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디어 전문기자가 ‘월간 프로젝트’ 시작한 이유
한 미디어 전문기자가 ‘월간 프로젝트’ 시작한 이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4.19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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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인터뷰] 한정훈 JTBC 미디어 전문기자
코로나 팬데믹 계기 스트리밍 시장 빅뱅 주목, 한국에 미칠 영향 분석·연구 중
콘텐츠-플랫폼-마케팅 흐름과 의미 매달 책으로 정리

[더피알=강미혜 기자] 콘텐츠 판이 흔들리는 지금, ‘넥스트 인플루언서’가 누구냐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글로벌 미디어 NOW’라는 책이 동일한 저자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공통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미디어 시장과 산업을 탐색하려는 목적이다.

묵직한 주제 하에 월간 단행본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는 한정훈 JTBC 미디어 전문기자다. 더피알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각 영역 침투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디애나 블루밍턴에 머무르고 있는 한 기자와 랜선으로 만나 플랫폼이 가져온 콘텐츠 변화, 또 플랫폼을 이끌 콘텐츠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한정훈 JTBC 미디어 전문기자.
한정훈 JTBC 미디어 전문기자. 현재 미국 인디애나 블루밍턴에 머무는 한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텀으로 책을 내게 됐나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스트리밍 전쟁은 더 가속화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시장, 한국과도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미국에서 미디어 기업과 콘텐츠,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빠른 미디어 소비 변화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장 분위기와 경험을 살려 시장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담은 글을 쓰고 이를 공유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미디어 특히, 스트리밍 시장을 콘텐츠와 플랫폼, 마케팅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보는 시도도 많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중기 트렌드를 잡기엔 깊이가 다소 아쉬웠고, 학교에서 생산하는 논문은 전문적이지만 너무 깊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정리하긴 단행본 형태가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현직 기자로 20여 년을 일하다 보니 마감에 익숙합니다. 주기적으로 책을 내기로 한 만큼, 체계와 발간 시기를 정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매년 정리한다는 계획이었고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연초엔 콘텐츠 시장과 한 해 전망에 대한 책을 내고, 매년 중순에는 플랫폼과 미디어 정책과 관련한 저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스트리밍 전쟁>을 발간하시게 된 거군요.

네. 첫 책의 주제를 결정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영향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빼곤 지금의 미디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2019년 말부터 미국에 확산되기 시작했고 2020년 초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이 시장에 참전했습니다. 전용 콘텐츠 제작도 매우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그야말로 미디어 빅뱅이 일어난 건데, 저는 이 변화가 그냥 짧은 바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런 현장의 변화를 담은 책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스트리밍 전쟁>입니다.

대화 중 미국 플랫폼·콘텐츠 시장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특별히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는 건가요.

커리어 히스토리를 포함해 약간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요.(웃음) 2003년 기자를 시작해 신문, 방송사에서 미디어 분야만 계속 취재해왔습니다. 수습 몇 년을 빼곤 주로 미디어 산업과 정책 분석 및 취재를 담당했는데요.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회사(JTBC)에서 2019년 해외 연수 기회를 줬습니다.

그래서 미디어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연수를 준비했는데요. 당시(2019년)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빅뱅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를 내놓을 예정이었고, 애플도 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미디어 주도권이 TV 방송사에서 넷플릭스 등 IT 기술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었죠. 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각자의 플랫폼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가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미디어 변화 현장을 경험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등을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문의하고 자료를 찾아본 끝에 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며 배우는 방법이 제일 좋겠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숙명여대 심재웅 교수님 소개로 미국 네바다주립대 저널리즘 대학 레이놀즈 스쿨(Reynolds School of Journalism, University of Nevada, Reno) 연구원으로 1년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레이놀즈 스쿨은 많은 기자를 배출하고 뉴미디어 변화와 저널리즘 연구에 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곳 교수로 계신 윤기웅 교수님(7월부터 부학장)께서 취지에 공감하며 흔쾌히 받아 주셨습니다. 윤 교수님과는 토론도 많이 하고 CES 전시회, CNET 등 미디어 기업과 현장도 함께 방문했습니다. 1년 동안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JTBC 미디어 전문기자로 복귀했죠. 한국에서 일하다 지금은 다시 휴직하고 미국에서 머물고 있고요.

