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우절 마케팅은 ‘선 넘지 않는 유잼’
올해 만우절 마케팅은 ‘선 넘지 않는 유잼’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1.04.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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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제품 출시 및 소비자에 거짓말판 깔아줘
농담이 되레 리스크 될라…폭스바겐 ‘눈치 없는’ 사례 눈길

[더피알=조성미 기자] 올해는 만우절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때 ‘마케터들의 명절’로까지 불리던 만우절이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만우절을 차분하게 지났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올해도 소비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색 제품의 출시정도로 갈음하는 분위기입니다.

빙그레는 불닭소스를 첨가해 매운맛 나는 아이스크림인 ‘멘붕어싸만코’와 에너지드링크를 아이스크림으로 변신시켜 더위 대신 ‘졸음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롯데제과는 겉모양은 기존 죠스바 모양 그대로이지만 속에 기존의 딸기 맛 대신 멜론 맛의 아이스 믹스를 넣은 ‘메론먹은 죠스바’를 200만개 한정으로 출시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만우절 하루 동안 연재 중인 381개 작품의 썸네일을 토이쿠키로 만든 이미지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보는 화폐가 쿠키인 점에서 착안한 것인데요. 네이버웹툰은 진짜로 쿠키를 굽는 것을 넘어 풀무원과 함께 한정판 토이쿠키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만우절을 앞두고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381개 작품의 썸네일 이미지가 토이쿠키로 만든 이미지로 변경됐다.
만우절을 앞두고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381개 작품의 썸네일 이미지가 토이쿠키로 만든 이미지로 변경됐다.

또 한 가지 달라진 풍경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직접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거짓말을 듣는 겁니다.

만우절 마케팅의 목적이 ‘진짜야?’라는 의문이 들 만큼 재미난 이야깃거리로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는 것이죠. 하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판을 깔고 소비자들이 직접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해외여행을 가는 척 장바구니에 담아두면 추첨을 통해 해당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설렘을 느끼던 행복한 순간을 선물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만우절과 식목일 기간(4월 1~5일) 동안 참신한 거짓말을 독려합니다. 나무인형의 코가 자라나 목표치인 50만m가 되면 나무심기사업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사회적 의미를 담은 이벤트라고요. 

이와 더불어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9억짜리 지구가 올라온 것을 비롯해, 신박한 아이디어로 잠깐의 웃음을 주는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만우절 분위기가 사뭇 점잖아진 건 엄중한 시국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장난 한 번 치려다 선을 넘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덜 재밌게 지나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죠.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거짓말 배틀을 개최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거짓말 배틀을 개최한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가 곧장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만우절을 앞두고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미국 법인명을 ‘볼츠바겐’으로 바꾼다는 농담을 정색하고 던졌다가 뭇매를 맞는 상황입니다. 사명 변경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사업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선언으로 읽히며 주가까지도 출렁인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재미있자고 한 일이 노잼으로 끝나는 것은 무척이나 슬픈 일입니다. (더피알의 몇 해 전 만우절 농담을 농담으로 알아챈 분들이 별로 없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농담으로 시작한 것이 브랜드 리스크가 되는 것은 훨씬 더 무서운 일이죠.

이제 마케터들에게는 고민이 하나 더 추가되겠네요. 인구에 회자될 재미난 일이면서도 선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그 고민의 해답을 찾으셨을지, 내년 만우절을 기대해보겠습니다. 물론 코로나19는 멀리 사라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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