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원정대] ‘시닙이’ 호기심의 열린 결말
[굿즈원정대] ‘시닙이’ 호기심의 열린 결말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12.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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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공식 게시물 한계 벗으려 신입이 운영하는 SNS 계정 개설
타깃과 팬데믹 상황 고려해 ‘아싸라비아’ 출시…세계관도 부여
AK플라자의 아싸라비아 굿즈. AK플라자 제공

온갖 굿즈가 넘쳐나는 시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특이한 굿즈를 찾아 어떻게 이런 제품이 나오게 됐는지 제작기를 들어봅니다. 제보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참신한 굿즈를 발견하거나 제작 비하인드를 노출하고 싶다면 부캐 미어캣 기자(meerkat@the-pr.co.kr)에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본 기사는 아싸라비아 굿즈 캠페인을 진행한 AK플라자 브랜드기획팀 김희택 담당자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더피알=정수환 기자] 나는 AK플라자에 들어온 지 1년이 채 안 된 신입사원이다. 다양한 업무,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차곡차곡 회사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AK플라자의 본부 및 각 점포 SNS를 보고 있는데 뭔가 획기적인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식 게시물의 한계를 벗어나 조금 더 가볍고 트렌디한 채널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싶었고 그렇게 ‘시닙이웁스’ 채널이 탄생하게 됐다. 신입사원이 직접 채널을 운영하며 백화점과 브랜드를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백화점의 색다른 면모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채널을 운영하며 우리 타깃에 맞는 콘텐츠는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9월이 다가왔다. 9월은 ‘개강’의 달이 아닌가. 대학생(Z세대) 타깃에게 채널과 브랜드 이미지를 좀 더 홍보하려면 개강을 주제로 한 굿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이어졌다.

당시는 팬데믹 장기화로 대학 캠퍼스도 랜선 강의에 익숙해진 터였다. 친구들과의 만남 빈도가 감소하면서 소위 ‘아싸(Outsider)’를 자칭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아싸’ 콘셉트가 시의성이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싸를 위한 굿즈는 없던 것 같다. 호기심은 무럭무럭 자라 결국 아싸를 콘셉트로 한 굿즈를 만들게 됐다.

#아라비아 #세계관 #스토리 #대학생 #아싸 #커뮤니티 #인싸 #covid19 #유머

아싸라는 콘셉트는 정해졌지만, 대학생에게 어떻게 전달하면 재미있을까. 현재 시기에는 어떤 포인트를 캐치해서 소구하면 좋을까. 막상 굿즈를 만들려고 하니 이런저런 고민이 생겼다. 치열한 브레인스토밍을 끝에 아싸에 ‘세계관’을 차용하고 스토리텔링을 부여하기로 했다.

아싸라비아왕국을 만들어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고, 항상 인싸들에게 핍박받던 아싸 이야기가 녹아들면 호기심을 유발하고 공감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령 ‘JOHN&ME’ 키링의 경우,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발음하면 비속어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론 아싸들을 위한 존(과) 나의 당당한 모습을 제안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콘셉트다. 이런 비하인드를 알고 나면 고객들이 더욱 흥미를 갖고 이 굿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어디서나 당당하라는 의미의 JOHN&ME 키링. AK플라자 제공
어디서나 당당하라는 의미의 JOHN&ME 키링. AK플라자 제공

#지금의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팀의 책임님이 기획서를 보더니 “아싸면 아싸라비아? 이름이 비슷하니까 아라비아 콘셉트는 어때?”라는 의견을 건넸다. 백 번 고민하는 것보다 한 번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을 때가 있다고... 책임님이 던져준 소재를 덥석 물었다.

