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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홍보실 ‘이직 러시’, 어떻게 봐야 할까
기자들의 홍보실 ‘이직 러시’, 어떻게 봐야 할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11.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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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연차 기자~고참·간부까지 기업으로 속속 이동
전업 바람도 수요·공급 원리 작동…위기관리·워라밸 니즈 상호 충족
대기업 가려고 기자 지망? 과도기 속 정통 PR인들 ‘낀 신세’

[더피알=강미혜 기자] 언론사 기자들의 기업 홍보(커뮤니케이션팀) 이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기자에서 PR인으로 변신하는 사례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새롭지 않은 뉴스’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메이저로 분류되는 신문사 기자들의 홍보실행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전해지면서 업계의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과거엔 시니어 기자들이 주로 홍보실 임원으로 갔다면, 지금은 저연차에서 데스크, 간부급까지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전업 바람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팬데믹을 전후해 기자들의 이직·전업 숫자나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언론사는 핵심 인력을 속속 빼앗기고 기업 홍보는 기자 출신들로 점점 더 채워지는 중이다.
 

모든 경제 논리가 그러하듯 인력 시장도 수요-공급 원칙으로 돌아가기에 이런 현상은 상호 필요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럼에도 업의 속성상 ‘창과 방패’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기자-PR인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기업의 수요 관점에서 보자. 기자들을 홍보실에 수혈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업무에서 ‘프로모션 PR’ 비중은 떨어지고 ‘프로텍션 PR’의 중요성이 증대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기자 특유의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등의 강점을 흡수하려는 의도는 차치하더라도 언론홍보 환경 자체가 바뀌면서 선호하는 인력이 달라졌다.

실제로 십여년 전부터 전통미디어에 기댄 홍보적 기능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소셜미디어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긍정적 바이럴’을 위한 언론홍보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40대 이하 젊은 세대들이 기존 신문·방송과 멀어지며 마케팅PR 채널로서 전통미디어의 가치도 급감했다. 여기에 매체 광고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홍보실의 노력만으로 ‘돈 안 되는’ 기사를 지면에 싣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프로모션PR은 완전히 축소됐다.

그에 비해 이슈를 증폭, 확대·재생산하는 언론 파워는 여전히 막강하다. ‘부정적 바이럴’이 기업 위기로 비화되는 분기점도 주로 언론보도로 연결될 때다. 특히 오너리스크, 주가악재 등 기업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부정 상황에서 대언론 관계의 민감도나 중요성은 높아진다. 유사시 위기관리를 위해 미디어의 메커니즘을 잘 아는 언론사 출신들이 선호되는 배경이다. 기자 시절 출입하며 만들어진 정부부처, 국회 등의 인적 네트워크도 이슈·위기관리에 도움 되는 대관업무에 유리하다.

경영자들도 과거 소수의 매체를 상대로 했던 ‘막는 홍보’가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면서 사전적 위기관리 즉, 리스크관리 역량을 보고 기자 출신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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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이런 필요에 부응하는 기자들이 처한 상황은 ‘공급’을 설명하는 이유가 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자라는 업의 매력도가 낮아진 것이 결정적이다.

기성 신문·방송의 영향력이 하락하면서 언론산업은 사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언론사 내부의 인력적체 현상은 심화 되고 있고, 사정이 많이 개선됐다고 해도 일의 특성상 기자 개개인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은 여전히 요원하다.

기자로서 직업적 보람도 크게 상실되고 있다. 언론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툭하면 ‘기레기’ 소리를 듣게 된다. 특히 기업을 담당하는 재계·산업부는 굵직한 이슈가 잦은 정치·사회 분야와 비교해 특종을 하기도 어렵고 단독기사를 내본들 광고·협찬과 연결지어 ‘의도성’을 의심받기 일쑤다.

게다가 조직 내에서 팀장·간부급이 되면 기사 외에도 ‘회사경영’에 도움 될 만한 실적을 요구받는다.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기자로서 자존을 꺾어야 하는 경우가 적잖이 생기는데, 연봉·복지 등에 있어선 일반 대기업과 차이가 크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연차가 높아질수록 처우 면에서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안팎으로 불확실한 전통미디어에서 불안한 미래를 그리느니 상대적으로 안정된 곳으로 가려는 마음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사서 고생한다’는 젊은 시절에 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며 여러 경험을 쌓고, 늦기 전에 홍보실로 ‘엑시트(exit)’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지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광고가 줄어드니 기자질이 참 힘들다

언론계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요즘 기자 지망생 중에선 언론사 취업을 일반 대기업으로 가는 ‘관문’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매체가 많아지면서 기자 타이틀을 갖는 것이 대기업 뚫기보다 수월해졌기에 일단 언론계에 입문한 뒤 ‘커리어 점프’를 통해 대기업 홍보실 등에 안착하려는 구상이다. 기자로서의 비전이나 소명을 염두에 두지 않는 기자들이 언론계에 유입되고, PR의 가치나 전문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기자 출신 PR인들이 PR업무를 맡는 기형적 상황을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볼 수 있다.

기자로 활동하다 PR인이 되고 PR인이 되기 위해 기자가 되려 하는 이같은 현실에서 불가피하게 ‘낀 신세’가 되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직장에서 업으로서 실무를 해온 정통(?) PR인이다. 기자 출신들이 홍보실의 위아래에 포진하면서 PR만 해온, 특히 언론홍보 외길을 걸어온 사람들은 업무상 경쟁 우위를 갖기 어려워졌다. 승진에서 밀리게 되는 일도 다반사여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점점 더 기자 출신 PR인에 대한 선호도가 확대되는 추세다. ‘OO맨’으로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강조하며 이른바 ‘순혈주의’를 고수했던 일부 대기업도 최근 몇 년 새 홍보실 요직에 기자 출신들을 앉히면서 변화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기업에서 PR만 해온 사람들의 입지가 더욱더 줄어드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언론에서 PR분야로 이동하는 인력의 흐름을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에 따른 과도기적 모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수십년 간 언론 중심으로 경도됐던 PR·커뮤니케이션 업무가 다매체·다채널에 맞게 균형을 잡아가는 가운데 빚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디지털 생태계에서 더디게 적응하며 상업주의에 빠진 언론산업 현주소가 기자들의 PR 진출을 가속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앞으로는 기자(언론) 중심에서 안팎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상대·관리하는 방향으로 PR의 영역이 조정, 확장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목적과 의도에 부합하는 매체와 채널을 적절히 운영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획력과 분석력, 스토리텔링 역량, 디지털 감각이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일을 잘하는 ‘선수’들이 정통 PR인일지, 지금처럼 기자 출신일지, 디지털·테크에 능통한 혹은 전혀 다른 배경의 전문가 그룹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최종적 판단은 의사결정권자의 현실적 필요, 물이 바뀐 시장의 기대와 요구에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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