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건강을 위한 영감을 찾아서
[마케팅 현장] 건강을 위한 영감을 찾아서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4.23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촌에 위치한 엔자임헬스의 책방, 일일호일 탐방
멋드러진 한옥을 자랑하는 일일호일 전경.
멋드러진 한옥을 자랑하는 일일호일 전경. 사진: 정수환 기자

[더피알=정수환 기자] 일주일에 한두 번은 서점에 꼭 들릴 정도로 책을 사랑하지만, 이상하게도 잘 가지 않게 되는 코너가 있다. 바로 ‘건강’ 코너다. 몸이 그렇게 건강하지도 않은 편이라 어쩌면 가장 애용해야 할 코너인데, 좀처럼 걸음이 가지 않는다. 더 나아지기 위한 무수한 정보와 팩트의 나열이 왠지 정 없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픈 것도 서러운데 건강 코너의 책들은 계속 내가 잘못한 거라고 나무라고, 꼬집는다.

그래서 헬스커뮤니케이션 기업인 엔자임헬스가 ‘일일호일’이라는 건강책방을 만든다고 했을 때, 개인적인 색안경을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 취재하러 가면서도, 왠지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으러 가는 느낌이었다. ‘좀 더 건강에 떳떳한 내가 될 걸’ 싶어 많이 위축되기도 했다.

그런데 ‘매일 매일 건강한 하루’라는 뜻을 가진 이 서점을 직접 방문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참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곳은 건강의 정의를 좀 더 새롭게 확장하고, 소소한 모든 일상 속에서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말 그대로 건강을 케어해주는 책방이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샷과 얼음을 부드럽게 갈아 만든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맛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샷과 얼음을 부드럽게 갈아 만든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맛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엄선된 100권의 책

일일호일은 서촌에 위치한다. 일일호일의 책방지기이자 편집장인 엔자임헬스 김민정 본부장은 “서울의 중심에 있어 접근성도 좋지만, 서촌은 동네 자체의 특성이 우리 책방과 닮아있다. 아파트 단지나 번화가에서는 볼 수 없는 매일 매일의 여유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한옥이 많은 서촌답게 책방 역시 한옥에 입주해있다. 풍경을 보니 걸음걸이가 절로 느긋해진다. 그렇게 마당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햇빛도 쬐는 등 취재를 핑계 삼아 봄날 온갖 여유를 부렸다. 손님들도 일일호일에서 판매하는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느긋하게 자연광을 즐기고 있었다.

여유로운 마당. 사람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여유로운 마당. 사람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사진: 정수환 기자

책방 안으로 입장하니 편히 쉴 수 있는 너른 카페 공간도 보였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진열된 책이다.

100권의 건강책이 전시돼 있었는데, ‘고혈압 완치하는 법’, ‘허리 디스크 고치는 법’ 등의 서적을 예상했지만 완벽히 빗나가 당황스럽기도 했다. 100권 중에는 (기자가) 재미있게 읽었지만 전혀 건강책이라 생각해보지 못한 책들도 있었으며 그 장르 또한 소설, 에세이, 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했기 때문이다.

김민정 본부장은 “지금의 건강책들은 정보서 중심으로 출판되다 보니 일반인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모두 가치 있는 정보지만 일방향으로 흘러온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소설 한 권, 시 하나에도 건강에 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며 “전 장르를 망라해 건강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100권의 책이 엄선돼있다.
건강 정보가 들어간 다양한 분야의 책 100권의 책이 엄선돼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100권의 책은 엔자임헬스에서 자원을 받아 자발적으로 꾸려진 일일호일 건강백서 큐레이션 위원회 ‘일일책친’ 8명에 의해 선정됐다고 한다. 주제를 한없이 넓히면 선정에 애를 먹기에 신체 및 일반 건강/정신 건강/사회 건강/환경/동물의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책을 모았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총 100권을 선정하기 위해 건강선 추구, 보편적 재미, 새로운 시도, 대표성이라는 4가지 항목을 각각 평가해 점수를 매겼다.

