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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의 관계 재정립, 그것이 구독입니다”
“고객과의 관계 재정립, 그것이 구독입니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10.14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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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이승훈 네모파트너즈 대표 파트너

[더피알=정수환 기자] 플랫폼에서 쇼핑을 하고, 플랫폼에서 밥을 먹으며, 플랫폼으로 택시를 탄다. 일상의 요소요소가 플랫폼으로 점철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은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무탈할 것만 같던 이 판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플랫폼에 쏠리기도 하며, 지배적 영향력에 위협을 느끼고 브랜드들이 하나둘 탈플랫폼 선언을 하는 것이다. 변화의 시기 각 기업은 어떤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할까. <플랫폼의 생각법 2.0> <구독전쟁>을 펴내며 새로운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는 이승훈 네모파트너즈 대표 파트너(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승훈은... 모니터그룹, 에이티커니, 마케팅랩 등에서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한 후 SK컴즈 싸이월드 사업본부장, 네이트닷컴 본부장, SK텔레콤 인터넷 전략본부장, 무선포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인터파크 총괄 사장, CJ그룹 경영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네모파트너즈의 대표 파트너이자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진: 성혜련 포토그래퍼

요즘 한창 도마에 오르고 있는 카카오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독점과 문어발식 확장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요. 플랫폼 경쟁의 목표가 결국 독점이라는 측면에서 카카오의 현 상황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우선 카카오가 과연 플랫폼 기업인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플랫폼은 소비자와 공급자, 즉 양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사업모델을 일컫는데요. 카카오 서비스들을 보면 플랫폼적인 요소는 별로 없어요. 따라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기업이라고 보는 게 맞고요. 또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모든 게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카카오의 행보를 보면 수많은 계열사로 나뉘었잖아요. 이 경우 각 회사의 대표들은 본인만의 KPI(핵심성과지표)를 갖게 되고 어떻게든 성장을 해야 하니 수익만을 추구하게 되는, 높은 레벨에서의 플랫폼적 사고가 어렵게 됩니다.

물론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 절대 선(善)도 아닐뿐더러 레벨이 더 높은 것도 아닙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카카오는 특정 부문에서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죠. 그게 최근 논란이 되는, 그리고 카카오의 서비스 중 가장 플랫폼스럽다고 할 수 있는 ‘모빌리티’ 부문입니다.

논란의 원인은 단적으로 카카오가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플랫폼적인 사고를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어요. 플랫폼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데 치중되고, 그렇게 카카오T블루, 월 9만9000원 정액상품 등이 나온 건데요. 이게 공급자인 택시기사들의 반발을 사게 됐습니다. 플랫폼은 보통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형태로 운영이 되는데 이런 식으로 제한된 서비스가 제공되니 균열이 생기고 만 것이죠. 플랫폼 운영자들은 나름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운영 룰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카카오는 플랫폼을 하겠다는 사고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랜만에 카카오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길에서 택시를 잡아 인터뷰 장소까지 오게 됐는데요. 기사님이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면서 우티도 이용하셨나 봐요. 그리고 이게 걸리는 바람에 카카오에서 365일 동안 콜을 정지시켰다며 너무한 것 아니냐고, 택시기사들 다 죽으라는 거냐며 푸념하시더라고요.

이는 모든 공급자에게 적용되는, 그 플랫폼 운영자의 원칙일 텐데요. 어떻게 보면 기사님이 룰을 어긴 상황이긴 하죠. 따라서 카카오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어요. 다만 운영 원칙 자체가 너무 엄격하고 가혹한 감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플랫폼의 개방성을 떨어뜨리니 자신의 성장에도 안 좋을 수 있어요. 콜을 받지 못하는 기간을 한 달로 줄이는 등의 형식으로 완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일정 부분 참여해 규제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원래 오픈마켓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자상거래보호법’이 생겨 규제가 가능합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우버가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다 소송을 통해 반독점이라는 판결을 받았고, 결국 택시기사들이 우버와 리프트(Lyft)라는 두 플랫폼을 동시 사용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이 가능한 상황인데요. 우리나라 역시 앞으로 귀추를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독점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동적으로 떠오릅니다. 저도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몰랐기에 택시 기사님 얘길 듣고 카카오가 나쁘다고 생각했는데요. 플랫폼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플랫폼에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국민 문제라기보단, 카카오가 나쁘다는 여론을 만든 언론들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정말 카카오가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죽일 놈’일까요? 예전에 택시 탈 때의 경험을 생각해보세요. 제 와이프는 과거엔 택시를 타지도 않았습니다. 첫째 더럽고, 둘째 담배 냄새 나고, 셋째 기사님이 자꾸 말 시키고. 택시라는 것은 젊은 여성에게는 비호감 서비스 그 자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깨끗하고, 내가 어디를 가는지 트래킹이 되니 안전하고. 또 이제는 기사님들이 담배를 못 피워요. 담배 피우면 벌점이 부가되니까. 모빌리티라는 영역에 카카오택시가 나타남으로써, 택시는 괜찮은 서비스로 탈바꿈 했어요. 그렇게 택시 이용률이 올라가니 기사들의 일거리도 늘어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카카오가 돈을 많이 벌었느냐고 하면 또 그건 아니에요. 계속 적자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노력과 혁신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쉬움이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카카오T블루에게 콜을 몰아준 것은 사실로 드러났잖아요. 상당히 나태했다고 봅니다. 독점적 지위를 가졌으니 이제 양면 시장의 참여자 모두가 우리의 행동을 매우 민감하게 주시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죠.

