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은 8년 간 위기를 어떻게 재소환했나
남양유업은 8년 간 위기를 어떻게 재소환했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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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바람 불던 정치권…식품·유통·제조업 공동의 아젠다
같은 위기도 문제 제기 방식과 배경에 따라 대응 강도 달라야
대리점피해자협의회와 이견 지속…진정성 의심케 하는 상황 장기화
남양유업 본사 앞. 뉴시스
[더피알=안선혜 기자] 커뮤니케이션의 진정성이란 단순 말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실질적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 여러 기업들이 이러저러한 이슈 사안에 직면하곤 하지만, 남양유업만큼 장기적으로 부정 인식을 안고 간 곳을 찾기는 드물다. 오래도록 방치한 기업의 평판이 기업 존폐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지금 목도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① 8년 전 ‘갑질’이 장기화된 이유
② 위기 그 후…조직, 매출, 주가 변화

170여건. 포털 뉴스(네이버)에서 ‘대리점 갑질’을 키워드로 2013년 한 해 동안 검색되는 기사량이다. 2013년은 젊은 영업직원이 삼촌뻘 대리점주에 폭언·욕설을 가한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남양유 엄청난 폭풍이 일었던 해다. 대리점에 강제로 물량을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 관행이 이 파일을 통해 드러났고, 소셜미디어를 타고 생생하게 전달된 육성은 사회적 큰 공분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남양유업은 ‘갑질 기업’이라는 낙인이 단단히 찍혔지만, ‘대리점 갑질’ 키워드로 검색된 당시 뉴스 주인공들엔 남양유업만 있는 건 아니다. 당시 대리점 갑질 문제는 식품, 유통, 통신, 여타 제조사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대두된 화두였다. 수많은 하청업체, 대리점 간 숨어있던 갑을관계가 언론을 통해 속속 불거져 나왔고, 해당 기업들의 CEO가 직접 나선 사과가 이어졌다. 어찌 보면 재계 공동의 이슈였던 셈이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대형마트가 확산되는 등 유통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대리점들의 마진율이 이전과는 달라지다 보니 기존에 해오던 밀어내기 영업이 (대리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본사와 대리점 간 영업구조를 체계화시켜야 했던 과정 속에서 이슈들이 터져나온 것”이라 분석했다.

상당수 기업이 유사한 도전 과제를 안게 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함께 문제가 지적됐던 다수의 기업은 지금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조차 소비자 기억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남양만은 8년이 지난 지금도 ‘갑질’의 대명사로 박제돼 있다.

일단 ‘대리점 갑질’이 사회적 화두가 된 배경을 살펴보면 당시 새 정부가 출범하며 주요 국정과제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대 대선의 화두 자체가 ‘경제민주화’였고,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처에 강압적 물량 떠넘기기를 했다는 사안은 사회적 주목도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나이 지긋한 대리점주에게 젊은 영업사원이 쏟아낸 막말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KPR의 이영훈 전무는 “똑같은 이슈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보다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며 “대리점주 갑질 사건의 경우 젊은이가 나이 든 대리점주에게 험한 말을 했다는 점이 이미지를 더 악화시키는 뾰족한 요소가 됐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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