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1 18:37 (목)
더 늘어난 ‘꼼수 연계편성’, 방통위 제재 실효 있나?
더 늘어난 ‘꼼수 연계편성’, 방통위 제재 실효 있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10.08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올해 연계편성 점검결과 보니…전년 대비 프로그램 2배 가까이↑
시청자 기만행위 ‘계도’ 안돼, 계류중 법안에 기대지 말고 대책 강구해야
자료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사진. 방송통신위원회

[더피알=문용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올해 실시한 연계편성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연계편성은 말그대로 지상파와 종편에서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면 비슷한 시간대에 홈쇼핑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문제는 광고나 협찬임을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꼼수 광고’에 다름 아니라는 점이다. 시청자가 쉽게 속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유튜브 뒷광고’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방통위의 점검결과는 우려할 만하다. 지상파에서는 MBC와 SBS, 종편은 4개 채널 모두 연계편성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프로그램수는 지난해(24개)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45개)했고 홈쇼핑 연계횟수는 451회에서 756회로 대폭 늘어났다.

연계편성의 문제점을 지적한 목소리가 어제 오늘이 아님에도 오히려 수치가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가 심각하다면 책임 있는 정부의 규제기관이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더구나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면 보다 빠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내놓은 규제방안은 어째 ‘미지근한’ 느낌이다. 향후 필수적 협찬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조속한 입법을 지원하고 법 통과 시 협찬임을 알 수 있도록 협찬사실 고지의 노출 시점, 시간, 횟수 등을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것이 첫 번째다. 여기에 건강정보 프로그램 제작 시 유의사항을 방송사 자체 제작 가이드라인에 반영하도록 재허가 및 재승인 조건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연계편성 현황 및 협찬고지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해당 방송사에 가하는 ‘실질적 패널티’에 해당하는 조치라기엔 뭔가 두루뭉술하다. 연계편성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바로바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가 ‘지원’ ‘구체화’ ‘검토’ ‘방침’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 당장 시행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물론 방통위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협찬주의 상품에 관한 기능이나 효과를 다루는 경우엔 협찬사실을 고지하도록 재허가 재승인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을 방송사들이 모를 리 없는데도 오히려 연계편성 사례가 늘어났다는 건 방통위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난해 10월 협찬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정부발의로 제출되긴 했다. 방통위가 조속한 입법을 지원하겠다는 법안이 바로 이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방송사의 연계편성 꼼수도 상당수 근절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1년 가까이 국회 상임위에 잠들어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는 대선정국임을 감안하면 언제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방통위는 지금까지 연계편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었을까. 주무부서인 방송시장조사과 관계자에게 문의했지만 이 관계자의 대답도 보도자료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작년에 (재승인 재허가)조건으로 부과했고 법안을 제출했는데 이전에는 (연계편성의) 문제점에 대해 검토했다”고 말했다. “실효적으로 (제재)하려면 금지해야 하는데 편성의 자유나 방송사의 자율성을 고려하면 법으로 금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연계편성의 문제점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상혁 위원장에게 “방송이 내놓고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냐”며 “연계편성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문했다. 또한 “방통위 권한으로 때려잡아야 한다. 방송인지 장사인지 알 수 없다”며 “협찬과 간접광고는 오래된 문제인데 아직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의원의 말처럼 연계편성을 모두 때려잡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매체 시대에 프로그램 제작비 마련이 쉽지 않은 방송사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연계편성은 엄연한 시청자 기만행위다. 그런데도 방통위가 4년간 현황조사를 하면서 실효적인 대책을 찾기 어렵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제재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방통위가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은 방송사가 아닌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