또 상장을 위해서 무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수익보다는 가치를 추구하며 ‘선한 독점’이라는 플랫폼의 숙명을 극복해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령 독점을 통해 수수료로 1000억원을 벌었다고 치면, 이 중 300억원 정도를 교통 약자들에게 사용하는 것이죠. 장애인 혹은 80세 이상 노인분들을 병원에 모셔다드리면서 택시비를 할인해 주는 식으로요. 즉 플랫폼 운영자로서, 모빌리티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택시 생태계라고 하는 것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러면서 교통 약자도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주었다면 모두가 카카오에게 박수를 보냈을 겁니다.

사진: 성혜련 포토그래퍼

카카오택시 사례 하나만 봐도 그 편리함으로 인해 플랫폼이 나타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실제로 플랫폼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구독’을 통해 플랫폼에서 벗어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보입니다. 저서에서 이를 ‘구독전략’이라고 설명하셨는데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구독경제가 아닌, 전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신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 한창 ‘공유경제’라는 말이 유행했었죠. 리먼브라더스 사태, 부동산 버블 등 돈 장난으로 경제가 파탄 나면서 흥청망청 살지 말고 아끼면서 함께 해야 한다는 관점이 대두되고, 그렇게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뜨기 시작했는데요. 이때 언론에서 ‘드디어 공유경제의 세상이 왔다’, ‘공유경제가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다’라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자 공유경제는 죽고 말았어요. 공유경제는 절대 대세가 될 수 없어요. 착한 사람들의 세상에서나 가능한 것이죠.

구독도 비슷해요. 가령 전통주를 구독한다고 해 봅시다. 얼마든지 마실 수 있고, 친구들과 즐길 수도 있죠. 하지만 지극히 제한적이에요. 아무리 해봐도 맥주나 소주를 더 마시지 않을까요? 이렇듯 구독은 우리 경제의 일부가 될 수 없는 구조에요. 우선 우리에게는 편의점이라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유통망이 존재하고요. 클릭만 하면 다음날 배송 오는 쿠팡이라는 유통망도 존재하죠.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매달 우리 브랜드의 제품을 사겠다고 약속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정기 구매가 필요 없는 세상이에요.

하지만 미디어들은 구독을 ‘정기 구매’라는 좁은 틀에 가두고 또 ‘구독경제가 대세’라 외치며 죽이려 하고 있어요. 이를 보고 기업의 윗사람들은 혹해서 우리도 구독을 해 보자고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직원들은 억지로 구독상품을 만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제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고, 무엇이든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차라리 정기 구매로만 한정을 짓는다면 구독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아요.

제가 구독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플랫폼 기업에게 고객을 모두 뺏겨버린 사업자들에게 ‘이제는 당신들이 정신을 차릴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기 위함이에요. 이렇게 살다가는 플랫폼들이 모든 고객을 장악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과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테니 어떤 형태로든 고객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것입니다. 그 수단이 바로 ‘구독’이고요. 즉 단순히 매달 돈 받고 물건을 파는 행위 외에도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자주 줄 수 있도록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만드는 모든 행위를 구독으로 봐야 합니다. 구독은 기업이 선택하는 전략이 돼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구독의 범주에 정기 구매뿐만 아니라 멤버십이나 큐레이션도 포함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신발을 구독할 수 있나요? 신발은 정기 구매가 가능한 품목이 아니잖아요. 그럼 나이키는 구독전략을 펼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니죠. 나이키는 멤버십을 통해 구독전략을 펼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고객과 만납니다. 그러면서 옷도 신발도 판매하는 것이죠. 저는 제한된 시간 내에 책을 써야 하니 큐레이션과 멤버십이라는 구독의 방법을 이야기했지만, 아마 다른 방식도 많을 거고 앞으로 더 개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독의 목표가 고객과의 관계 재정립이라 한다면, 이를 위한 툴은 새롭게 계속 만들어져야겠죠.

▷“구독전략 통해 팬덤 형성하려면…”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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