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페이스북
엎친 데 덮친 페이스북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10.0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부고발 논란 이어 6시간 접속장애 잇따르며 주가 요동
전 직원 프랜시스 호건 “페이스북은 이익 위해 양극화와 분열 조장”
여론 악화 속 FTC와의 반독점 소송 귀추 주목

[더피알=한나라 기자] 페이스북이 수년 만에 또다시 초대형 위기에 직면했다. 미 연방위원회(FTC)와 반독점 소송을 이어가는 와중에 내부 고발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글로벌적으로 장시간 접속 장애 등이 발생하며 플랫폼 안정성에도 의구심을 낳았다. 흡사 ‘사면초가’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주가는 이틀새 하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요동치고 있다. 
 

논란의 시발은 지난 3일(현지 시각) 페이스북 전 직원 프랜시스 호건(Frances Haugen)의 폭로성 인터뷰였다. 호건은 CBS의 ‘60분(60minutes)’ 프로그램을 통해 페이스북이 혐오 표현, 폭력, 잘못된 정보에 대한 올바른 공공 논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호건이 페이스북을 퇴사하며 수집한 내부 자료다. 호건은 지난달 윌스트리트저널에 익명으로 해당 자료를 전달, 페이스북이 양극화와 분열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양산하고 방치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엑스체크(Xcheck)’라는 리스트를 만들어 유명인들의 계정을 검열 대상에서 제외, 특정 인사들에게만 과도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6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호건은 “페이스북이 대중을 위한 공공의 선을 고려하지 않고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혐오 표현을 포함하거나 폭력적인 콘텐츠일수록 사람들의 SNS 체류 시간이 길어져 광고 클릭률과 수익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입각, 페이스북이 편향된 알고리즘을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호건은 편파적인 콘텐츠를 소비할수록 인식의 양극화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전보다 이익을 택한 페이스북의 플랫폼 운영 방식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페이스북이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도 불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경우 페이스북에 비해 이용 연령층이 낮기에 정신건강 측면에서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호건은 인스타그램상 인기 있는 콘텐츠가 젊은 여성에게 섭식 장애와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타 미디어보다 10대에게 해롭다는 내부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우며 페이스북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호건은 독점 논란을 둘러싼 FTC와의 법적 공방에도 목소리를 보탰다. 자신이 입수한 자료를 미 당국에 제출해 5일(현지 시각) 상원 소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호건은 페이스북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증언하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아직 페이스북을 개혁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가짜뉴스(fake news) 문제로 호되게 홍역을 치렀는데, 자칫 잘못하면 ‘사회악’으로 낙인 찍혀 ‘규제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내 커머스를 강화하는 한편 메타버스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터라 비즈니스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디지털 선동’이 늘어나는 이유

페이스북 측은 “잘못된 정보와 유해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정적인 콘텐츠를 조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덴마크,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 의원들은 페이스북 내부 추가 자료를 요청하며 법적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3일 터져나온 내부 고발에 이어 4일에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왓츠앱, 인스타그램, 오큘러스 VR등 페이스북 계열의 모든 서비스가 장시간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다. 사내 소통 채널까지 장애를 일으켜 페이스북 직원들까지 시스템 이용에 문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은 약 6시간 뒤 복구됐지만, 외신들은 잇따라 ‘2008년 이후 최악의 접속 장애’라며 비판했다. 넷플릭스는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중단된 시점에서 트위터가 모두를 먹여 살린다는 내용의 트윗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라온 오징어 게임 패러디 게시글. 화면 캡처

서버 복구 이후 페이스북은 4일 밤(현지시각) 공식 블로그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네트워크 구성 변경에 따른 통신 장애’를 기술적 결함의 원인으로 밝혔다. 하지만 접속 지연에 대한 보상 논의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 보상 체계 마련 촉구를 발표한 구글과 비교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반독점 소송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FTC는 페이스북이 미국 SNS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측에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매각 명령을 요청한 것이다.

미 연방법원은 지난해 6월 법률적 증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지만, FTC가 지난 8월 다시 제소하며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4일(현지 시각) 연방법원에 FTC의 제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페이스북이 불법 독점자라는 FTC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페이스북의 편파적 콘텐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페이스북은 조지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게시물 검열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대규모 보이콧 운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 당국의 플랫폼 규제 여부 결정과 메타버스 시장으로의 진입을 앞둔 시기이지만 이번에도 페이스북은 여전히 알고리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이틀 동안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세 차례 글을 올려 잇단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6시간의 대규모 서버 장애에 대해서는 “몇 년 만의 최악의 정전 사태를 맞이했지만, 지난 24시간 동안 서버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의 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플랫폼 안정성에 선을 그었다.

내부 고발로 제기된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안전과 웰빙, (이용자들의) 정신건강 등의 문제에 신경을 깊이 쓴다. 그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업계 최고 수준의 리서치 프로그램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일부 사람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과 같이 소셜미디어 사용량이 증가하지 않거나 감소하는 국가에서 어째서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느냐”며 소셜미디어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인과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저커버그가 특히 장문의 글을 통해 강조한 부분은 10대와 관련한 논란이다. 어린이 전용 SNS 서비스에 대해 그는 온라인 위험성을 언급하며 “기술 회사가 안전하며 아이들의 필요에 맞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이미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이런 필터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비슷한 위기가 있었던 만큼 페이스북을 향해 꾸준히 지적되는 시스템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차후 도입될 새로운 메타버스 서비스 역시 그 성공을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 최대 SNS 플랫폼을 운영하는 페이스북 기업 윤리에 대한 공개적 고발과 전례 없는 서비스 접속 장애가 벌어진 시점에서 당장 FTC와의 독점 소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