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쓰고 버리긴 아까워서…제품으로 나온 두 번째 ‘쓸모’
한 번 쓰고 버리긴 아까워서…제품으로 나온 두 번째 ‘쓸모’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1.09.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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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찌꺼기 등 경영 활동서 발생한 쓰레기 업사이클링 나서
소비자 거부감 낮출 인식 개선 활동도 병행

[더피알=조성미 기자] 아직 멀쩡해 보이지만 쓸모를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 잠깐 걸어두었다가 기한이 지난 현수막이나 배송 과정에서 제품을 안전하게 감싸고 있던 튼튼한 박스처럼 말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영의 핵심 화두가 되면서 ‘E’에 해당하는 친환경 행보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이 많아진 가운데, 경영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다시 활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제조과정에서의 부산물이나 잘못 만들어진 상품 혹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것들을 살펴 다시 한 번 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시도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맥주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맥주박을 이용한 ‘푸드 업사이클링’을 진행하고 있다. 맥주박은 단백질과 섬유질 등 영양분이 풍부한 고부가가치 원료이다. 하지만 주세법상 주류제조장에서는 주류 이외의 것은 생산하지 못하도록 제한됨에 따라 가축 사료로 쓰이거나 그냥 버려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주세법 고시가 개정되면서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오비맥주는 푸드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손잡고 맥주박을 건조시켜 갈아 만든 가루를 주원료로 한 에너지바 ‘리너지바(RE:nergy bar)’를 탄생시켰다.

오비맥주 측은 “에너지바는 남녀노소가 모두 간편하게 섭취 가능하며 영양가 높은 맥주박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제품 형태”라면서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소비자 인식 개선과 시장 검증 차원에서도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차례의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2000% 이상을 달성하며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오비맥주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통해 맥주박으로 만든 라자냐, 피자, 치킨텐더, 에그타르트, 마들렌, 약과, 아이스크림, 비어라떼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맥주박의 식재료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더 나아가 강연, 쿠킹클래스, 푸드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를 비롯해 취약계층 아동,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 등에게 리너지바를 기부하며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비맥주는 리하베스트와 함께 맥주박으로 에너지바를 만들었다.
오비맥주는 리하베스트와 함께 맥주박으로 에너지바를 만들었다.

맥주박과 더불어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찌꺼기인 커피박의 쓰임에 대한 고민도 많다. 가정에서는 잘 말려 탈취제로 쓰이거나 퇴비로도 사용하지만, 카페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커피박은 대부분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구매하는 편의점도 이 문제에 주목했다. CU는 커피 찌꺼기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커피박 데크(Deck)를 점포에 도입하기로 했다.

커피박 데크는 커피박 함유율이 20% 이상인 합성 목재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부목 데크 대비 쪼개짐, 뒤틀림 등의 변형이 적고 기온, 강수량 등 외부환경에 대한 내구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커피원두의 특성인 방향 및 탈취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CU는 자사 매장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약 1700톤의 커피박을 수거, 협력사를 통해 데크로 가공해 다시 CU에 납품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월드는 사용하고 폐기될 가로등 배너(왼쪽)을 활용해 가방(오른쪽)을 제작했다.
롯데월드는 사용하고 폐기될 가로등 배너(왼쪽)을 활용해 가방(오른쪽)을 제작했다.

롯데월드의 경우 모험과 신비의 나라를 화사하게 가꿔줬던 가로등 배너를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등 자원 선순환 캠페인을 통해 친환경 테마파크를 향해 가고 있다.

가로등 배너를 비롯한 현수막 폐기물은 플라스틱 합성수지 재질에 유성 잉크로 출력하기 때문에 매립해도 썩지 않으며 폐기과정에서 수질오염 및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선거철이 지나면 현수막을 장바구니로 다시 만들거나 트럭 방수포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처럼 업사이클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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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롯데월드의 배너는 유니크한 패턴과 화려한 컬러로 디자인적으로도 돋보인다. 여기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친환경 캠페인에 대한 스토리와 제작 과정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수익금은 다시 환경보호기금으로 활용하는 등 일회성이 아닌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잘못 인쇄된 패키지를 스탠드그립과 명함케이스로 재탄생시킨 배민문방구.
잘못 인쇄된 패키지를 스탠드그립과 명함케이스로 재탄생시킨 배민문방구.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업사이클링 제품을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즐거운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배민문방구는 인쇄 오염으로 사용하지 못한 ‘맥주짠 세트’의 종이박스를 스탠드그립과 명함케이스로 재탄생시켰다. 또 커피찌꺼기로 만든 연필 등 재활용 필기구를 만들어 팔고 있다.

친밀한 고객관계를 통해 팬클럽(배짱이)을 형성한 배민답게 친환경 캠페인에 있어서도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자원순환에 참여할 ‘용기있는 배짱이’를 모집해 이들이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친환경 굿즈로 제작해 돌려준 것.

배민문방구 관계자는 “물건을 만들어오면서 다양한 물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지켜보게 되며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버릴 것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예전 같았으면 버리기로 결정했을 쓰레기도 자연스럽게 다시 쓸 방법을 찾아보며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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