 위기로 바뀌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관련기사: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면접 성차별’ 동아제약

다만 대표이사가 발화지점에 직접 등판해 사과함으로써 여론의 주목도를 높인 것은 특이점이다. 이후 최초 문제 제기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듯한 제3 자의 ‘이견’이 나오면서 여론이 갈렸음에도 모든 잘못을 인정하는 저자세로 사과의 조건을 대부분 수용한 것도 보기 드문 대응 방식이었다. 

실제로 동아제약의 두 번째 사과문을 보면 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면접자의 요구를 반영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면접자는 브런치 글을 통해 최호진 대표의 첫 번째 사과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동아제약 채용 홈페이지 메인에 보름 이상 게재’할 것을 요구”하고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성차별 질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왜 잘못인지를 설명하고, 사내 인사 제도 개편 방안을 담은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문”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세세하게 적은 바 있다. 

면접 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최호진 대표의 '유튜브 사과글'을 비판하며 후속으로 요구한 내용. 브런치 캡처 

동아제약 측이 이 요구를 받아들여 두 번째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해당 면접자가 “할 말은 많지만 사과를 받겠다. 화해의 의미로 최호진 사장님께 <82년생 김지영>을 보낸다”고 입장을 밝힘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부정 이슈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지속되는 상황을 회사가 빠르게 수습하려한 의도가 읽히지만, 당초 최고경영자의 이른 개입은 ‘개인 vs 기업’의 대결 구도를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 처음부터 대표이사가 나서서 잘못을 인정했으니 사실관계가 어떻든 이후 나오는 ‘다른 얘기’는 변명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회사의 입지를 좁게 만든 것이다.

또한 비판글이 올라온 댓글 공간에서 다소 캐주얼한 방식으로 대표이사가 사과 의사를 표현한 것도 불꽃에 장작거리를 제공한 셈이 됐다. 마케팅 목적으로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의 댓글창은 엉망이 돼버렸고, 그렇게 드러내 놓고 사과하고도 ‘진정성 없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런 식의 대응은 유사시 회사의 공식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경우 준비된 채널을 통해 준비된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전파하라는 위기관리 원칙과는 거리가 있는 접근이다.

위기시 빠른 사과도 중요하지만 급한 사과는 도리어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이슈에 끌려 다니고 여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전략적 인내와 전략적 개입을 적절히 판단하고, 원칙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회사 차원에서 참고할 만한 위기관리의 선례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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