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담론서 외면받는 ‘디지털 탄소배출’, 언론은 더하다
ESG 담론서 외면받는 ‘디지털 탄소배출’, 언론은 더하다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08.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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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E캠페인 봇물, ‘디지털 시대’ 필환경 노력 안보여
BBC 기사 탄소배출량 기재 시도…복붙·휘발성 뉴스 남발하는 국내 언론계는

[더피알= 한나라 기자] 최근 한 광고회사에서 진행한 탄소중립 캠페인에서 친숙한 항목을 찾았다. ‘불필요한 이메일 지우기’.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 보호 방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ESG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이 항목을 찾기는 쉽지 않다. 

조직의 ESG 행보 중 환경(E) 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대부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와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다. 친환경 소재로 포장재를 바꾸고, 제품의 제조 및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낭비를 줄이는 식이다. 물리적 차원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가시적이지만 온라인 데이터로 인해 발생하는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고민은 그리 활발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ESG 관련 콘텐츠를 만들거나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탄소가 배출되기도 한다. 모 금융회사는 ‘사내 메일을 통해 ESG 교육을 장려하고, 사내 PC 화면 보호기에 ESG 콘텐츠를 상시 노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탄소 배출에 대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 데이터가 발생하면 이는 24시간 가동 중인 세계 각국의 데이터 센터에 저장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열이 발산되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장치가 가동된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2019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량은 전체의 약 1%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으로 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3.7%가량이 온라인 데이터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전 세계 항공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으로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을 예상하면 더욱 무시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렇다면 연일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론’은 어떨까. 

미디어가 배출하는 탄소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한 연구결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E 관점에서 언론의 현주소를 생각해봤을 때, 탄소 배출을 감안하면서까지 ‘널리 읽힐 가치’가 있는 뉴스를 다루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과도한 클릭 경쟁을 유도하는 언론계의 구조적 문제, 복붙·휘발성 기사가 쏟아지는 포털뉴스 생태계, 자극적인 소식을 쫓는 일선 기자들, ‘기레기’라는 단어를 넘어 ‘기더기(기자+구더기)’라는 비난이 사라지지 않는 현상을 떠올리면 답은 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가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발견했다. 영국 BBC 퓨처미디어의 플래닛 섹션이다. 언론의 친환경 행보로는 독보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 발행하는 기사 하단에 해당 기사로 인해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기록해 보여준다.

영국 BBC 퓨처미디어에선 기사 생산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보여준다. 

취재 과정에서 교통수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량과 기사 데이터 전송 및 열람으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 예상치를 합한 수치다. 취재 단계에서는 탄소를 과도하게 만들어 내는 ‘비행기 탑승’을 최대한 피한다.

BBC 퓨처미디어는 “플래닛 섹션이 기후 위기와 환경을 다루는 만큼 (기사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자 했다”며 탄소 측정 시스템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탄소 배출량을 가시화됨에 따라 독자는 각 기사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기자는 취재 과정 전반에 걸쳐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게 된다.

모든 국내 언론이 BBC의 사례를 답습할 순 없으나, 적어도 자사에서 발행하는 기사가 불필요한 탄소 배출로 이어지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기업의 ESG 행보를 평가하거나, 정체 모를 ‘ESG 포럼 장사’를 반복하기보다 ‘탄소 배출을 상쇄할 만한 가치있는 기사’를 내보이는 것이 언론에서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ESG 활동일 것이다. 기자들 역시 불필요한 트래픽을 유도해 디지털 탄소 발자국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기적으로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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