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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 에세이’ 보도가 언론이 강조하는 표현의 자유인가
‘강윤성 에세이’ 보도가 언론이 강조하는 표현의 자유인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9.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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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채널A 단독보도 이후 줄줄이 받아쓰기
범죄 관련 뉴스가치 의문,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하며 자정 노력한다더니
채널A 뉴스화면 캡처
채널A 뉴스화면 캡처

[더피알=문용필 기자]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현업 5단체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널리즘 윤리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했다. 조회 수에 매달린 천박한 기사와 사주의 이익을 위해 사실에 침묵하고 왜곡한 기사, 정파적 보도로 정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 기사 등의 문제를 바로잡자는 목적이다.

현재 여당이 내놓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 단체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 비판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같은 언론 자율규제 대책을 내놓았다. 그간 언론단체들과 각 언론사에서 숱한 보도 윤리 강령들이 만들어졌음에도 한국 언론의 고질적 문제점들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개정안 찬반 여부를 떠나 환영할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한창 이슈가 되고 언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이 재차 부각됐음에도 자극적인 주제를 다룬 보도행태와 무분별한 단독 인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온라인상에 쏟아진 이른바 ‘강윤성 에세이’ 관련 보도를 보며 새삼 느낀 점이다.

‘강윤성 에세이’는 이날 채널A에서 단독보도한 건이다. 전자발찌를 끊고 연쇄살인을 저지른 강윤성이 복역 중이던 지난 2009년 한 작가에게 가족이 어렵게 산다며 책을 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그를 돕기로 한 작가는 강윤성 자필 원고를 엮어 책을 냈다. 그런데 첫 인세를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에게 보냈고 이를 알게 된 작가가 크게 실망해 연락을 끊었다는 것이다.

살인범의 이중성을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 전 출판된 강윤성 에세이와 그가 저지른 범죄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방송에서 단독 보도할 만큼 뉴스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이 채널A 보도를 ‘받아쓰기’하며 가십성으로 다뤘다. 

문제는 또 있다. 이 책이 현재도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 중이라는 점이다. 물론 채널A를 포함한 다수 언론은 책 제목을 명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윤성이 당시 썼던 가명과 제목을 삭제한 책 표지 이미지를 담은 기사들 또한 적지 않다. 의도치 않은 책 광고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 지방지는 단독기사를 받아쓴 것은 물론 책 제목과 소개 전문, 표지 이미지, 여기에 출판사 이름까지 여과 없이 기사에 실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출판사는 500부만 남기고 파본했고 작가와의 이견으로 출간 1년 뒤 계약도 종료했다고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한 끔찍한 범죄자를 서사화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게다가 선의로 도움을 준 작가나 출판사도 자칫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팩트체크가 됐다고 해서 언론이 보도의 책임을 다한 것은 아니다. 해당 기사로 인해 야기될 수도 있는 이후 상황이나 파급력까지 고려해야 한다. 논란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언론들은 현재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논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언론 관련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정안 반대를 외치는 언론들의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보도윤리 정립을 위한 꾸준한 노력과 가시적인 움직임이 수반돼야 한다.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언론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유지돼온 잘못된 행태들만 고쳐도, 혹은 보도 아이템에 대한 좀 더 면밀한 검토만 거쳐도 뉴스 소비자들은 금방 알아챌 것이다. 어쩌면 언론중재법으로 한창 여론이 뜨거운 지금이 그 시점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다른 전제는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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