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기자가 보는 ‘주현영 인턴기자’
20대 기자가 보는 ‘주현영 인턴기자’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09.15 17: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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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MZ 사회초년생 특징 부여한 캐릭터 화제
주변 지인들 “웃프다” 반응…‘공감’ 대신 ‘논란’에 초점 맞춘 언론보도 줄이어
​쿠팡플레이가 지난 11일 공개한 SNL 코리아 하이라이트 편의 주현영 인턴기자 모습. 영상 화면 캡처
​쿠팡플레이가 지난 11일 공개한 SNL 코리아 하이라이트 편의 주현영 인턴기자 모습. 영상 화면 캡처

 “지금 내가 주현영 인턴기자랑 뭐가 다르냐?”

“원래 다 그런 거지. 우린 다 감자 조무래기들인데.”

[더피알=한나라 기자] 기사를 쓰다가 수 차례 갈아엎을 무렵, 타사에 근무하는 동년배 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한창 화제라며 간밤에 메신저로 전달 받은 SNL ‘주현영 인턴기자’ 영상. 기합이 잔뜩 들어간 첫인사와 어색하게 높은 톤의 말투, 잘해보겠다는 듯 동그랗게 치켜뜬 눈을 보고있자니 픽하는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안쓰러움 반, 유쾌함 반으로 시청하던 중 영상 끝부분에선 한탄섞인 웃픔이 느껴졌다. “안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남기며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주현영 기자에게서 스스로를 봤기 때문이다.

‘수시로 바뀌는 K방역 수칙’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바뀐 방역 수칙 전달’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 예상치 못한 지적에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장면,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여지없이 무너지는 표정은 업무를 배워나가며 흔들리는 사회초년생의 하루하루를 대변하는 듯했다. 

주 기자의 영상을 주변 지인들에게도 공유했다. 돌아온 반응은 다들 비슷했다. “웃긴데 슬프다”는 것이었다. 

특히 미디어 직군에 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한 신입기자는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영상을 보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릴 지경”이라는 다소 격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불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코미디 프로그램 영상이라는 걸 몰랐던 지인은 “주 기자의 첫 마디가 떨어지기도 전에 깔리는 웃음소리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처음이면 못하는 게 당연한데 웃음거리로 소비되는 점이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실재하지 않는 ‘주현영 기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과거 혹은 현재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공감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에 달린 해당 영상의 댓글만 봐도 쉽게 추측이 가는 부분이다. 

유튜브에 공개된 주현영 인턴 기자 영상에 달린 댓글 일부. 화면 캡처 

일명 ‘MZ세대’라 불리는 현재의 사회초년생들은 대부분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실패’를 배우지 않고 자라났다. 첫 직장이야말로 이들이 처음 실패를 배우는 곳인 셈이다. 주현영 기자는 결국 자신만만하게 살아오던 사회초년생들이 첫 실패에 흔들리는 모습을 완벽하게 묘사한 캐릭터라 볼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할 말 많은 2040이 모였다…“밀레니얼과 Z세대는 어떻게 다른가요?”

하지만 언론에 비친 주현영 기자는 유쾌한 개그소재이거나 논란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영상이 공개된 초반에는 인기에 초점을 맞추던 보도들이 점차 ‘논쟁’, ‘논란’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20대’ ‘젊은 여성’ ‘내향성’을 대표하는 I유형 (MBTI 검사에서 성격유형을 나누는 기준 중 하나)에 대해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사 톤도 바뀌었다.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오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주현영 기자 캐릭터가 ‘논쟁거리’로만 소비되는 건 안타깝다. 논란을 사랑하는 언론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주현영 기자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에 주목하는 ‘건설적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현영 기자의 서툰 모습에 스스로를 투영했지만, 그 공감은 ‘젊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약자’의 것이 아니다. 성별에 관계없이 사회초년생이라면 겪어야 하는 웃픈 일이자, 모두가 흔하게 느끼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지점을 속 시원히 긁어준 점에 보내는 공감의 제스처일 뿐이다.

인생 처음 겪는 실패에 힘겨워하는 사회초년생에 대한 공감이 자리 잡기도 전에 ‘20대 희롱’, ‘젊은 여성 약자’ ‘여성 혐오’ 등의 단어로 점철돼가는 듯한 상황이 씁쓸할 따름이다.

그나저나 주현영 기자의 활약에 많은 이들이 놓친 포인트가 있다. 그의 영상을 선보이는 무대가 바로 쿠팡의 OTT ‘쿠팡플레이’라는 사실이다. 도쿄올림픽 중계권을 따내려다 무산된 쿠팡이 의외의 지점에서 히트 콘텐츠를 배출한 것인데, 신입기자 시선에서 또다른 흥미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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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21-09-16 08:52:03
오늘도 바짝 기합 넣고 아자자

ㅜ.ㅜ 2021-09-15 21:16:56
감자 조무래기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