미국에서 최근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미디어나 콘텐츠는 뭔가요? 역시 OTT겠죠?

네. 스트리밍 서비스(한국에선 OTT가 익숙하죠)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입니다. 미국에선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되다 보니 장르별로 이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는데, 뉴스도 같은 상황입니다.

특히, 뉴스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그룹들(NBC, CBS, CNN, ABC)이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에 모두 진출하면서 뉴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NBC의 모회사인 NBC유니버설은 ‘피콕(Peacock)’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NBC는 이 플랫폼에 ‘오버뷰(overview)’라는 스트리밍 서비스 전용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내보냅니다. 모바일 환경에 맞게 짧은 인터뷰와 20분 내외의 적당한 길이로 제작됐고, 진행도 차고에서 하는 등 자연스러운 연출이 특징입니다.

뉴스미디어의 스트리밍 실험은 국내에선 다소 먼 얘기인 것 같아요. 그나마 토종 OTT들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나 콘텐츠 퍼블리싱을 위해 이종 사업자 간 협업하는 게 대세가 된 듯합니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고, TV 콘텐츠 제작 시장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TV프로그램들도 다양한 주체들이 협업 하에 만들어졌잖습니까. TV 시장이 아주 핫(hot)했으니까요.

지금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그렇습니다. 미디어 주도권이 구독 시장,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니 많은 콘텐츠 회사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봅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도 영상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스트리밍 서비스(훌루)와 케이블TV 채널(FX)에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뉴스 미디어 악시오스(AXIOS)는 유명 인사의 독점 영상 인터뷰 프로그램을 만들어 HBO MAX(AT&T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AXIOS ON HBO’라는 이름으로 공급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이 인터뷰에 등장한 적이 있죠.

최근엔 CNN과 뉴욕타임스가 손을 잡고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입니다. 이 프로그램도 조만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소셜미디어 회사들과의 협업도 활발합니다. NBC유니버설은 숏 폼 소셜 미디어 서비스 스냅챗(Snapchat)과 협업해 Z세대 전용 뉴스를 만듭니다. ‘스테이 튠드 Stay tuned’라는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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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주도권이 구독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하셨는데,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대 포털이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준비해 조만간 론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디어사뿐만 아니라 콘텐츠 있는 개인들도 그 대상인데, 미디어 전문가의 견해가 궁금하네요.

결국 핵심 콘텐츠나 서비스의 존재 여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지금 구독 모델들도 급격히 늘어나보니, 한 달에 쓰는 돈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여기에 꼭 써야하는 효용 가치나,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를 가입하고, 각종 클라우드 비용, 쿠팡까지 사용하고 난 뒤 여력이 어느 정도일지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수준의 메일을 쓰고 늘 볼 수 있는 기사만 찾아 볼 수 있다면 포털의 구독 모델은 쉽지 않은 길을 갈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와 티빙 제휴, 버티컬 뉴스 서비스(뉴스 유료 구독) 등은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선 좋은 마케팅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도 포털 관점에서 본다면 구글을 제외하곤 특별한 유료화 구독 모델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결국 구글도 메일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웹하드를 서비스하고 최근엔 유료 방송 플랫폼 모델인 유튜브TV(월 65달러에 90여 개 실시간 및 스포츠, VOD서비스 제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구글의 목표에는 못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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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프로젝트를 비롯해 책 발간을 위해 개인적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했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국내에서도 언론사나 개별 기자들의 뉴스레터 시도가 활발해졌습니다. 미국은 뉴스레터 플랫폼을 활용한 실력 있는 프리랜서 기자들이 많아졌다고 하던데.

말씀하신대로 미국에서 뉴스레터는 유행입니다. 점점 더 확산되는 추세예요. 서브스텍(Substack) 등 전문 뉴스레터 플랫폼도 확산되고 있고, 트위터도 뉴스레터 스타트업 레뷰(Revue)를 인수했어요. 페이스북도 연내 뉴스레터를 시작하기 위해 실험에 들어갔고요.

