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조선의 사과와 조국의 소송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조선의 사과와 조국의 소송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7.02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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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기사에 ‘조국 부녀’ 연상되는 일러스트 삽입…조국 “인간인가?” 분개
조선일보 3차례 사과했지만 10억 손배소 제기
전문가들 “잘못 맞지만 명예훼손, 모욕 성립 어려워” “최초 대응 늦었다...‘1면 통사과’는 인상적”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의 부적절한 일러스트 사용에 대해 조선일보가 1면을 통틀어 사과했다. 해당 지면과 조 전 장관 사진을 합성한 것임. 조선일보/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의 부적절한 일러스트 사용에 대해 조선일보가 1면을 통틀어 사과했다. 해당 지면과 조 전 장관 사진을 합성한 것임. 조선일보/뉴시스

 이슈 선정 이유

언론보도 과정에서 종종 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 경우 주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을 통해 정정보도나 사과문을 올리는 것으로 문제를 바로 잡는데, 사안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민·형사 소송을 통한 법적 분쟁으로 가기도 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 못지 않게 소를 당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도 이슈관리에 큰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법정에서 책임 여부를 다투고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분쟁 자체로 언론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건 요약

조선일보가 지난달 21일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채팅 앱 등을 이용해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을 유인한 후, 자리를 비운 사이 금품을 훔친 절도단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그런데 온라인판 기사에 실린 일러스트가 문제가 됐다. 일러스트 속 인물들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의 딸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일러스트는 앞서 지난 2월 27일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가 쓴 칼럼 ‘조민 추적은 스토킹이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에 실린 바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문제의 삽화를 다른 일러스트로 교체했다.

조 전 장관은 조선일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 그림 올린 자는 인간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날에는 “문제의 그림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달라”고 조선일보 측에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조국 씨 부녀와 독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개사과에 나섰다. 아울러 “담당기자는 일러스트 목록에서 여성 1명, 남성 3명이 등장하는 이미지만 보고 기고문 내용은 모른 채 이를 싣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소홀했다”고 밝혔다.

24일에는 “해당 기자의 과거 기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2건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일러스트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러스트를 사용해서 혼란과 오해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법리적 쟁점과 소송 비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상황

조선일보는 30일자 A28면 전체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의 일러스트가 인터넷에 게재된 경위를 밝히고 세 번째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사 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 재발방지 대책도 내놨는데 디지털 팩트체커를 도입하고 과거에 제작된 일러스트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기사 출고 전 관련부서에 이미지 점검을 의무화 하기로 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대리인은 이날 “조 전 장관과 딸의 일러스트 이미지를 사용한 사안에 대해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책임자를 상대로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의 자유나 업무상의 착오·실수라는 말로 도저히 합리화·정당화할 수 없는 심각한 패륜적인 인격권 침해 행위”라며 “조 전 장관과 딸 명예와 인격권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침해됐다”고 언급했다.

주목할 키워드

인격권, 손해배상, 불법행위, 동일성, 전면 사과

전문가

전선룡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코멘트

전선룡 변호사: 조선일보가 잘못한 것은 맞다. 다만, 이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건 명예훼손, 모욕의 구성요건에 맞느냐 하는 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에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민사와 별도로 형사적으로 따져보면 쉽지 않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걸면 걸리는 명예훼손? 오해와 이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둘 다 사회적 평판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명예훼손은 사실적시가 있어야 하고 모욕은 의견표현이 전제되는 것인데, 조선일보가 성매매 기사에 일러스트를 사용한 것 자체론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

가령 해당 일러스트로부터 조국 부녀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려면 ‘조민이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구나’로 읽혀야 하는데 그렇진 않다.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 적시가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아닌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대로 의도적으로 그런 일러스트를 기사에 넣었다고 해도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고, 조선일보 측 해명대로 실수였다고 하면 더더욱 해당되지 않는다.

모욕의 경우도 의견 표현이 없어서 구성요건이 안 맞는다. 예를 들어 ‘성매매를 하는 것은 패륜적인 일이고 부모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위다’는 식의 표현이 있으면 모욕이 될 수도 있는데, 단순히 일러스트 삽입만으로 그렇게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조국 전 장관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실제 고소를 진행한다면, 모욕죄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나 편집데스크, 혹은 조선일보가 조국을 모욕주기 위한 방법으로 사실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성매매 사건과 조국 부녀를) 연상시키는 방법을 썼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추론된다.

반면, 형사와 달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다른 얘기다. 손해배상청구의 근거는 민법상 불법행위인데, 고의나 과실로 인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문제 삼을 수 있다.

불법행위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초상권 침해, 사생활 침해 등이 있는데 굉장히 애매한 나쁜 행동도 불법행위로 간주한다. 이를 법률상으로 ‘제3의 불법행위’라고 부르는데, 연상되는 이미지를 통해 (조국 부녀와의) 동일성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제3의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다.

조 전 장관 측이 조선일보와 해당 기자, 편집책임자를 상대로 10억원의 손배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고소했다는 말은 안 들려온다. 앞서 언급한 (모욕죄) 구성요건 때문으로 보인다. 법리적 판단에 따라 무혐의가 나오면 소위 모양새가 빠져버리기에 조 전 장관 측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조선일보에 타격을 주려면 형사고소보다는 (징벌적 손배가 적용되는) 미국으로 소송을 끌고 가는 게 낫다. 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가압류를 집행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심석태 교수: 방송사든 신문사든 일러스트를 사용할 때는 특정인과의 동일성이 전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해당 인물과) 연관된 기사에서 쓰는 건 상관 없지만 전혀 별개의 기사에서 그런 이미지를 쓴다는 건 잘못된 일이다.

과거 언론들이 ‘일베 이미지’를 잘못 사용하기도 했는데 일베 유저들의 장난 비슷한 행동에 언론사들이 낚여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았다. 이번 케이스는 당장 피해당사자, 그것도 현재 이슈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사안 자체가 엄중하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적으로도 관리가 잘못됐다고 본다. 특정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캐릭터를 다른 기사에 쓸 수 있도록 열어놨거나 어느 기사에서나 단순화 시켜서 사용할 수 있는 자료그림으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면 (언론사의) 위기관리 차원에서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최초 사과 시점도 조선일보답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신속하게 조사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에 비해 조선일보의 위기관리 대응 태세가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30일자 신문에서 한 면을 (사과와 재발방지 등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통으로 사용한 건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으로 보면 ‘새로운 조선일보’다운 모습일 수도 있다. 잘못에는 책임을 지고 이를 투명하게 드러내겠다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국내 언론들이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으로 해명하고 팩트를 대놓고 밝힌다면 보는 이에 따라선 당당한 대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조선일보는 그동안 조 전 장관에 대해 각을 세운 보도를 많이 해왔는데 자신들의 스탠스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조 전 장관에 대해 어떻게든 안좋게 쓰려고 하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게 아닌가’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이같은 시각을 불식시키고 사고는 사고일 뿐이라는 인상을 주려면 조 전 장관 관련 사안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하게 감정적’으로 보이는 여지를 없애야 한다. 차분하고 신중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 공신력이나 독자 신뢰를 위해 더 나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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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민 2022-08-10 21:07:03
강미혜 기자 엉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