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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핑리뷰] 현대카드는 어떻게 팔리는 社史를 만들었을까
[클리핑리뷰] 현대카드는 어떻게 팔리는 社史를 만들었을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10.13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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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더 웨이 위 빌드(The Way We Build)’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게 나오는 초속 무한의 시대. 책, 영화, 제품, 서비스 등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아까운 것들을 핵심 내용 중심으로 클리핑합니다.

한 줄 평 건축물을 통해서도 브랜드를 쌓아올린 성공한 문화마케팅 선도 기업의 기록. 이 기록이 다시 브랜딩 소스가 되는 자원의 순환.

이런 분들에게...  건축과 디자인을 공부하거나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The Way We Build’ 현대카드 지음, 중앙북스
‘The Way We Build’ 현대카드 지음, 중앙북스

# 첫인상

일단 크고 묵직하다. 사무실에 저울이 없어 직접 무게를 재볼 수 없는건 아쉽지만, 회의실에 비치된 구형 노트북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다.

현대카드가 지난 9월 출시한 책 ‘더 웨이 위 빌드’(The Way We Build, 우리가 만드는 법)는 20여년에 걸친 현대카드의 건축·공간 프로젝트를 담아낸 책이다.

20여년의 세월을 담고 있어서인지 두께감 또한 상당하다. 빨간 양장 표지를 넘기면 무려 487페이지에 달하는 압도적 분량이 펼쳐진다.

어떻게 보면 여느 기업의 ‘사사’(社史) 성격을 지닌 책인데, 무려 소매가 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면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그래도 7만2000원이란 거금이다.)

이 비싼 책을 누가 살까 싶었는데, 출간 며칠만에 서점에 풀린 책들이 품절돼 본사에 비축해놓았던 책까지 부랴부랴 서점으로 보내고 재인쇄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벌써 2쇄를 찍었으나 예약대기분으로 바로 품절됐다.

# 29개 공간의 백스토리

‘The Way We Build’는 2002년부터 최근까지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만들어낸 29곳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공간을 기획한 의도부터 이를 맡은 건축·디자인 사무소의 대표 및 디자이너들이 공간을 설계하고 조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두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건축을 공부하거나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눈여겨볼 내용들이다. 지금은 이태원의 ‘힙 플레이스’로 거듭난 ‘뮤직 라이브러리’가 콘셉트 변경과 건축가 교체, 예산 초과 우려 등으로 좌초될 뻔했다 기사회생한 스토리부터 각 공간을 만들 때 건축사무소와 오간 논의들이 상세하게 실려 있다. 그밖에 풍부한 사진과 단면도 등이 포함돼 있다. 일반인이 평소 출입이 불가능한 공간까지도 사진과 설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기업은 단순히 훌륭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어떻게 기업 문화와 공동체를 만드는 기회로 일터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직원들은 선택을 원한다. 자라온 환경과 비슷한 공간을 원하고, 기분에 따라 앉고, 원하는 옷을 입고, 숨고 싶을 때 고립되고자 한다. 직원들이 직장의 공간과 시간에 적응해야 했던 데에서 이제는 직원들의 필요에 맞춰가는 일터가 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 런던 사옥이 집에 온 듯 편안한 환경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생각을 담았기 때문이다. (필립 파레, 겐슬러 파리 디렉터)” p135

“멤버십 라운지이지만 심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문지방을 없애고, 내부가 잘 보이도록 했다. 경사진 땅을 계단보다는 경사 자체로 해결해 길에서 1층의 카페 안쪽 깊숙한 곳까지 자연스러운 흐름이 이어진다. 경사가 시작되니 주의하라는 바닥의 레터링 안내와 낙상을 방지하는 스테인리스 핸드레일은 안전을 위한 철두철미한 준비를 보여준다.” p203

콘셉트 스케치와 단면도 및 평면도가 함께 실려 있다.
콘셉트 스케치와 단면도 및 평면도가 함께 실려 있다.

# 진짜 뒷이야기

이 책은 박지호 전 아레나옴므플러스 편집장과 전은경 월간 디자인 디렉터, 배윤경 건축 칼럼니스트 등 외부 필진이 참여해 만들어졌는데, 각 공간에 대한 취재 시 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과의 연결을 부탁했다.

그리하여 겐슬러나 원오원 아키텍스같은 유명 건축사무소의 디렉터와 대표를 비롯해 내부 담당자들의 설명을 담아냈는데, 실상 가장 많이 호출돼야 했던 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었다. 이 책에 담긴 모든 공간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관여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 서두부터 아예 정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싣고, 이후 사옥과 회원 전용 체험공간인 라이브러리, 그 외 브랜드 공간, 사회공헌 프로젝트 등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현대카드뿐 아니라 현대캐피탈의 건축 유산까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최근 현대캐피탈 대표직을 내려놓은 정 부회장의 고별 기록물이기도 하다.

“대단한 대리석이나 예술품을 기대한 외부인이 회사에 와서 보고는 “기대보다 별로인데”라는 얘기도 한다.(웃음) 우리의 자부심은 기업 문화와 아이덴티티를 부합시키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회사는 현대카드밖에 없다는 데 있다.(정태영 부회장 인터뷰 中)” p18

정 부회장은 책을 펴내며 자신의 SNS를 통해 출간 소식과 현황을 여러 차례 알리기도 했다. 책의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직접 그린 스케치가 애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정 부회장은 SNS에 “어떤 기업 하나가 공간에 관하여 이런 아카이브(기록물)를 남긴다면 건축학, 공간에 관한 생각, 브랜딩이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 다시 디테일

평소 그렇게나 디테일을 강조한다는 정 부회장의 지론처럼 이 책 역시 요소요소에 ‘현카(현대카드)다운’ 감각을 묻혀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색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책의 구성과 여백을 살린 글과 사진의 배치, 설계·시공 기간부터 담당회사까지 기재한 탄탄한 기본 정보들이 3년에 걸친 제작 기간을 대변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포장으로 느낄 수 있는 보관용 하드케이스와 책을 한 바퀴 두른 검정 밴드는 책을 받아드는 순간을 고려한 또 다른 디테일이다.

어찌 보면 한 기업의 브랜딩 역사를 일반 개인이 소장용으로 보관케 하는 힘이 여기에서 나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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