책 선정에만 6개월이라는 시간을 쏟으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 긴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건강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문예창작학과 전공 PR인의 큐레이션

앞서 등장한 책방지기인 김민정 본부장은 17년차 PR인이지만, 전공은 문예창작학과로 조금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가슴 한편에는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책을 좋아하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 꿈을 이렇게 빨리 이루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신이 나서 즐겁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회사의 첫 프로젝트이기도 해 부담이 컸지만, 그가 가진 책에 대한 지식과 관심은 일일호일의 안정적인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방문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그에 따른 책 큐레이션도 가능하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여러 이유로 인해 속이 시끄러웠고 우울감이 매우 컸었다(tmi지만 지금은 괜찮다). 그래서 이런 상태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달라 부탁했다. 그렇게까지 속내를 솔직히 밝힐 생각은 없었는데 느긋하고 여유로운 주변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언제든 선뜻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된 책방 점원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말이 술술 나왔다. 마치 사랑방에 쉬러 온 느낌이었다.

각 책에는 추천하는 이유가 적혀있다.
각 책에는 추천하는 이유가 적혀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김 본부장은 매우 신이 난 채로 책 몇 권을 가지고 왔다. 가장 먼저 추천해준 책은 김범석 교수의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였다. 그는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이 진료를 하면서 만난 환자분들에 대한 기록이다. 죽음의 목전에서 다시 살아난 사람들, 완치된 사람들, 죽음을 목도한 사람들 등 다양한 삶을 지켜보며, 이 모든 것이 가르침이었다고 하는데 상당히 울림이 있던 책”이라고 추천했다.

좋은 책이지만 뭔가 확 와닿지 않아 한 권 더 추천을 부탁했다. 이번에 김 본부장은 에마 미첼이라는 박물학자의 ‘야생의 위로’를 언급했다. “우리 서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책이다(웃음). 저자는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는데, 산책을 통해 이를 극복해내려 한다”며 “물론 모두 비슷비슷해 보이는 자연 풍경이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 꽃은 겨울을 견뎌내고 발아하며, 새는 수천킬로미터를 날아온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저자는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산책하면서 위로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요즘 산책에 관심이 많다. 여행을 못 가기에 흔한 도시를 나만의 기준으로, 나의 잣대로 해석하며 돌아다니는 게 하나의 낙이다. 그런데 저 책을 읽으면 여기에 자연을 살피는 즐거움까지 더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냉큼 구매했다. 예전에 ‘사적인 서점’이라고 해서 상담받고 책을 처방받는 서점을 방문한 적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 밖에도 2-3권 더 추천을 받았다.

공간을 꾸리는 데 종종 애를 먹는다고 한다. 눈이 오면 눈을 치우고, 비가 오면 비도 닦아내야 한다. 한옥에게는 번거롭지만 꾸리는 매력이 있다.
공간을 꾸리는 데 종종 애를 먹는다고 한다. 눈이 오면 눈을 치우고, 비가 오면 비도 닦아내야 한다. 한옥에게는 번거롭지만 꾸리는 매력이 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김 본부장은 “그동안 해왔던 PR업무와는 상당부분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공간을 가꾸는 것부터 다르다. 특히 한옥이라 관리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참 부지런해야 한다”며 “또 이전보다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너무나 즐겁다. 서촌 지역 분들을 주로 만나지만 그 외에도 환우분, 환우회 활동하시는 분, 질병 의학 연극 전문가 등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만난다. 건강을 이야기하는 이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갖고 있던 건강에 대한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참 의미 있는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플랫폼을 꿈꾸며

점점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일일호일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코로나’ 때문이다. 이렇게 코로나가 장기화될 줄 모르고 건강 플랫폼을 꿈꾸며 작년 한 해를 꼬박 준비했건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김 본부장은 “본래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책방으로 가져가면서, 책 속의 여러 건강 소스를 찾아 콘텐츠로 만들고, 1년에 3-4번 정도는 대형 테마 기획전을 하려고 했었다. 여기에 엔자임헬스가, 일일호일이 제시하는 건강의 새로운 관점들을 소개하려 했다”며 “공간도 각 테마에 맞게 변형하고, 관련 단체 및 협회와 협의해 프로그램도 만들고 제품도 함께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주춤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일 매일 여유있게, 느긋하게 건강을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지닌 서점답게 좀 더 조심히, 더 천천히 가려 한다.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운 대신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소통에 좀 더 주력을 두면서 브랜드를 열심히 알리고 있다.

김 본부장은 “우리 서점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나가면, 이를 토대로 할 수 있는 게 참 많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제공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