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리스크 테이커’가 환영받는가
지금 왜 ‘리스크 테이커’가 환영받는가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21.06.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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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디지로그] 디지털 전환기 실패-발명은 동전의 양면
‘굼뜬’ 넘사벽 제친 아마존 전략, 넷플릭스 사례와 닮아

 

우리가 특별히 두드러지는 영역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실패’라고 생각한다(One area where I think we are especially distinctive is failure).

[더피알=이승윤] 아마존이 연매출 1000억 달러(한화 약 112조원)에 가장 빨리 도달한 기업이 된 2015년, 제프 베조스(Jeff Bezos) 최고경영자가 주주 서한에서 강조한 이야기다.

그는 실패와 발명은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이며, 발명을 하려면 실험을 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미리 검증된 안전한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는 실험까지 기꺼이 감수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이 서한의 내용처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아마존의 원동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장려하는 문화, 그리고 10번 타석에 들어서서 9번 삼진을 당하더라도 1번의 홈런을 치겠다는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들을 선호하는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세상(4차 산업혁명)에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의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회장이 2019년 다보스에서 던진 이 화두만큼 디지털 전환 시대를 잘 설명하는 문장이 또 있을까 싶다.

베조스가 온라인 서점을 중심으로 아마존을 막 창업한 1996년은 반스앤노블(Barnes and Noble)의 시대였다. 지금도 공룡으로 평가 받는 반스앤노블은 1996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20억 달러 규모로 자금이 넘쳐나는 기업이었다. 당시 아마존의 매출이 1600만 달러 정도였으니 100배 이상 차이 나는 넘사벽이었다. 실제로 반스앤노블 파워는 출판업계에서 압도적이었다. 북미 전역의 주요 쇼핑몰 명당에 수많은 오프라인 북스토어가 있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본인들이 원하는 책을 베스트셀러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온라인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온라인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이다. 반스앤노블은 기존의 대규모 배급망을 바탕으로 대형 매장에 책을 대량으로 쌓아 놓고 파는 비즈니스에 기대 변화 움직임이 더뎠다. 그들 시각에서 당시 성장하는 온라인 세상은 혼돈으로 가득 차 보였고, 온라인 진출시 초반에 겪어야 할 엄청난 시행착오와 손실을 감당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반스앤노블은 혼돈의 세상에 뛰어드는 위험을 회피했고, 십수년 뒤인 2019년 8월 헤지펀드 ‘엘리엇’에게 매각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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