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공부하자] 유한계급론
[일하면서 공부하자] 유한계급론
  • 황정순 (thepr@the-pr.co.kr)
  • 승인 2021.08.1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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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의 이유 있는 가격 인상, 소비자 구매 심리는?
’베블런 효과’로 보는 사회 현상과 마케팅 전략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몸 담으며 산전수전 다 겪어본 선배가 자라나는 주니어를 위해 잇!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후배들의 지식 함양과 커리어패스에 도움을 주고 싶은 분들은 주저 없이 더피알(thepr@the-pr.co.kr)로 연락주세요.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좀 더 밀도 있게 고민할 수 있다. 

[더피알=황정순] 최근 샤넬(Chanel)이 또 한 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제 샤넬백을 사려면 1000만원 정도는 들고 가야 한다. 정말이지 명품 브랜드들은 왜 자꾸 가격을 올리는 걸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핵심은 ’희소성’이다. 희소성은 우리에게 아무나, 누구나 소유할 수 없다는 ’경제적 우월성’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경제적 우월성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이 질문에 대해 100년 전에 이미 명쾌하게 답을 내놓은 책이 있다. 바로 <유한계급론>이다. 1899년에 출간된 유한계급론은 당시 저명한 사상가이자 경제학 교수인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상류사회의 과시적 소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베블런 효과’가 바로 이 책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소위 명품과 럭셔리 브랜드에서 이러한 현상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핵심 내용

중세 사회에서 명예로운 일을 하는 사람 중 단연 최고를 찾는다면 전쟁에 나가는 전사와 종교 업무에 종사하는 사제를 꼽을 수 있다. 명예로운 일을 하는 전사와 사제 등의 상류계급은 생산직에 종사하지 않고 노동을 면제받았다. 노동의 면제는 상류계급의 우월한 지위를 경제적으로 표현해주었는데, 이처럼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소유한 재산으로 소비만 하는 계층을 가리켜 유한계급이라고 한다.

’유한’을 한자로 풀어보면 있을 유(有)에 여유로울 한(閑)이다. 즉, 유한계급은 여유 있고 한가로운 계층을 뜻한다. 유한계급론의 원문 제목은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of Institutions’이다.

여유 있고 한가로운 유한계급은 필요에 의한 실용적 소비를 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터무니없이 비싼 재화를 아무렇지 않게 구매하고 자랑하는 행위를 할 뿐이다. 이는 노동을 통한 생산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재력이 있다는 것을 뽐내기 위한 목적의 ’과시적 소비’를 보여준다. 유한계급은 이러한 과시적 소비를 통해 경제적 우월성을 드러낸다.

생산도 하지 않으면서 재화를 소비하는 것은 중세 사회에서 용맹성을 표현하는 방법이었고 명예로운 행위였다. 특히, 생산계급이 갈망하는 재화를 마음껏 소비할 때 이러한 유한계급의 경제적 우월성이 더욱 부각됐다. 비천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보여주는 여가활동은 ‘명예로움’ 그 자체였고 높은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였다. 또한, 타인으로부터 경제적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금전적 경쟁을 벌이고 과시적 여유를 부리는 등의 행태는 고대 원시사회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일종의 생존을 위한 야만적인 공격적 행동 본능이기도 하다.

추천 이유

최근 MZ세대의 ’플렉스(flex,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는 현상)’가 일상화되면서 경험 소비를 위한 명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유독 국내에서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데다, 가격 인상도 빈번하다.

왜 그런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 구입액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고 구매 수량 역시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 소비가 세계적 수준이고, 소비의 증가로 인한 명품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가격이 뛰면 다시 제품 희소성이 증가하고 향상된 희소성은 베블런 효과를 발생시켜 수요가 늘어나는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즉,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계속된 가격 인상은 명품의 희소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베블런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사회의 특정한 현상 속에는 이면에 숨겨져 있는 본질이 항상 존재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업을 한다면 현상보다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의 행위 속에는 ’경제적 우월성’을 통해 공격성을 드러내고 생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하는 본능적 행동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 행동은 명품회사들이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면 또 다른 유사한 현상에 대해 유추해 볼 수 있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추천인 황정순은...

패션&라이프스타일 PR회사 에이전시커넥션에서 디지털마케팅팀을 맡고 있다.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광고·홍보를 전공, 2010년 광고연구원에서 교육콘텐츠 영업/세일즈를 시작으로 종합광고회사, 마케팅회사를 거쳐 2019년 에이전시커넥션에 합류했다. 그로스 해킹, 퍼포먼스마케팅, 온라인 광고, SNS 마케팅, 콘텐츠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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