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리고 소통의 힘
말, 그리고 소통의 힘
  • 이원섭 (wonsim01@naver.com)
  • 승인 2012.02.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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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술자리 건배사로 “소화제”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 풀이는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라는 의미랍니다. 최근 들어 소통이라는 화두가 유독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야를 벗어나 그 근본적인 이유를 보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위기감, 불통의 시대라면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 점점 자기만 있고 상대나 우리라는 개념의 미약함이 이런 원인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다른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연륜과 지위에 올라있는 분들과 대화를 하면 그들의 고민과 문제를 나누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금의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거꾸로 그 해결책도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약간의 동조와 추임새만 드리면 기분 좋게 본인의 어려움을 풀어내곤 합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아직 인생의 연륜이 적고 상대하는 사람들의 수나 기회가 적은 연령층의 경우는 대화를 할 때 듣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또는 중간에 말을 자르고 무섭게 대답이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곤 합니다. 분명 경정이라는 의미도 알고 있고 책도 읽었음직한데 여전히 글의 내용은 글일 뿐 말을, 대화를 할 때는 그저 수많은 글 중의 하나가 되곤 합니다.

말(言,word)이나 언어(言語, language)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입니다. 또 다르게 보면 말은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상대에게 보여지는 프로그래밍 같은 언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말이나 언어는 모두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깊은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만약 상대가 없다면 귀한 말이나 언어가 혼자만의 중얼거림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하고 아니면 묵언이나 자기만의 생각으로 멈추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나 언어의 기본을 모르고 혼자만의 중얼거림이나 묵언을 상대에게 하고 있는 우를 범하면서 말이나 언어를 한다고, 잘 소통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말과 언어를 통한 소통, 특히 사람과 하는 것을 특별 지칭해 의사소통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과의 소통은 다른 생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소통, 즉 통한다는 의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상대와 서로 동질 또는 동조하는 것을 의미하는 공감대나 양보의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따라서 잘하는 소통은 공감대를 가지려거나(개방, open mind) 나누려는(공유, share mind) 자세를 가지고 상대에게 나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참여, give mind)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말이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상대와 어떻게 소통이 되는 지 생각해 보신적이 있으십니까? 그것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의사소통에 정말 아무 문제가 없고 아름다운, 행복한 세상이 될 겁니다. 아이들이나 조카들이 말이나 언어를 몰라도 의사소통이 됨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를 낮추어 먼저 상대의 뜻을 헤아리려는 마음의 자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울면 왜 울까를 생각해 배가 고프겠구나, 기저귀가 젖었구나 라는 것을 해줘 아이가 울음을 그치면 좋아합니다.

상대방을 이런 아이들도 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먼저의 이해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이나 환경 그리고 다 다른 것을 가지고 있는 내 소통의 상대나 아이들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의사소통은 참 잘 됩니다.

그런데 소통의 부재 시대라고 말합니다,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단정은 자기의 마음이 닫혀있고 내 것을 전달하려고만, 또는 설득만 하려는 나 중심의 사고가 그렇게 하게 합니다. 그래서 자기의 말만을 하고 자기의 소통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집단 지성이니, 빅 데이터니 하는 SNS 세상에서의 소통도 다르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말과 언어를 쏟아냅니다. 어찌 보면 말이나 언어를 통한 자신의 생각을 배설하는 자리 정도로 생각하고 그 공간에 있는 수많은 상대들의 말이나 언어에는 귀를 기울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말이나 언어에 ‘좋아요’라는 의사 표시에 그렇게 인색한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SNS를 통해 자신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합니다.

지난해 MBC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쌀밥을 담은 용기 두 개를 만들어 사내 아나운서, 일반인들에게 나누어 주도 한 용기에는 고마워, 감사해 라는 말을 일정 기간 동안 하게 하고 또 다른 용기에는 미워해, 싫어 라는 말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는 이미 예상하신 대로 입니다. 좋은 말을 해준 용기의 밥은 아주 작은 곰팡이와 역겨운 냄새가 생기 반면 나쁜 말을 해 주었던 용기의 밥은 더 많은 곰팡이와 역겨운 냄새로 진동을 했습니다.

이 실험 이외에도 이미 알고 계시는 사례가 양파를 물에 키우면서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했던 경우, 또 생명체라고는 볼 수 없는 물의 결정체에도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했는데 모두 같은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생명체이건 생명체가 아니건 간에 모두 같은 결과를 보였다는 것은 나쁜 말을 들은 대상과 좋은 말을 들은 대상의 상태가 언제나 같은 상태를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실로 놀라운 결과입니다. 사람의 말이나 언어가 세상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은 좀 과장이기는 하지만 말이나 언어의 상태로 같은 자리, 같은 상태라도 결과가 전혀 반대로 나타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사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저주 주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워하는 상대의 분신을 만들어 놓고 저주의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하면 그 상대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잘 아시는 말의 사례가 바로 “펠레의 저주”입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는 펠레는 조국인 브라질이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브라질은 조별 리그 1승 2패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탈락했습니다. 전 대회 우승 팀이 사상 최초의 1라운드 탈락이라는 16년 만의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또 우리나라와 연관이 있던 2006년 독일 월드컵 직전에 펠레가 "대한민국은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말은 리그 최종 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0-2로 패한 후 3위로 떨어져 16강 진출에 실패한 반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우리나라를 16강 진출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전 대회와 같은 성적인 승점 4점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펠레의 저주는 이 뿐만 아닙니다. 2002년 월드컵 주제가를 부른 가수 아나스타샤와 포옹을 하면서 그녀의 푹 파인 옷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이후 아나스타샤는 2003년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고 대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두 징크스이기는 하지만 모두 말에 대한 결과들 입니다.

말이나 언어가 결과의 모든 것을 규정짓거나 절대적으로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보았듯 상대에게는 이로운 메시지로 전달되어 양의 기운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해로운 메시지로 전달되어 음의 기운을 주기도 합니다. 양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나에 달렸고 음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다 나에게서 비롯되고 규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양의 소통을 하기 위해 먼저 나 자신의 마음 가짐을 편안하게 준비하고 긍정적인 말과 언어 그리고 가능하면 양의 액션까지 해야 합니다. 사람은 말과 언어를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의 존재와 의미를 창출해 냅니다. 말은 사람을, 생물을,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알아야 합니다. 바른 소통은 바로 양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음의 커뮤니케이션은 나와 상대 모두를 망치게 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원 섭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략수립 컨설팅 전문회사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블로그 : “ 이원섭의 通하는 마케팅, 通하는 커뮤니케이션”
http://space4u.egloos.com, http://blog.naver.com/wons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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