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한겨레 ‘중력 거스르는’ 기사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한겨레 ‘중력 거스르는’ 기사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05.2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盧서거 12주기 날, 일베서 쓰는 조롱 표현 기사에 사용해 도마
국장단 회의 후 기사 수정…트위터리안 직접 해명, 매체 취재에 입장 표명
전문가들 “대응 적절했지만…시대적 감수성 높이고 근본적 원인 해결해야”
한겨레는 트위터 운영자를 통해 해당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 후 국장단 회의를 통해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한겨레 트위터 운영자가 기사 표현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 의혹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내부에 상황을 공유했다.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이슈 선정 이유 

관용적 표현이나 보통의 이미지가 사회적 맥락과 결부돼 곡해되는 일이 왕왕 벌어지고 있다. 일반 기업은 불필요한 논란을 막는 차원에서 조기에 대응해 진화하는 경우가 많다. 얼핏 위기관리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언론사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누구나 미디어가 되어 여론을 만들고 확성기 노릇을 하는 온라인 공간에선 기민한 판단과 움직임이 요구된다. 뉴스 소비자(독자) 관계관리 차원은 물론 언론사 평판과 신뢰를 해치는 리스크 요소를 적시에 걸러내야 한다.    

사건 요약

한겨레가 5월 23일자 기사 두 건으로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조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CNN 비즈니스 보도를 인용한 ‘중력 거스르는 세계 집값…’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비트코인 4대 폭락을 다룬 기사가 도마 위에 오른 것.  

논란의 대상은 부동산 분석 기사 제목에 들어간 ‘중력 거스르는’, 비트코인 기사의 부제목에 쓰인 ‘자유낙하’라는 표현이었다. 이는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말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기사들이 게재된 날이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당일이었다.

친노 성향으로 보이는 일부 누리꾼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비하할 목적으로 이런 표현을 썼다며 한겨레를 비판했다. 여기에 부동산 분석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과거 조선일보 계열 매체에 몸담았다는 이력까지 거론되며 의혹이 커졌다. 

현재 상황

한겨레 디지털뉴스팀은 당일 오후 트위터에서 해당 논란을 인지하고 내부에 전달했다. 국장단은 즉시 온·오프라인 회의를 열어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그런 뒤 CNN 비즈니스를 인용한 기사에 대해 한겨레 트위터 운영자가 직접 ‘해당 기사가 CNN의 기사(defying gravity)를 번역해 인용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트위터리안에게 설명했다.

‘자유낙하’ 표현은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급락’으로 수정했고, 인터넷과 지면 기사에도 이를 반영했다. ‘중력 거스르는’ 표현에 대해선 1판 지면에서 삭제조치 했지만 온라인 기사에선 그대로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인용 보도한 원문에서 해당 표현이 동일하게 사용됐을 뿐더러 관용적으로 흔히 쓰인다는 점, 또 이미 배포된 기사의 제목을 추후 수정할 경우엔 오히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한겨레는 해당 이슈를 취재한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관용적으로 많이 쓰는 표현이라고 생각해 반영된 것”이라며 “일베 용어인 줄 처음 알았고 우리도 당황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주목할 키워드

시대적 감수성, 일베용어, 사내교육, 불매의사, 콜센터 대응

코멘트

김성해 교수 : 적은 기회비용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 이번 케이스는 이런 시대적 흐름이 반영되어 일어난 이슈라고 본다.

한겨레의 대처는 잘했다. 그럼에도 달라진 사회에서 이전보다 살펴야 할 게 굉장히 많아졌다는 점을 간과했다. 타인의 감정을 거스르거나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이 증가하고 있는 시대다. 더이상 ‘몰랐다’는 말로는 변명하기가 어렵다. 모르면 배워야 한다. 자신이 모른다고 해서 남들이 용납해주는 것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