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수거’ 약속한 브리타에 아쉬운 점
‘필터수거’ 약속한 브리타에 아쉬운 점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07.15 17: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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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소비자 문제 제기 이후 필터 재활용 프로그램 도입 발표
6개월 간 “연내 시행 예정” 답변 되풀이해 SNS에 불만 누적
브리타 측 “9월 중 프로그램 론칭 예정…개폐 가능 디자인 본사와 논의 중”

 처음에는 준비 단계려니 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도 없고 준비 과정도 공개되지 않아 답답하다.

[더피알=한나라 기자] 가정용 정수기 판매 기업 브리타(BRITA)가 지난 1월 필터 수거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한 이후, 6개월 넘도록 관련 소식을 기다린 한 소비자의 반응이다.

브리타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2017년 생긴 한국법인(브리타 코리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브리타 정수기는 일반 정수기처럼 별도의 선 연결 없이 정수기 본체에 바로 수돗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이중으로 구성된 본체에 내부의 전용 필터가 수돗물을 바로 여과시키는 구조다.

브리타는 '플라스틱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친환경 제품' 이미지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브리타 코리아
브리타는 '플라스틱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친환경 제품' 이미지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브리타 코리아

브리타는 통 하나로 간편하게 물을 정수할 수 있고, 특히 생수 구입에 따른 플라스틱 페트병 배출이 없다는 장점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며 빠르게 시장을 확대했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인기와 함께 소비자들의 의구심도 커졌다. 매달 교체하는 필터 자체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 모순적이라는 것. 특히 독일 본사와 미국, 호주 등에서는 필터 수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시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난해 십년후연구소,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등을 중심으로 ‘필터 수거 프로그램 시행’과 ‘지속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필터 개발’을 요구하는 일명 ‘브리타 어택’ 캠페인이 진행됐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간 1만4546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1600여 개의 폐필터가 수거됐다. 브리타 코리아는 이 캠페인 이후 올해 1월 ‘연내에 필터를 수거,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재활용 컨설팅 기업 ‘테라사이클’과 필터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1월 공식발표 이후 필터 수거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지금껏 나오지 않고 있다. 브리타 코리아 공식 SNS 계정에는 꾸준히 필터 수거 프로그램과 관련된 소비자 문의가 있으나, “연내 시행 예정”과 “구축 중”이라는 답변 외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실정. 6개월간 동일한 답변이 반복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브리타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A씨는 더피알과의 SNS 대화에서 “처음에는 준비 단계려니 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도 없고 준비 과정도 공개되지 않아 답답하다”며 “사기업이니 무조건 (시행을) 강요할 순 없겠지만 소비자가 요구해 기업이 반응한 건인 만큼 빠른 조치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타 어택 이후 브리타 코리아는 필터 수거 재활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십년후연구소 인스타그램 캡쳐
브리타 어택 이후 브리타 코리아는 필터 수거 재활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십년후연구소 인스타그램 캡쳐

브리타 어택 캠페인을 진행한 십년후연구소 송성희 대표도 여전히 필터 수거와 관련한 문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브리타 어택 캠페인 진행 시에 일시적으로 폐필터를 수거했는데, 캠페인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필터를 수거하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오거나, 수거 캠페인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폐필터 모아 송 대표 측에 보내기도 한다.

송성희 대표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이런 경우엔 우리도 (필터) 수거 프로그램 실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한다”며 “수거 프로그램 시작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라 했다. 이어 “수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브리타 코리아의 답변이 나왔으니 시행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재사용 가능한 필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필터를 버리지 않고 모으고 있다는 A씨는 “집에 오래된 필터가 6~7개쯤 쌓여 있어 불편하다”며 “지난달 심각하게 정수기 교체를 고민했지만 브리타 본체인 플라스틱을 또 버릴 수 없어 우선 이용 중”이라고 했다. 브리타 정수기를 구입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는 B씨는 “브리타 어택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며 자신 역시 수거 프로그램 실행 전까지 “필터를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터 수거 프로그램 시행 전까지 잠정적으로 브리타 제품 사용을 중단한 이도 있다. 브리타 측에 공식 항의한 C씨는 “마지막 필터를 사용한 이후 브리타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중”이라고 했다. C씨는 브리타의 소극적 대응에 “소비자 비판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입으로만 하는 소리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브리타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 필터 수거 프로그램 문의가 꾸준히 달리고 있다. 브리타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쳐
브리타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 필터 수거 프로그램 문의가 꾸준히 달리고 있다. 브리타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쳐

 

여러 제반 사항을 관리해야 하는 기업과 소비자의 입장이 다를 순 있다. 그러나 환경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브리타 제품의 핵심 고객층이고, 공개적인 문제 제기와 개선책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6개월간 업데이트 된 정보가 없다는 점은 대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더피알 역시 수거 프로그램 준비 절차와 관련해 브리타 코리아 측에 문의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고객센터를 통해 “연내에 시행될 예정”이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독일 본사와 필터 수거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미국 지사에도 관련 내용과 필터 재활용 여부에 대해 확인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평균 준비 기간, 필요한 제반 조건 등 필터 수거 프로그램과 관련한 전반적인 정보가 부족했다.

수소문 끝에 수일이 지나서야 브리타 홍보를 대행하는 PR회사를 통해 브리타 코리아 측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테라사이클 측도 프로그램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브리타 관계자는 “필터 수거 및 재활용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 중이며 가능하면 올해 9월 중으로 프로그램을 론칭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시적이 아닌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회수 신청 및 비대면 택배 수거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설명. 개폐가 가능한 필터 디자인 요구에 대해서는 “독일 본사 연구 개발 부서와 제품 개발에 대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사이클 관계자는 “브리타 정수기 필터는 일반 캔이나 페트병과 달리 복합 재질로 이루어져 일반 분리배출 시 재활용이 어렵다”며 추후 “수거 프로그램이 실시되면 필터만 따로 수거해 재질별 분류를 거쳐 재활용 공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테라사이클은 미국, 캐나다, 호주의 브리타 현지 지사와 함께 필터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테라사이클 홈페이지를 통해 수거 신청을 받는 방식인데 국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테라사이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수거신청 및 회수’ 프로세스로 진행할 예정이나 국내 소비자들이 보다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결국 수거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하지 않아 일부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한다. 시간이 드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 사안일수록 진행 과정에 대한 적절하고 때론 투명한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브리타 본사나 한국지사 모두 친환경 이미지를 꾸준히 강조해온 만큼 기업의 친환경 행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수거 프로그램 준비 과정에 관한 시기별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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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정 2021-09-01 20:15:46
반년 넘게 구체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답이 없어서 너무 답답한데 이렇게라도 기사화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예진 2021-09-01 07:43:54
브리타를 쓰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브리타 어택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 기사 하나로 향후 방향도 알 수 있게 되었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