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민지’를 모은 사연
중앙일보가 ‘민지’를 모은 사연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5.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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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옴니채널 트렌드 반영한 공간 오픈 준비 중
MZ가 좋아하는 브랜드 담은 팝업스토어…매체 운영 위해 ‘민지 크루’도 결성
중앙일보의 민지맨션. 출처: 중앙일보

[더피알=정수환 기자] 브랜드는 본인들이 지향하는 가치나 철학을 ‘경험’의 형태로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바로 브랜드 공간이다. 쌍방의 요구가 합치된 상황이기에 코로나 시국에도 브랜드 공간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팝업스토어, 플래그십스토어의 형태로 다양한 브랜드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에 탑승한 의외의 기업이 있다. 신문사인 중앙일보다. 작년 8월 자매회사인 종합편성채널 ‘JTBC’가 체험 공간을 내놓은 데 이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중앙일보의 라이프스타일 분야 기자와 온·오프라인 기획자, 디자이너들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팀을 꾸려 ‘민지맨션’이란 공간을 5월 말 홍대입구역 부근에 오픈할 예정이다.

MZ세대 위한 플랫폼 지향

하지만 두 공간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JTBC의 공간인 JTBC play가 자사 브랜드 체험 및 홍보의 목적이 강하다면, 중앙일보에서 만드는 팝업스토어 민지맨션은 브랜드 플랫폼을 지향한다. 민지맨션 내 여러 브랜드가 입점해있고, 소비자들은 여기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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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맨션 기획에 참여한 중앙일보 윤경희 기자는 “이곳은 브랜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말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글자 그대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결국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민지맨션 측은 이런 소비자들의 철학에 맞는 다양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렸다.

다만 특정 브랜드가 단독으로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경우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 있다. 여러 브랜드가 한 공간에서 연대를 이뤄 느슨한 연결고리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민지멘션이 설계된 배경이다.
 

취지는 좋은데 왜 중앙일보가 이런 목적 아래 공간을 만드는 것인지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윤 기자는 “요즘 트렌드는 경험, 그리고 옴니채널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옴니채널에 대한 니즈가 계속 커져왔다. 미디어 입장에서 이 두 가지를 결합할 수 있는 하나의 브랜드,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옴니채널 :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각 유통 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 쇼핑 환경을 말한다(네이버 백과사전).

이런 옴니채널의 의미를 담는 코너도 중앙일보 홈페이지 내 별도로 만든다. ‘가치 있는 소비생활’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을 위한 리뷰, 브랜드 탐구 등을 소화할 예정이다. 해당 코너를 가동하기 위해 MZ세대로만 구성된 ‘민지 크루’도 이미 결성했다. 콘텐츠는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윤 기자는 “중앙일보의 대다수 독자가 연령층이 높다. 그래서 민지맨션과 민지리뷰가 MZ세대를 움직일 수 있는 캠페인성 매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중앙일보 쪽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민지맨션 1호점은 5월 28일 오픈될 예정이다. 

‘우리가 왜 MZ야?’ 묻는 찐 MZ를 위해

그런데 MZ세대는 왜 ‘민지’가 된 것일까. 여기에는 상상도 못한 이유가 있다. 윤 기자는 “많은 미디어와 브랜드들이 2030을 MZ세대라 부르며,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그런데 정작 그 연령대에 속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MZ가 뭐예요? 왜 우리를 MZ세대라고 불러요?’라는 피드백이 훨씬 많다”며 “본인은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남들이 자신을 이상한 이름으로 계속 부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반응에서 착안해 민지맨션 측은 MZ세대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그렇게 나온 이름이 ‘민지’다. 이름을 정하고 나니 2030세대에 ‘민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꽤 많다는 우연 아닌 우연으로 연결됐다.

윤 기자는 “민지 크루 중에서도 김민지님이 있다(웃음). MZ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민지’로 상정한 것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오히려 MZ로 불리는 것보다 민지로 불리는 게 더 좋다는 피드백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민지로 의인화되면서 귀여운 캐릭터도 탄생했다.

철저히 MZ세대의 반응에 따라 이름을 지은 만큼, 당연히 공간을 꾸릴 때도 이들 의견이 크게 반영됐다. 우선 서베이를 통해 공간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물어봤는데, ‘재미있는 공간이라면 돈을 내고서도 갈 의향이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그래서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1달동안 팝업이 운영될 민지맨션. 출처: 중앙일보
1달동안 팝업이 운영될 민지맨션. 출처: 중앙일보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곧 민지맨션 1호의 오픈이 예정된 가운데, 1호의 주제는 ‘리:러브(Re:Love)’다. 주제가 조금 모호해 보이지만 이 역시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윤 기자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를 단일로 내세우기보단 사는 방법,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등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리:러브’라는 큰 주제에 다시 옛 것을 사랑하는 ‘레트로’, 다시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성’, 다시 물건을 사는 ‘중고거래’, 다시 옛 것을 살펴보는 ‘헤리티지’, 나의 몸을 다시 생각하는 ‘바디 포지티브’ 등 다양한 하위 키워드를 모았다. 그리고 이에 맞는 브랜드와 프로그램이 민지 맨션 1호에 담겨있다.
 

MZ세대의 놀이터 꿈꾸며

민지맨션은 1호당 한 달간의 운영 기간을 둔다. 코너는 상시 가동이지만, 공간은 비주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는 1-2호 정도의 맨션을 더 열어볼 계획이며, 새로운 주제를 담은 ‘민지맨션 2호’는 9-10월쯤 오픈을 생각하고 있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도 마련한다.

윤 기자는 “다양한 주제, 브랜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많은 MZ세대가 자기만의 의미를 찾아가면 좋겠다”며 “궁극적으로는 민지맨션이 ‘메시지하우스’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 또 이곳이 MZ세대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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