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키우는 것보다 제품 사는 게 훨씬 편리하다는 역지사지 전략 내세워

[더피알=정수환 기자] 좋아하는 만화 중 ‘은수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수재이던 주인공이 공부 부담감에 못 이겨 홋카이도에 있는 농업 고등학교에 가게 되고, 거기서 발생하는 좌충우돌을 그린 내용입니다.
이 만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주인공이 실습에서 만난 새끼 돼지와 친해지는 장면입니다. 귀여운 돼지에 어느새 애착을 갖고 ‘돼지덮밥(!)’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는데요. 하지만 돼지에게는 정해진 운명이 있습니다. 바로 고기가 되는 것이죠. 3개월 뒤 출하의 날이 오고, 결국 돼지덮밥은 고기가 돼 주인공에게 돌아옵니다. 많은 부분을 생략해 매정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상당한 교훈과 감동을 준 에피소드였습니다.
내가 먹을 고기를 내가 직접 키운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쓰라린데요. 그런데 미국의 식품회사 ‘알파 푸드(Alpha Foods)’에서 ‘Grow your own meat(너 자신의 고기를 키워라)’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키트를 나눠주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 인간이 제일 무섭다더니, ‘은수저’와 같은 참상을 우리에게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진실을 알기 위해 우선 키트를 살펴봅니다. 그런데 키트에 포함돼 있는 건 동물이 아닌 씨앗? 그렇습니다. 알파 푸드는 식물 기반의 ‘대체육’을 취급하는 브랜드입니다. 이제야 ‘너 자신의 고기를 키워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갑니다. 대체육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키우라는 말이군요.
우리가 키울 수 있는 고기의 종류는 치킨너겟, 부리또, 포트파이 등의 3종류입니다. 부리또 재배 키트에는 해바라기 씨, 옥수수 씨, 양파 씨, 콩 씨, 밀 씨, 마늘 정향이 들어있습니다. 씨앗일 뿐임에도 왠지 식물 뒤에 ‘씨’라는 말이 붙으니 생명체 같은 섬뜩함이 있는데요. 기분 탓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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