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담장 밖으로 나온 롯데월드, 세계관을 입다
[마케팅 현장] 담장 밖으로 나온 롯데월드, 세계관을 입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8.06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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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_RXLOTTY 롯데월드 팝업스토어
롯데월드가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정수환 기자

[더피알=정수환 기자] 한때 전세계 놀이동산 제패를 꿈꿨다. 남들이 버킷리스트를 물으면 언제나 ‘모든 롤러코스터를 타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년 전 그 꿈에 성큼 다가간 적이 있었다. 혼자서 일본에 있는 놀이동산 10개를 탐방했다. 인생에서 이토록 즐거웠던 날이 또 있을까 싶은 정도였다. 남들이 가장 행복했던 때를 물으면 ‘좌석에 음악 송출 기능이 탑재된 롤러코스터에서 퍼렐 윌리엄스의 ‘해피’를 듣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기구에 내 몸을 맡겼을 때’라고 말한다(feat.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할리우드 드림).

기자가 이렇게까지 놀이동산광(狂)이 된 건 아마도 어릴 적 놀이공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그 인상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그 첫인상은 필경 롯데월드와 에버랜드에서 기인했을 터. 가본지 오래된 두 공간이지만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근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가고 국내여행도 제한적이니 두 공간에 대한 향수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레저 시설이라고 코로나 앞에서 별 수 있나. 너구리 라면만 봐도 괜히 잠실이 생각나고, 용인에 막국수를 먹으러 가면 어차피 못 갔을 그곳에 대한 미련을 철철 남기고 오던 가운데, 롯데월드가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 가볼 이유가 없었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공간을 둘러봤습니다)

롯데월드 팝업스토어 내부. 사진: 정수환 기자

롯데월드의 팝업스토어는 작은 브랜드들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프로젝트 렌트’에서 열렸다. 몇 차례 방문을 해서 그런지 지리가 매우 익숙했다. 이제 힙한 브랜드라면 여기서 한 번씩 팝업스토어를 시도하는 게 의례가 된 것 같다. 매월마다 브랜드를 바꿔가며 팝업을 열기에,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브랜드 매거진을 표방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팝업스토어에 가기 전 몇 가지 정보를 파악했다. 우선 게임 카트라이더에 롯데월드 전용 맵이 생겼고, 또 롯데월드가 아이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는 내용이다.

놀이동산은 대표적인 오프라인(에서만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다. 적지 않은 가격을 내야만 입장할 수 있기에 그 폐쇄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마치 담장 안에 갇힌 느낌을 주는 공간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온라인이란 방식으로 소비자 접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레저 시설이 모두 힘든 상황이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점을 늘리고 있기에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까진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롯데월드와 ‘팝업스토어’는 파격적인 조합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놀이기구도 들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팝업스토어가 가능할까 의문을 가득 품은 채 입구에 도착했다.

의문은 이내 해소됐다. 거의 전 국민에게 인식된 롯데월드 마스코트인 ‘로티’와 ‘로리’를 바탕으로 공간을 꾸민 것이다. 하긴 저 정도로 알려진 캐릭터의 IP(지적재산)를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그런데 자세히 보니 기자가 알던 원형의 캐릭터와는 묘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요즘 애들 같아졌다고 할까.

새롭게 디자인된 캐릭터와 기존 캐릭터의 조화가 새롭다. 사진: 정수환 기자

어찌된 변화인가 싶어 궁금하던 차에 이 공간을 기획한 당사자를 우연히 만났다. 롯데월드 콘텐츠기획 김영주 매니저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캐릭터를 20대에 맞게 다시 디자인했다”며 “최근 MZ세대에게 유행하는 모베러웍스와 협업을 통해 캐릭터를 재탄생시켰고, 세계관도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입장하면서 나눠준 팜플렛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로티와 친구들도 매직 아일랜드의 문이 닫히면 퇴근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퇴근 후 로티는 어떤 공간에서 가장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 공간이 꾸려졌다고. 그리고 이 공간이 속한 건물의 이름은 ‘로티의 아파트’였다. 그렇다면 팝업스토어 내부는 로티의 자취방 정도 되는 곳이다.