기획 당시 디자인 콘셉트를 잡기 위한 고민이 많았는데, 아라비아풍과 같이 확실한 느낌을 준다면 독특함도 살리면서 아싸라비아라는 언어유희도 잘 녹여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폰트부터 합지박스, 굿즈 키트 내 팬시까지 모두 아라비아풍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물론 굿즈 디자인 자체가 AK플라자와 큰 연관이 없어보일 수도 있다. 제대로 봤다. AK플라자를 녹이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을 위한 굿즈라는 포인트에 충실히 맞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다면, 고객(팔로워)들이 우리 채널을 자발적으로 찾아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싸라비아 굿즈 후기가 포스팅된 네이버 블로그에는 ‘이 굿즈는 어디서 판매하는 건가요? 저도 갖고 싶네요!’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AK플라자를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아도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노출된다면 더 자연스러운 홍보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노트에는 아싸들을 위한 혼밥 지도가 그려져있다. AK플라자 제공
노트에는 아싸들을 위한 혼밥 지도가 그려져있다. AK플라자 제공

#제작 과정의 애로사항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고 어디서 배워보지도 않았기에 굿즈 디자인 레퍼런스를 찾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다. 제작업체에 디자인 시안을 전달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 그래서 디자인을 전공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며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갔다.

스스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오가며 레퍼런스를 짜깁기하고, 부족한 시안을 제작업체에 보낸 기억이 강렬하다. 당시 매일 전화기와 이메일을 붙잡고 시안 논의를 진행하며 진땀을 뺀 그 순간은 아마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뒷받침해줄 실물 제작 과정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케이스를 합지박스로 고른다면 퀄리티가 유지될 수 있을까? 최저 인쇄 수량은 몇 개를 골라야 하나? 어떤 사이즈를 골라야 예쁜 모양으로 인쇄될 수 있을까? 예산 내에서 어떤 소재를 골라야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까? 금 테두리를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 인쇄 종류는 무엇인가? 매 순간순간이 고민의 연속이자 어려움이었다.

#제품과의 첫 만남

근 2~3개월 머리카락을 뜯어가며 진행한 프로젝트이기에 굿즈를 처음 받는 순간 눈물을 한바닥 쏟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단(?) 감흥이 크지 않았다. 굿즈 상태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바로 홍보를 위한 단계로 급히 전환해야 했기 때문. 그렇기에 감동의 모먼트를 느낄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그럼에도 디자인, 제작과는 거리가 멀던 내가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었다는 기쁨은 잊을 수가 없다. 퇴근길에 내심 굿즈로 나온 휴대폰 캐릭터 그립톡을 만지작만지작거리며, 미소를 띤 행복한 기억도 남아있다.

신입이 만지작만지작거리며 미소를 띤 그립톡. AK플라자 제공
신입이 만지작만지작거리며 미소를 띤 그립톡. AK플라자 제공

#제품, 그리고 캠페인

굿즈를 만들고 보니, 시닙이웁스 채널만으로는 이 소중한 굿즈를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여겨졌다. 더 전파될 수 있는 홍보매체가 필요했고,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매체인 ‘20대 뭐하지?’, ‘대학내일’, ‘인플루언서’ 등 파워 페이지와 협업했다. 영상/카드뉴스 등 매체별 강점을 이용해 홍보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자체 채널 홍보를 능가하는 바이럴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 반응도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바이럴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병맛이다’, ‘스토리텔링이 좋다’ 등의 의견이 따랐다. ‘담당자 카피 실력이 최소 국문학과다’라는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국문학이 아닌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이었기에 뿌듯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은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댓글이다. 비로소 이번 프로젝트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캠페인 그 후

우리 채널의 특색은 ‘신입’이다. 그런데 나는 언제까지고 신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하게도 매년 연차가 쌓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시닙이웁스는 다른 모습으로 찾아뵐 예정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말할 수 없지만, 우리 채널을 팔로우하고 기다려준다면 앞으로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웃음).

최근 행복 챌린지라는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소수의 랜선친구(팔로워)들과 함께 20일간 미션을 진행하며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기도 했다. 미션이 끝난 후 20일간 도전을 통해 하루하루가 행복했다는 DM메시지를 받았는데, 담당자와 고객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기본적으로 백화점 직원의 일상을 보여주며 재미있는 이슈도 소개하고, 그러면서 친구 같은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더 나아가 행복챌린지 사례처럼 같이 공감하며 나아갈 수 있는 따뜻한 채널이 되기 위해 오늘도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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