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일원화가 필요한 이유 (1)
창구일원화가 필요한 이유 (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1.11.29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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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이슈 상황서 발신 메시지 각양각색, 상황 파악부터 제각각
언론대응과 일반 커뮤니케이션 차이 명확히 인지해야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언론 접촉이 허락된 핵심 임원들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 증진이다. 언론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미디어트레이닝의 두 번째 목적은 언론 접촉이 허락되지 않은 임원들에게 창구일원화 원칙을 강조하고 그에 따르게 하기 위함이다. 창구일원화란 언론 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임원이나 직원에게 언론이 접근 시 언론 접촉을 전담으로 하는 부서나 인력에게 그 답변 역할을 이양하는 것이다. 일선에서 창구일원화가 중요한 아주 실제적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임원들이 자사 공식 메시지를 실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거의 모든 기업의 공통적인 증상이다. 실제 신제품 출시나 구조조정 같은 이슈를 두고서도 대표이사의 메시지와 임원들의 메시지는 각양각색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다양한 핵심 질문들을 던져보면 그에 대한 답변이 말하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임원은 언론에서 접한 언론 측 시각을 자사 공식 메시지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 내용을 자사 메시지라고 전달할 때도 있다. 해당 이슈에 대하여 공유된 자사의 공식 메시지가 없어서 발생되는 현상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당면한 이슈에 대해 홍보실이 자세한 공식 메시지를 공유하지만, 그를 꼼꼼하게 이해하고 메시징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임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은 담당 실무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고 한다. 왜 이런 이슈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일을 자신이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의 언론 창구일원화는 필요하다. 정리되지 않은 각자의 사견을 언론에 전달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다른 커뮤니케이션과 전혀 다르다.

임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언론의 취재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왜 기자가 함부로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오는지, 왜 자기 필요에 따라 질문을 하고 답을 달라고 닦달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 기자나 PD라는 사람들이 공장을 찾아오고, 출근길에 앞을 가로막느냐며 화를 낸다.

일부 임원들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 같이 기자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한다. 자신의 애드리브나 프레임이 기자에게 엄청난 취잿거리가 될 것이라고 가슴 두근거리기도 한다. 자사의 정보를 가지고 기자와 게임이나 딜(deal)을 하려 하기도 한다.

이렇게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함부로 하려는 임원들이 있다면, 기업에서는 이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매번 부정적인 내부 정보가 언론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 근본적 이유를 찾지 못해서는 안 된다. 창구일원화가 자사의 강력한 원칙이라는 점을 지속 강조해서 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임원들은 사후 책임을 묻는 체계가 중요하다.

셋째, 적절하지 않은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받는 피해는 모두의 것이다.

단순하게 기자에게 말실수를 좀 했다는 핑계로 사후 피해를 회복시킬 수는 없다. 적절하지 않은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불러올 상황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는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언론을 통해 퍼진 자신의 실수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직원이나 직원 가족들이 될 수도 있고, 소중한 거래처일 수도 있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로 인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손상을 입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에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한 뒤에 이를 위기 상황이라 정의하고 위기관리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고 흔하다. 그 말 몇 마디 때문에 홍보실은 불철주야 고생해 그 말을 없던 것으로 만들려 한다. 기자들과 각을 세우게 되거나, 불필요하게 엄청난 광고 협찬비를 지출하기까지 한다.

자사 임직원들의 입을 먼저 통제(control)하면, 그로 인해 언론이나 예산을 컨트롤해야 하는 불필요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 자사 임직원의 입은 컨트롤하지 못한 채 매번 언론을 컨트롤하려는 시도처럼 무의미한 것이 없다. 위기관리 명언에 ‘욕조가 흘러넘치면 가장 먼저 수도꼭지를 잠그라’는 말이 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채 마른걸레만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닦아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창구일원화는 그런 의미에서 수도꼭지를 선제적으로 잠그는 노력이다.

▷창구일원화가 필요한 이유(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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