김영주 매니저는 “요즘 MZ세대들은 열정이 있고 자기 삶에 욕심도 많으며 모험을 즐긴다. MBTI로 치면 ENTP나 ENFP같은 성격인데, 이런 젊은이들의 일상을 작은 공간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로티의 원룸을 떠올렸다”고 했다. 로티가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자그마한 집을 구현해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상당히 구체적인 세계관이 덕후인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여기마저도 세계관을 차용하나 궁금증도 생겼다. IP가 워낙 풍부하고 잘 알려져있기에 기존 자산만으로 굿즈를 만들어도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김 매니저는 “요즘 친구들은 단순히 그냥 굿즈 출시하고 매장을 연다고 해서 오지 않는다”며 “따라서 젊은 친구들이 끌릴만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요소를 집어넣기 위해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의도를 이해하고 이내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공간 탐방기인 주제에 공간 얘기가 너무 늦게 나오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이다. 내용을 알고 보니 업무 공간, 부엌, 소파 등이 구분돼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로티의 업무 공간. 사진: 정수환 기자

과정에서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너구리 주제에 나보다 잘해 놓고 사는구나’ 싶었고, 그 다음에는 ‘로티 녀석, 나 못지않은 맥시멀리스트구나’란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없는 물건이 없었다. 문구용품은 문구용품대로 종류가 다 진열돼 있었고 그릇, 컵, 과자는 물론 폰케이스 그리고 스케이트보드까지. 물론 판매를 위해 물품 진열을 해야 하니 당연한 얘기지만,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렇게 물품이 많은 데도 별로 지저분해 보이지 않다니, 아무래도 로티가 정리의 달인인 곤도 마리에의 방송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됐다.

김 매니저는 “연남동, 가로수길, 성수동 등 흔히 말하는 힙한 장소들을 다니며 시장 조사를 했다. 우리가 팝업스토어를 만들면 어떤 제품에 지갑과 카메라가 열릴지 알아보기 위해 숍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무엇을 보며 사진을 찍고 인증을 하는지 면밀히 관찰했다”며 “다양한 종류는 이를 토대로 상품을 선별한 결과”라고 말했다.

부엌의 모습. 상당히 다채로운 종류의 상품들을 팔고 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그렇게 시장에서 인기가 있거나 회자가 된 상품군을 먼저 정하고, 이를 잘 만드는 브랜드를 선별한 뒤 최적화된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어프어프 등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진행됐다.

평소 어프어프 브랜드를 좋아했던 기자는 안 그래도 필요했던 아이패드 파우치 하나를 구매하기로 했다. 한편에서는 클래식 존이라고 해서 기존 디자인을 살린 굿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답게 뉴트로 트렌드 역시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3만원 이상을 구매했더니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2매가 포함된 뽑기를 진행할 수 있었고, 기자는 5등에 당첨돼 스티커를 받았다. 기대를 안 했기에 딱히 아쉽지도 않았다.

사실 프로젝트 렌트의 공간 자체는 협소한 편이라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대부분의 요소를 구경할 수 있다. 30분 정도 시간을 보낸 뒤 밖으로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공간을 한 바퀴 싹 둘러보는데, 한 문구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 눈에 띄었다. ‘The Good Vibe(좋은 분위기)’였다.

The Good Vibe란 문구가 자주 보인다. 사진: 정수환 기자

왠지 요즘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구체적이지도 않으면서 느낌 충만한 문구였다. 문구마저 이러니, 젊은 친구들에 소구하기 위해 롯데월드가 상당히 연구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면 모베러웍스의 공이 매우 컸거나. 어쨌든 체감 연령이 5세 정도 젊어지는 공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롯데월드도 이제 32살을 맞이했다. 어렸을 때 왔던 손님들이 자기 아이를 데리고 오는 나이가 된 것이다. 캐릭터 하나로 20세인 척을 할 수 있다니, 새삼 잘 키워놓은 캐릭터 열 마케팅 안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김 매니저는 “테마파크업의 본질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모든 시민이 (코로나로) 다 힘든 상황에서, 롯데월드는 채널의 다양화를 통해 좀 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이런 차원에서 공간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는데, 일견 수긍이 갔다.

기존 헤리티지를 살린 제품도 보인다. 사진: 정수환 기자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분명 이 공간과 같은, 오프라인 공간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코로나를 맞닥뜨렸기에 이런 의외의 브랜드가 꾸린 의외의 팝업스토어를 구경할 수도 있게 됐다. 업종의 경계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갈 정도로 만능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롯데월드의 팝업스토어는 신선하고 좋았지만, 원래의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고 팝업이 그 공간의 모든 걸 충족시켜줄 수 없기에 그리움이 더해진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완전 다른 공간이란 걸 상기시켜주기 위해서 이들에게 ‘세계관’은 필연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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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21-08-06 12:40:00
기사 정말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앞으로도 공감가고 재미있는 기사 많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