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도 ‘상품’이 될 수 있을까?
기사도 ‘상품’이 될 수 있을까?
  • 양재규 (eselltree92@hotmail.com)
  • 승인 2021.11.25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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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규의 피알Law]
공공연한 ‘지면 바잉(buying)’, 신문법 개정으로 수월해져
청탁금지법 적용으로 전환기…지난 9월 대법원 판결 주목

[더피알=양재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하면 될 것을 ‘샀다’고 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변호사들은 이 표현을 아주 싫어한다. 아니, 불쾌해 하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전문직 특유의 자존심 혹은 특권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변호사도 사람인데 돈 주고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지 않나.

세상에는 거래나 구매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로 언론의 ‘기사’를 포함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기사가 상품이 된지 오래라는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얼마 전 <더피알>에서 기사형 광고 세계에 대해 다룬 바 있는데 우리 언론의 현실은 예상보다 충격적이다.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가 싶다.(중략) 도덕적인 문제는 조금씩 있겠지만 무조건 잘못된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대기업에서 신제품이 나왔다면 거의 모든 매체에 (보도자료 기반 기사로) 나온다.(중략) (기사형 광고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

기사에 인용된 언론사 관계자들의 인식은 언론보도가 상품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돈 받고 기사 쓰는 일을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까지 잘못이라거나 사악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돈 받고 기사 쓰는 일은 비윤리적일 뿐,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걸까?

시간을 거슬러 2009년으로 가보면, 돈을 주고 기사를 사는 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중대한 입장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그해 7월 31일 신문법 개정이 이뤄졌는데, 기사형 광고 게재 시 해당 언론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제43조 제1항 제1호)이 삭제됐다. 이 규정은 언론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던 참여정부가 제정한 신문법에 포함돼 있었는데 기사와 광고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편집하지 않을 경우, 해당 언론사에 2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정권 교체와 더불어 이러한 기사형 광고 규제는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기사와 광고가 명확히 구분될 수 있도록 표시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제6조 제3항)은 살아남았지만, 과징금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적어도 행정적으로는 언론사에서 알아서 처리할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신문법 개정엔 기사형 광고를 하나의 수익 모델로 삼고 싶은 언론계의 염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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