악시오스(AXIOS)는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디지털 미디어 언론사를 인수해 로컬 뉴스레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신문을 보지 않는 구독자들에게 지역 소식을 직접 전해주는 겁니다. 포브스는 아예 뉴스레터 전문 크리에이터를 30명 정도 고용합니다. 포브스와 계약을 맺고 유료로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의 뉴스레터를 보내는 인력입니다.

현재 뉴스레터는 두 개의 붐이 겹친 것이라고 됩니다. 전체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등 DTC(Direct to Consumer) 서비스가 확산되다 보니 그동안 미디어에 속해 있던 전문 영역의 기자들이 오디언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관련한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늘다 보니 과거보다 기술적으로도 편리해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언론사들이 광고 모델 등의 한계로 어려워져 기자들이 새로운 수익 사업을 위해 뉴스레터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엔 유료 뉴스레터 시장이 보다 활발합니다. 서브스택만해도 2021년 1월 기준 뉴스레터 회원이 25만명 정도 돼요. 유료 뉴스레터의 경우 대개 10%의 수수료가 부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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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훈 기자는 '스트리밍, OTT, 콘텐츠...그리고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4월 셋째주 동향을 정리한 글 화면 캡처.
한정훈 기자는 '스트리밍, OTT, 콘텐츠...그리고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4월 셋째주 미디어 동향을 정리한 글 일부. (*클릭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주목 받는 플랫폼하면 클럽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신간에도 소개가 돼 있는데, 국내에선 벌써부터 반짝 열기에 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도 그렇습니까?

제가 미국 분위기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는 미국도 과열된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클럽하우스가 인기는 있어요. 그래도 신기해서 너도나도 사용해보는 상황은 진정됐습니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과 오디오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소셜미디어 서비스도 그렇잖아요. 처음엔 사람이 몰리다가 나중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한정되기 마련이죠. 오디오가 기존 대면 모임이나 채팅을 대체하긴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커뮤니케이션 특성상 한국보다는 아직은 열기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워낙 사람이 많기도 하고 일부 셀럽들에 의해 부추겨진 바람이 덜하니까요.

현재 클럽하우스는 일부 기업 대상 유료화 등 향후 수익 모델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업 CEO 초청 유료 오디오 채팅이나 영화 출연진 초청 유료 질의응답 등입니다. 증권 전문가들이 여는 유료 강의에는 클럽하우스 측이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클럽하우스 인수를 바라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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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신간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실 텐데요. 다음달 프로젝트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지 귀띔해주신다면.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의 각 영역 침투를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장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판(플랫폼)은 어느 정도 조성됐고, 요즘엔 판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입니다. 장르별로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나오고 또 포맷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맞춰서 바뀌고 있는데, 조금씩 떼어내서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뉴스 스트리밍,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각 미디어 기업들의 오디언스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 이런 분위기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구독경제가 일정 수준 완성되다 보니 마케팅, 광고 등을 위해선 몰입을 위한 도달이 중요해요. 결국 오디언스 확보가 관건입니다. 과거처럼 공급자 마인드로는 오디언스를 쉽게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많이 보는 시대에서 지금은 얼마나 오래 보냐 등 시간을 지배하는 싸움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DTC가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이어주는(Direct to Consumer) 경향도 만들지만, DTC(Direct to Creator), 즉 오디언스와 크리에이터를 중간 플랫폼(미디어) 없이 만나게 하니까, 이 영역에 대한 미디어 기업들의 준비 상황도 면밀히 파악하려 합니다.

당초 예상보다 한 기자와의 랜선 토크는 꽤 길게 이어졌다. 미디어 시장의 뉴노멀이 만들어지는 변화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상과 이슈가 많다는 방증이다. 일회성 대담이나 텍스트 인터뷰를 통해 거대 흐름을 지속적으로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5월부터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핵심 인사이트 중심으로 풀어내는 선에서 현재 주제와 형식을 고민 중이다. 독자 여러분의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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