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된 페이스북에 남겨진 숙제
‘메타’가 된 페이스북에 남겨진 숙제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21.11.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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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폭로자’ 하우겐의 목소리, 전통-소셜미디어 아우르며 여전히 큰울림
새 출발 선언에도 시장의 불확실성 계속, 묵은 이슈 재소환 되기도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프랜시스 하우겐. AP/뉴시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프랜시스 하우겐. AP/뉴시스

지난 한 달은 강력하고 거칠고 압도적인 경험이었다.

[더피알=신인섭] 전직 페이스북(現 메타)의 직원인 프랜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이 지난달 26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럴 만도 했다. ‘내부고발자’로서 자신이 속해있던 거대 플랫폼 기업과 맞섰고 각종 미디어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제품 매니저로 일했던 하우겐은 회사의 내부정보를 담은 문건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제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WSJ는 지난 9월 페이스북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들에게 주는 유해성을 파악하고도 회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을 보도해 큰 파장을 낳았다.

▷관련기사: [미디어톡] ‘담배회사’ 된 페이스북, 메타버스의 꿈은?

하우겐은 지난달 초부터 공개석상에 나섰다. WSJ와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미국과 영국 의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에 맹공을 가했다. 50년 역사의 미국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60minutes)에도 출연했다. 평범한 IT전문가였던 하우겐의 삶은 그렇게 바뀌었다.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FB Whistleblower’(페이스북 내부고발자)라는 수식어가 적혀있다.

페이스북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일례로 CNN을 통해 하우겐의 근무기간이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회사 정책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반격했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소동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했다. 그리고 자사의 향후 중심사업이 SNS가 아닌 메타버스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물론 상식적으로 하우겐의 폭로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의 사명 변경이 급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마크 저커버그의 새 출발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엔 하우겐의 폭로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관련기사: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완벽한 청사진과 불안한 출발

게다가 하우겐의 날선 목소리는 여전히 살아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정보기술 컨퍼런스 ‘웹 서밋’(Web Summit)에서는 “그가 CEO로 남는다면 회사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의 용퇴를 촉구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메타는 페이스북 시절 수많은 악재에 직면해왔다. 블룸버그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7일자 기사를 통해 최근 몇 년 새 벌어진 위기 상황에 대해 잘 정리해 놓았다. 그런데 기사 제목이 흥미롭다. ‘페이스북 주식의 익숙한 위기 사이클: 하락, 반등, 반복’(Facebook Stock’s Familiar Crisis Cycle: Decline, Rebound, Repeat)이 그것. 악재발생과 해소를 주가의 등락과 연결지어 바라본 것이다.

해당 보도는 지난 2017년 터진 이른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우선 언급하고 있다. 외부기업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도움을 준 분석회사에 이를 팔아넘긴 사건이다. 이 일로 당시 회사 주가는 일주일 만에 18%나 하락했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인 2개월 만에 완전히 회복됐다.

2019년 반독점 조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주가가 7.5% 폭락했지만 일주일 만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하우겐의 내부폭로가 한창 이슈일 당시에도 주가 하락 양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의회에 출석했음에도 말이다.

이제 메타가 된 페이스북을 향한 하우겐의 비판 목소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메타의 주가나 시장가치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점은 주가나 기업가치를 떠나 메타 입장에선 한번 터진 시한폭탄이 계속 위험성을 가진 채 남아있다는 것이다. 하우겐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언론과의 소통창구가 열려있다. “근본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문구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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