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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미원의 운명이었고, 인형의 꿈은 미원 광고의 운명이었다”
“그대는 미원의 운명이었고, 인형의 꿈은 미원 광고의 운명이었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8.1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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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上] 65살 맞은 대상식품의 미원씨

[더피알=정수환 기자] 기자는 지독한 ‘메인병’ 환자다. 어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봐도 메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만 집중하지, 서브 캐릭터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메인 커플만 잘 나온다면 서브 캐릭터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이런 기자의 취향을 송두리째 바꾼 서브 캐릭터가 나타났다. 65년이라는 기나긴 서사를 갖고도 조연의 삶을 사는 ‘미원’씨다. 주연이 될 수 있는 숱한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조연임을 자처하며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는 그를 보며 눈물 한 바가지 흘렸더랬다. 광고 속 흘러나오는 서글픈 인형의 꿈은 그에게 더 과몰입하게 만들었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주연은 꿈도 꾸지 않는 걸까. 그래도 이번 광고가 반응이 좋으니 주연의 자리를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겨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인터뷰장에서 만난 미원씨는 우수에 젖은 신선로, 곱게 갈려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 광이 나는 투명 메이크업을 자랑하며 덤덤하게, 하지만 조금 들뜬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미원씨의 요청으로 사진은 김지석 배우님 모습으로 대체합니다.혹여라도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부엌 찬장을 열어보라고 하시네요.
미원씨의 요청으로 사진은 김지석 배우님 모습으로 대체합니다. 혹여라도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부엌 찬장을 열어보라고 하시네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65년째 맛을 완성하고 있는 감칠맛 조연, 미원이다. 요즘 10대부터 어머니들까지 너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내가 주연이 되었나 기분 좋은 상상 속에 살고 있다.

그런 엄청난 관심을 받게 한 최근의 광고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겠죠. 단도직입적으로 광고 이야기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요. 본격적으로 본캐의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나는 집과 수많은 맛집 식당 어딘가의 찬장, 싱크대, 조미료통 등... 그대들 곁 어딘가에 항상 숨 쉬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해온 65년의 이야기를 언젠가 한 번 나누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 카누에 이어 인간 미원이라는 말도 나오는, ‘서브앓이 장인’ 김지석 씨가 미원씨 역할로 나와요.

운명이었다. 세상엔 많은 배우가 있지만, 날 닮은 아리고 먹먹한 눈빛을 가진 사람은 오로지 김지석 배우님뿐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 눈빛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으니까.

그런가 하면 김지석 씨가 애절하게 부른 ‘인형의 꿈’ 노래도 화제인데요. 본인의 테마곡을 ‘인형의 꿈’으로 선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나는 언제나 한걸음 뒤에 서 있었다. 식탁의 한걸음 뒤, 맛을 완성하고 한걸음 뒤로 사라지는 것이 내 자리였고 운명이었다. 한걸음 뒤에서나마 언제나 그대를 사랑해온 65년의 마음을 전하는 데 있어, 인형의 꿈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대는 미원의 운명이었고, 인형의 꿈은 미원 광고의 운명이었던 셈이다.

당구대에 배(?)가 찔린 미원씨.
당구대에 배(?)가 찔린 미원씨.

광고를 보면 나대지 말라는 이야기도 듣고, 당구대에 배(?)가 찔리는 등 매우 슬픈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수모를 겪기 싫어서라도 ‘주연’이 되고 싶을 것 같은데, 여전히 조연임을 자처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나는 맛의 주인공인 식재료들 사이에서 감칠맛 내는 조연으로 태어났으니까.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그저 진정한 맛을 완성시키고 싶은 순간 감칠맛 한 꼬집의 나를 떠올려준다면 그걸로 되었다.

소라게 장면, 미원이 녹아버린 자리에 남은 우산, 머리핀 등 모든 장면이 킬링 포인트입니다. 멜로 영화 좀 보신 것 같은데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꼽아주세요.

내가 겪은 이야기들이 멜로처럼 아련하다고 말해준 것 같아 고맙다. 내 서사의 모든 장면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홀로 서 있었던 장면이 가장 가슴에 남는다. 우산은 필요 없다며 자켓을 쓴 두 남녀와, 남겨진 한 명이 등장했던 유명한 멜로의 한 장면을 닮아서 특히나 아팠다. 다만 정말 아팠던 건,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감기 걸리진 않을지 걱정하는 바보 같은 내 모습이었다. 그대들은 나의 소라게, 빨간 머리핀도 너무 좋아하더라... 난 그대들만 행복하다면 다 좋다. 

▷65년 미원생의 역경, 그리고 회춘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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