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부루마불이 MZ와 소통하는 법
‘불혹’의 부루마불이 MZ와 소통하는 법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8.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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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PR팀 신설, 다채널 활용해 대고객 직접 커뮤니케이션
고객 의견 반영해 제품 만들기도…이종 콜라보는 기본, 보드식 ESG는 필수
부루마불과 폴햄의 콜라보. 출처: 부루마불

[더피알=정수환 기자] SNS 활동을 잘 하진 않지만 세상 사는 소식을 좀 더 빠르게 접하기 위해 구독 계정을 하나 팠다. 주로 브랜드나 연예인들의 계정을 팔로우하는데, 이를 통해 평소 관심이 덜한 분야에서 간접적으로나마 트렌드를 접하고 있다.

가끔은 이 팔로우 계정을 통해 추천 계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생소하면서도 낯익은 계정이 눈에 들어왔다. 추억의 국민게임 ‘부루마불’의 공식 계정이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하나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게임이고, 안 해 본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대중성을 확보한 부루마불에게 어떤 홍보가, 그리고 소통이 필요한 것인지 궁금했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면 이 오래된 브랜드가 뜬금없이 MZ세대가 활발히 활동하는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씨앗사 측에 직접 연락해 물었다.

PR팀 신설한 사연

1982년에 처음 출시돼 올해 40살을 맞은 대한민국의 1세대 보드게임, 부루마불. 이들이 ‘불혹의 나이’가 되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있다. 

부루마불 씨앗사의 윤석인 팀장은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서 보드게임에 대한 니즈도 많이 바뀌고 있다”며 “고객들이 주는 보드게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하며 빠르게 대응하는 것 역시 좋은 제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씨앗사는 2017년 PR팀을 신설했다. 완구 유통사를 통해 고객들과 간접적인 소통을 해왔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온라인스토어 등을 통해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직접적이고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톤28과의 협업으로 나온 부루마불 카드게임. 출처: 인스타그램

고객들과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은 신제품 개발의 초석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새로 출시된 말판(보드) 없는 ‘부루마불 카드게임’은 “여행을 갈 때 부담없이 갖고 떠날 수 있는 부루마불이 나왔으면 좋겠다”, “조금 빨리 끝나는 부루마불이 나왔으면 좋겠다”, “종이나 플라스틱이 조금 덜 사용된 부루마불이 나왔으면 좋겠다” 등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윤 팀장은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고객들이 부루마불로 더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게임을 개발했다”고 부연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친환경

곰표를 필두로 최근 다양한 올드 브랜드들이 새옷을 입고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방법론에 있어 단연 ‘콜라보’가 대세다. 콜라보와 뉴트로 트렌드를 적절히 활용해 존재감을 재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부루마불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 그랜드하얏트, 롯데면세점, 아모레퍼시픽, 농협은행, 배달의민족 등과 손 잡고 새판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의류 브랜드인 폴햄, 화장품 브랜드 톤28과의 콜라보가 성사됐다. 그런데 이들이 콜라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조금 의외다. 여타 브랜드 콜라보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친환경’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대개 ‘펀(fun)’ 마케팅에만 초점이 맞춰져 화제성 위주의 콜라보가 주를 이루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부루마불과 친환경은 대체 어떤 연관성을 갖는 걸까. 어떤 맥락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윤 팀장은 “협업 제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란 구슬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우리들의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고, 다스립시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며 “부루마불은 지구촌을 여행하고 주사위를 굴리며 자산을 증식하고, 투자를 통해 가장 많은 자산을 모으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지만 그 핵심에는 지구를 사랑하고 보호하자는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톤28과도 이런 지향점이 맞아 협업을 진행했다고. 함께 클린여행 키트(KIT)를 제작했는데, 여기에는 기존대비 50% 이상 종이 사용량을 줄인 여행 전용 부루마블 보드게임이 구성품으로 있다. 그밖에도 각종 친환경 화장품과 여행쓰레기를 담아 바로 버릴 수 있는 100% 생분해 봉투 등이 포함된다.

톤28과 함께 만든 클린여행 키트. 출처: 인스타그램

윤 팀장은 “톤28은 ‘Act For Change(변화를 위한 행동)’란 브랜드 슬로건을 갖고 있다. 이들과의 협업은 시작부터 환경에 부담이 적은 소비, 여행이라는 테마로 진행됐다”며 “브랜드 간의 만남으로 일어나는 시너지가 단순히 매출 증가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화두가 되는 ESG 경영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레 뒤따른다. 오래전부터 ‘어떻게 하면 씨앗사와 부루마불이 환경과 사회에 좋은 영향과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왔고, 보드게임 회사가 보드게임을 통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 비록 작을 수는 있지만, 그 작은 메시지들이 지속적으로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래서 작아 보이지만 보드게임식 ESG를 시작하기로 했다. 보드게임을 통해 소통의 장, 대화의 문화를 만들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큰 미션을 만든 것이다.

윤 팀장은 “부루마불로 남녀노소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친환경에도 힘쓸 예정”이라며 “관련해 하반기에 아주 멋진 협업제품이 나올 것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무기가 되는 헤리티지

40년간 대한민국의 대표 보드게임으로 자리한 만큼, 국민들의 추억은 이 브랜드의 대표적인 무기다. 부모님과 함께 했던 부루마불을 이제는 자녀와 함께 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고 한다.

국민들 머릿속에 자리한 부루마불 속 자산도 많다. 황금열쇠, 우주여행, 무인도, 건물, 씨앗사의 천사 마스코트 등이다. 추후에는 이런 요소들을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나설 예정이다.

윤 팀장은 “시대 변화에 아주 기민하게 반응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늘 겸손하고 진실되게 소비자에게 다가가려 한다”며 “1세대 보드게임 브랜드로서 보드게임이 더 넓고 깊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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