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과 머스크의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
정용진과 머스크의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11.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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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개인 인스타그램 활동 또다시 구설
최고경영자의 ‘SNS 광폭 행보’, 소통경영? 오너리스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더피알=강미혜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또다시 SNS발 논란에 휩싸였다. 신세계 PB 브랜드 제품을 홍보하는 인스타그램 사진 밑으로 난데없이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 문구를 달아 설화를 낳았다.

정 부회장의 튀는 언행은 곧장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일부에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신세계를 향한 부정 여론까지 만들어졌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다시 ‘난 콩 상당히 싫습니다 #노빠꾸’ ‘콩콩 콩콩콩콩 콩콩콩’ 등의 유머인지 조롱인지 모를 SNS 게시글을 잇달아 올렸다. 자신만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부러 내보이고 있는 것. 이슈가 증폭되는 건 불문가지다. 설화의 시발과 대응방식, 확대양상 등을 볼 때 몇 달 전 불거진 ‘일베 논란’과 닮아있다.

논란 이후 정 부회장이 관련 언론보도를 겹처해 16일, 18일 각각 올린 게시물. 

정 부회장의 이런 ‘마이웨이’식 SNS 활동은 강력한 트위터 팬덤을 등에 업고 돌출 언행을 일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연상케 한다.

SNS로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즐기고, 경영자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때론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불편한 상황에선 감정을 실은 격한 표현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고, 언론을 향해선 솔직함을 넘어 간혹 공격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다만 두 인물의 ‘SNS 광폭 행보’ 결과는 좀 다르다.

테슬라는 머스크의 각종 기행(심지어 트위터 투표 결과를 통해 5조90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지분을 매각함)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주가 등에서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머스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테슬라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하다. 지독한 괴짜이지만 시대의 혁신가라는 상반된 평가가 머스크에 따라붙는 것도 이런 이유다.

▷관련기사: 테슬라 위기는 ‘머스크 입’에서 시작됐다

정 부회장의 경우 기행이라고까지 할 순 없어도 재벌총수답지 않은 화법을 구사하는 스타일임에는 분명하다. 그 덕에 젊은층 사이에선 ‘용진이형’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 친밀도를 쌓았고, 다방면에서 ‘신세계 홍보맨’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그러나 CEO의 유명세와 달리 ‘정용진표 신사업’ 중 상당수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 2017년 시작한 ‘부츠’(H&B스토어), 2018년 문을 연 ‘PK피코크’(HMR 마켓)와 ‘삐에로쑈핑’(잡화전문점) 등이 지난해 폐점을 결정했으며,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도 적자 끝에 5년 만에 접기로 했다. 또 이마트 가전전문 ‘일렉트로마트’ 점포들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좋게 보면 ‘유통 실험’이고 나쁘게 보면 ‘잦은 실패’인데,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운 SNS 활동이 가벼운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경영에만 매달려도 시원찮을 판에 반복되는 논란으로 에너지를 쓰니 정용진의 ‘소통경영’이 예측 불가의 ‘오너리스크’로 비쳐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고경영자의 SNS 소통은 회사의 공식 커뮤니케이션처럼 전략적이고 신중해야 한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말과 행동을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을 가늠하게 되고, 그것이 주가 등 기업가치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컨트롤 안되는 소통은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혹자는 ‘CEO라고 해도 개인 SNS 공간에서 개인 의견을 표명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다양한 계열사와 그보다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며 그룹을 이끌어가는 중책을 맡고 있다. 내수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어본들 복잡다단한 비즈니스 환경과 맞물려 개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반복돼 신세계에도 불똥을 튀는 정 부회장의 SNS 논란. 정 부회장이 오너경영자가 아닌 전문경영인이었다고 해도 이런 식의 파격 SNS 활동을 고수할 수 있었을까. 강력한 오너십을 애먼 데 발휘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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