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변인 임명에 대한 두가지 아쉬움
靑 대변인 임명에 대한 두가지 아쉬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4.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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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소통전문가 필요한 시기에 교육전문가 임명
‘대변인=메시지’ 측면서 오해 소지도…과거 ‘문라이트’ 영상으로 불필요한 이야깃거리 제공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경미 청와대 신임대변인. 뉴시스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경미 청와대 신임대변인.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청와대가 지난주 새로운 참모진 명단을 발표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은 다름 아닌 신임 대변인. 낯익은 이름이 올라있었다. 박경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5번째로 맞이한 대변인이다.

박 대변인 임명에 대한 청와대의 변(辯)은 이러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청와대와 국민, 언론의 가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당 국회의원을 한 차례 지내고 교육비서관으로서 참모진에 몸담고 있었던 만큼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대목에서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게다가 박 대변인은 민주당에서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을 지냈기 때문에 ‘청와대의 입’으로 활동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대변인 하면 떠오르는 언론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신선함을 줄 수도 있을 터다. 전임 대변인인 강민석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고민정·김의겸 의원은 언론인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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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기대와 지지가 컸던 정권 초기였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인사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유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을 향한 청와대의 소통능력이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지쳐있고 민생 또한 팍팍하기만 하다. LH 사태로 드러난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민심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는 지난 7일 치러진 재보선에서 여당의 참패라는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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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기 압도적이었던 대통령 지지율도 30%대로 내려갔다.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겠지만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는 ‘소통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와대가 자리 해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 청와대의 스피커가 돼야 할 박 대변인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대로 대변인 경험이 있긴 하지만 원래 박 대변인은 학자출신이고 교육분야에 전문성을 두고있는 인물이다. 청와대가 어떤 점을 면밀히 고려해 그를 대변인에 앉혔는지 모르겠지만 더욱 적합한 인물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대변인이라는 직의 상징성과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청와대가 너무 단편적인 시각에서 인사를 단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변인은 호의적인 메시지를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메시지 영향을 최소화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때론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사람이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면 대통령의 입으로서 가장 적절한 방법과 채널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내야 한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언론 생리를 잘 아는 유력지 출신 기자나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는 측근보다는 국민 눈높이에서 청와대의 뜻을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소통 전략가’가 필요한데 이 점이 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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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신임 대변인과 관련해 꺼림칙한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박 대변인은 지난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박경미가 문재인 대통령께, Moon Light’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린 바 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피아노로 직접 연주하는 영상이다.

지금은 내려갔지만 박 대변인의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들은 사뭇 곱지 않은 논조로 해당 영상을 뒤늦게 화제에 올리고 있다. 과거 행적 하나로 불필요한 이야깃거리 하나를 언론에 던져준 격이다. ‘친문’ 이미지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실망스러운 시선을 고려하면 ‘대변인=메시지’ 측면에서 결코 긍정적 효과를 주지 못한다.

물론 어떻게 보면 사소한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함이 쌓이면 오해가 된다. 개인의 오해는 대화로 풀면 되지만 청와대나 정부에 대한 오해는 언론과 국민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대변인은 오해를 풀어야 하는 최일선에 서 있다.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박 대변인이 이같은 점을 명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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