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사실 마케팅 잘한다’는 LG의 금성오락실
[마케팅 현장] ‘사실 마케팅 잘한다’는 LG의 금성오락실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11.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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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감성 짙은 연출, 금성 브랜드 곳곳에 활용
제품 강점을 브랜드 역사·최신 트렌드에 녹여…MZ세대 SNS 입소문 유도
성수동에 문을 연 뉴트로 테마 LG 올레드의 금성오락실. 사진: 한나라 기자 

[더피알= 한나라 기자] 2030 힙스터들의 성지라 불리는 성수동에서 ‘마케팅 못 한다’는 오명을 벗고자 노력 중인 브랜드가 있다. ‘마케팅 잔혹사’의 사례로 종종 등장하는 LG 이야기다.

오는 7일까지 운영되는 식물재배기 ‘LG틔운’ 팝업스토어부터 ‘뉴트로’ 콘셉트를 내건 금성오락실, 20일부터 진행되는 피치스 도원과 LG그램의 협업까지. 각기 다른 콘셉트로 잇달아 브랜드 공간을 오픈하며 힙한 존재감 드러내기에 한창이다.

그 중 금성오락실은 올레드TV와 오락을 결합해 MZ세대 맞춤형 놀이공간을 표방했다. 신세계 분식도 함께 입점해 있다는 소식에 학창 시절 추억을 소환하며 오랜만에 성수동으로 향했다.

(참고로 기자는 95년생. 금성이 LG로 사명을 바꾼 뒤 약 10개월 뒤에 세상에 태어났다. 금성 시절의 LG를 전혀 경험한 적 없는 밀레니얼과 Z세대에 애매하게 걸친 나이다.)

성수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대림창고 쪽으로 직진하다보면 빨간 벽돌 공장 아래 나무 회전문이 보인다. 이전까지 숨겨진 가게 콘셉트로 간판조차 잘 보이지 않던 편집숍 건물 위쪽에 대문짝만하게 ‘금성오락실’이라는 빨간 네온 사인이 걸렸다. 번쩍번쩍한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QR코드 체크인과 방역을 위한 설문조사를 거쳐 금성오락실에 들어섰다. 비교적 한산할 시간인 평일 오후 4시. 입장줄은 길지 않았지만 내부엔 비교적 사람들이 많았다. 방역을 위해 뚜껑이 없는 음료는 반입불가.

금성 시절 유명했던 광고 카피가 보인다. 사진: 한나라 기자 

금성오락실은 올레드TV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존과 캠핑장처럼 연출된 테라스, 금성 굿즈와 신세계 분식을 먹고 쉴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스스로 빛나는 나’라는 문구로 장식된 반짝거리는 통로가 나온다. 자체 발광 광섬유를 사용한 올레드 픽셀을 포토존으로 형상화한 곳인데, 입구부터 ‘인스타그래머블’한 분위기를 한껏 풍겼다.

본격적으로 게임존에 들어섰다. 네온 사인이 빛나고 한창 게임이 진행되는 모니터들이 보였다. 입장하자 마자 직원들이 다가와 게임의 종류와 내부에 대해 간단히 안내해줬다. 크레이지아케이드,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부터 철권, 피파온라인, 레이싱게임까지 중·고등학생때 오며가며 스치던 풍경이 쭉 펼쳐졌다. 게임 화면이 모두 올레드TV로 최신식이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플레이보다 구경을 자처하던 ‘겜알못’이던 탓에 게임에서 두어번 참패한 뒤 구석구석 공간을 둘러보는 것으로 선회했다. 가장 먼저 (실제로 처음 보는) 금성 시절의 마크와 카피가 눈에 들어왔다. 80년대 유명했던 금성 광고 카피 ‘한번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커다란 네온 사인이 공간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올레드 화면 곳곳에 옛 금성(gold star)마크가 붙어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20대로 보이는 방문객이 많았는데 충분히 궁금증을 일으킬만한 역사적 산물이 아닐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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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다 특성을 살려 인테리어를 한 점도 시선을 끌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게임 존에는 물방울 모양 조명을, 스타크래프트 존에는 보급품이 없다는 유행어인 ‘Not enough Minerals’ 네온사인이, 카트라이더 존에는 타이어 모양 장식품이 있었다. 디테일하게 연출한 부분이 재밌다 느끼던 와중 포스터 한장이 눈에 띄었다.

공간 곳곳에 붙어 있던 포스터. 사진: 한나라 기자 

그랬다. LG는 이 금성오락실을 통해 최신 TV와 인기 게임을 연결짓고, ‘마알못(마케팅을 알지 못하는) LG’라는 오명을 벗고 싶었던 것이다. 

곳곳에 붙은 포스터에서도, 게임존 위쪽에 배치된 LED 전광판과 네온사인에도 이런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심지어 강렬한 원색 조명까지 어우러지니 ‘마케팅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말겠다는 LG의 강한 집념이 보이는 듯했다.

역시 게임 치트키는 LG올레드

스스로 빛나는 나 LG 올레드

성수동은 역세권, 슬세권, 맥세권 아닌 올세권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공간 외에 눈에 띄었던 점은 직원들이다. 게임 조작법과 공간 안내 등 필요한 말만 적당히 한 뒤,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과한 친절이나 적극적인 응대를 부담스러워하는 MZ세대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 진행도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하다보니 한편에선 한 게임을 한 사람이 장시간 붙잡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자율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좋지만 회전율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이동형 모니터로 인기를 모은 LG의 스탠바이미 모니터. 사진: 한나라 기자 

자리를 옮겨 테라스 공간으로 향했다. 핑크뮬리가 시선을 사로잡는 글램핑장이 연상됐다. 게임존에서 뉴트로 콘셉트가 잔뜩 묻어난 것에 비해서는 평범(?)했지만 한켠에 이동형 모니터 스탠바이미가 있었다. 캠핑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보였다. 불멍과 TV시청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은 혹할 만한 지점으로 여겨졌다. 

곧바로 굿즈샵과 신세계분식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섰는데, 어딘가 친숙하다. 어릴 때 자주 가던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이 연상되는 인테리어였다. 금성 굿즈들을 전시한 매대 역시 뉴트로를 담은 ‘미드 모던 센추리’ 감성의 철제 캐비닛이었다.

신세계분식은 체험에 목적을 둔 덕에 가격대가 낮았다. 하교길 500원 컵떡볶이 추억이 떠오르는 수준이었다. 다시 뉴트로 감성 진득한 공간을 마주하니 ‘전형적으로 요즘스러운’ 테라스 공간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금성오락실은 MZ세대에게 뉴트로스럽게 LG를 알리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나는 곳이었다. 제품 강점을 브랜드 역사와 최신 트렌드에 버무려 젊은 소비층에 어필하려는 의도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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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대 이하 MZ세대는 올레드TV의 주 소비자라고 하기엔 나이대가 애매하다. 제품 가격이 꽤 고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구매력은 30대 중후반 이상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젊은 잠재고객에 친밀하게 다가서고, ‘마케팅 잘 한다’는 입소문을 내기 위한 LG의 색다른 시도라고 한다면 나쁘지 않은 접근법이었다. MZ 기자 시선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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