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장 물이 빠졌을 때 드러나는 위기관리 역량
풀장 물이 빠졌을 때 드러나는 위기관리 역량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1.08.27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민의 Crisis Talk]
언론 대상 해명문·사과문에도 헛발질
외부 이해관계자 우선한 내부 설득, 무리수 대응으로

[더피알=정용민] 기업 임원과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워크숍을 할 때 종종 ‘숙제를 잘해 놓으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린 학생 시절 경험했을 수도 있는 기분을 다시 떠올려 보자. 숙제 검사를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선생님이 하루는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말씀한다. “어제 내준 숙제해 온 사람은 숙제를 책상 위에 펼쳐 놓도록 해. 숙제 안 한 사람들은 일어서서 앞으로 나오고.”

물론 숙제를 정상적으로 해 온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책이나 노트를 펼쳐 놓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반면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벌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 가슴 두근거림과 두려움은 실제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기업에게 그런 식의 기분 나쁜 숙제 검사는 곧 부정 이슈의 발생이나 위기의 발화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언론관계도 유사시 누가 맡겨진 숙제를 잘해 왔는지를 검사 받으며 그 수준이 드러난다. 과정에서 PR담당이나 부서는 물론 대표이사와 여러 임원들까지 인지부조화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언론관계나 홍보를 잘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지?’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온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정상 홍보 역량과 조직을 갖춘 대기업들보다 그에 미치지 못하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최근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게서 훨씬 더 흔하게 목격된다.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언론관계 역량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게는 어떤 구체적 해프닝들이 발생할까?

▷풀장 물이 빠질 때를 대비하는 언론관계 역량에 이어..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

보도자료는 평소 잘 써서 여기저기 기사화했는데, 실제 발생된 문제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문 작성에는 자꾸 주저하게 되는 경우다. 다른 기업은 실제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어떻게 작성했는지 샘플을 급히 구해 보기도 한다. 어떤 형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상호 간 왈가왈부만 이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