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위기관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1)
어처구니없는 위기관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1.05.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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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사회적 감수성 결여, ‘요즘 애들은…’ 생각 여전
눈 감고 감(感)에 의존해 눈 뜬 상대와 충돌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유수 기업이 헛발질하고 쟁쟁한 임원진이 우스꽝스러워지는 이유는 뭘까?

[더피알=정용민]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학벌에 상당한 경영 훈련까지 받았다는 쟁쟁한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스스로 심각한 자세를 가지고 열심히 대응하려 만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왜 그런 결과로 이어질까? 그 아래 포진한 경험 많고, 현실감각이 뛰어난 임원과 관리자들은 대체 왜 그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까? 창구에서 열심히 해당 메시지를 전달하는 홍보실무자들은 실제로도 그 메시지가 괜찮고, 분명히 위기관리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까?

소기업이라면 대표를 포함한 몇몇이 고민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가끔은 그런 이상한 결과가 발생될 수도 있다 치자. 하지만,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이라 불리는 거대한 인재 조직은 왜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그런 메시지를 아무 의심 없이 발표할 수 있을까? 그에 관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

의사결정권자 개인의 사회적 감수성도 그렇지만,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기업이 아직도 많다. 최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이슈가 되고 실제 위기로도 이어지는 사회적 논란들을 살펴보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간다.

젠더 이슈만 해도 그렇다. 아직도 기업에서는 그냥 골치 아프고 시끄러운 이슈로만 접근하는 곳들이 있다. 사회적 공정이슈도 그렇다. 기업 스스로 지금까지의 관행에 갑작스럽게 왜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고 묻는 기업들이 많다. 환경 이슈도 그렇고, 노동 이슈에도 그런 태도가 아직 존재한다. 새로운 세대라 불리는 MZ세대와 관련된 이슈는 어떤가? 단순하게 ‘요즘 애들은…’이라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기업이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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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나 규제기관 또는 시민단체들, 심지어 직원들과 노조, 거래처에서까지 사회적 감수성을 키워 달라 계속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은 지지부진 상태인 경우가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세대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 완전한 인식의 전환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기업은 위기관리 시 전쟁터에서 갑옷을 입지 않고 싸우는 벌거숭이 병사와 같은 꼴로 이해할 수 있다. 매 순간이 위험하기도 하고, 꼴도 흉하다.

둘째, 내부 시각으로만 사회적 이슈와 위기를 다루려 한다.

자기 업계의 50년된 관행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 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컨설턴트가 왜 이런 잘못된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지 물으면, 이미 수십년간 해당 관행에 기반해 경쟁해 왔기 때문에 자사만 먼저 관행을 끊어 버리게 되면 경쟁에서 도태되니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일단 해당 관행이 문제가 되면 업계 모든 기업이 다치게 될 테니, 그때까지 유지하며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 이야기한다.

내부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당연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어느 대기업 퇴직 임원에게 ‘부조리가 상식화되어야 그 회사 생활을 잘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부조리까지도 상식이 되는 기업 내부였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서 내부 시각은 외부의 사회적 시각과 일부 갈등 또는 충돌하거나 심지어 그에 반할 수까지 있으므로 상당히 위험한 위기 요소가 된다.

내부의 시각으로만 외부 이슈나 위기를 다루는 것은 마치 눈을 감고 자신의 감에만 기반해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격투기 선수 같아 보인다. 운이 좋으면 상대에 타격을 입힐 수 있겠지만, 상대방은 눈을 뜨고 있으니 큰일이다.

셋째, 주변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부족하다.

해명문이나 입장문, 심지어 보도자료 하나도 그렇다. 사회적 민감성이 없는 조직 의사결정자들이 내부적 시각으로만 읽어 문제가 없다 판단한다. 누군가 제 3자적 입장에서 중립적으로 해당 메시지를 보아주더라도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을 그냥 쉽게 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그 공식 메시지를 접하는 언론과 온라인 공중들은 이내 배꼽을 잡는다. 어떻게 이런 메시지가 가능할까 하며 신이 나서 기사화를 하고, 포스팅이 이어진다.

메시지가 이상하니, 메시지를 내보낸 기업도 이상해 보인다. 그 기업의 오너나 임원들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유사한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먼저 내부나 주변의 조언이나 검토 없이 쉽게 메시지를 내놓는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상당한 비판과 비난, 비아냥이 이어지고, 온라인에서 희화화가 되기 시작하면 해당 기업은 다시 그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내놓는다. 그래도 문제가 사라자지 않으면 또다시 사과를 발표한다. 그러면서도 사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자사의 최초 메시지를 오독하고 오해한 언론과 온라인 공중이 문제라는 확신이 존재한다. 일단 태풍이 부니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그나마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조아린다.

주변에서 담담하게 자사의 준비된 메시지를 읽어주고, 그에 대해 만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해석과 감정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을 찾아보자. 순서가 복잡해 보이고, 시간이 없어 급한 메시징이 필요하다고 해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못 쓴다는 말을 기억하며 잠시라도 문제가 없을지를 여기저기 물어보자. 그게 위기관리다.

▷어처구니없는 위기관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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