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사건’ 보도한 11개 매체 주의…“게이트 키핑 적절치 못해”
‘손정민 사건’ 보도한 11개 매체 주의…“게이트 키핑 적절치 못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7.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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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위, ‘언론의 책임’ ‘보도와 평론’ ‘보도준칙’ 위반 15건 지적
“속보경쟁에만 몰입”…심의대상 온라인 신문사 발행인들에 자성촉구 서한 발송

[더피알=문용필 기자] 고(故) 손정민 씨 한강 사망사건에 대한 언론의 ‘추측 보도’ ‘중계식 보도’ 행태가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 해당 사건을 다룬 온라인 보도들이 무더기로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의 주의를 받았다.

윤리위가 발간하는 ‘신문윤리’ 최신호(제 259호)에 따르면 윤리위는 제 954차 회의에서 뉴스1과 조선닷컴, 한경닷컴 등 11개 매체가 쓴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기사 15건에 대해 주의를 조처했다. 신문윤리강령 제 2조 ‘언론의 책임’, 제 4조 ‘보도와 평론’, 신문윤리위실천요강 제 3조 ‘보도준칙’ 전문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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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뉴스1은 지난 5월 3일 장례식장에서 촬영한 고인의 부친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고 기사화했는데 “아이 잃은 아빠는 더 이상 잃을 게 없거든요.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겠다고 아들에게 맹세했습니다”는 부친의 발언을 기사 첫머리에 올렸다. 이에 대해 윤리위는 “아버지가 아들의 친구를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1 보도를 인용한 이데일리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으며 세계일보와 부산일보도 각각 ‘“아들한테 맹세…반드시 대가 치르게 해줄 것”’ ‘“더 이상 잃을게 없어…대가 치르게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윤리위의 주의를 받았다.

윤리위는 “고인 아버지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하나, 손 씨의 사망과 관련된 어떤 혐의점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표현을 제목에 올린 것은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조선닷컴의 경우 자매지인 월간조선이 단독 보도한 손 씨 어머니 인터뷰를 5월 17일에 게재했는데 윤리위는 “보도 도입부에서 부모의 발언을 충실히 전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사건의 열쇠는 바로 정민씨 옆에’ ‘꼭꼭 숨은 A씨’ ‘집안과 변호인의 정체’ 등의 부제를 달아 의혹을 부추긴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해당 기사 본문에는 “A가 이제라도 제대로 얘기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과 “용서할 수 없어요”라는 답변이 실려있다. 윤리위는 “A씨와 그 가족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은 손 씨 부모의 느낌이나 추정이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와 아시아경제, 파이낸셜 뉴스, 헤럴드경제, 부산일보는 해당 보도 내용을 요약해 보도하면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제목에 올려 주의 대상이 됐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주의를 받은 뉴스1의 기사. 화면캡처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주의를 받은 뉴스1의 기사. 화면캡처

한경닷컴은 5월 15일자 ‘의대 동기생 추정 인물, 커뮤니티에 “네가 죽인거야” 독설 왜’라는 제목의 기사가 문제였다. 해당 기사는 손 씨 친구 A씨에 대한 익명 네티즌들의 비난글을 소개했지만 비난 이유나 근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건에 대한 네티즌 주장을 인용 형식으로 제목에 반영한 아시아경제와 CCTV 관련해 네티즌이 제기한 의혹을 전문가 의견 없이 전달한 머니투데이의 기사도 주의를 받았다.

손정민 씨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윤리위는 “부모나 누리꾼이 제기한 의심, 의혹을 합리적 의심으로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의혹을 합리적 의심으로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의혹들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데도 이런 점을 간과하고 속보 경쟁에만 몰입했다”고 평했다.

아울러 “이번 손 씨 사망 사건 보도는 언론의 자체 검증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이지만,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손 씨의 친구에 대해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언론은 앞으로 유사 사건에 적절히 대처해 나갈 보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리위는 손정민 씨 사건 보도와 관련해 심의 대상 128개 온라인 신문사 발행인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 서한에서 윤리위는 “그 동안 손 씨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적지 않았다. 일부 유튜버가 돈벌이에 나섰다고 비판하면서도 그 내용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써 의혹을 확산시킨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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