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집아저씨’를 홍보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쌀집아저씨’를 홍보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12.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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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정당‧선대위 홍보책임자는 언론인, 방송인 등에 편중
홍보는 별개의 영역, 전문가에게 맡기는 인식 확산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의 홍보소통본부장으로 영입된 김영희 전 MBC 부사장(오른쪽).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의 홍보소통본부장으로 영입된 김영희 전 MBC 부사장(오른쪽).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어떤 분야든 적절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때 나오는 오래된 관용구다.

그런데 이 말이 잘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다름 아닌 ‘정치 홍보’의 영역이 그것이다. 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청와대 홍보라인은 언론인 출신들이 장악하는 케이스가 많다. 심지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와는 거리가 먼 분야의 출신 인사가 중용되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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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만 되면 꾸려지는 정당 선대위 조직의 홍보 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전에서 홍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총괄 직책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긴 했지만 브랜딩이나 광고, 혹은 방송 필드에서 활약하던 이들이 많다. 이들이 현업에서 일궈놓은 결과물들을 한껏 부각하면서 말이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홍보 혹은 PR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의 홍보소통본부장으로 영입된 김영희 전 MBC 역시 마찬가지다. ‘쌀집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친숙한 김 본부장은 과거 MBC의 예능PD로 이름을 날렸다. ‘일밤’ ‘느낌표’ ‘전파견문록’ 등을 히트시켰다. 나영석 PD나 김태호 PD에 앞선 1세대 ‘스타PD’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MBC의 콘텐츠 총괄부사장으로 일했으니 방송에 대한 전문성은 검증된 셈이다.

김 본부장은 자신이 넘쳐 보인다.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본부장은 자신과 국민의힘 선대위 홍보미디어본부장인 이준석 대표 중 누가 더 잘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제가 더 잘한다”며 “저는 35년을 해 온 사람”이라고 답했다. “제가 맡은 프로그램은 대부분 성공했다”며 “제가 했던 방송 시간대가 골든타임이었다.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시간이다. 저쪽도 사활을 걸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겼다”고도 했다. 

그런데 김 본부장을 방송전문가임에는 분명하지만 홍보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의 화려한 이력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전문적인 홍보 관련 경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영입인사는 아니지만 상대당의 이준석 대표에게도 제기되는 의문이다. 

물론 업계에서 정의하는 홍보와 선거에서의 홍보 개념은 다를 수 있다. 미디어 선거전이 주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대외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방송전문가로서의 능력은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 본부장을 영입한 민주당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홍보의 역할은 단지 방송을 포함한 미디어 홍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외적인 메시지를 만들고 후보가 유권자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튜브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홍보의 매개체가 되는 공간은 단지 영상뿐만이 아니다. 적절한 온·오프라인 전략을 세우고 이에 맞는 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이 요구된다. 홍보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인식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본부장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당장 김 본부장의 직함도 ‘홍보소통본부장’이 아닌가. 

‘전문가’라는 표현이 남발되는 시대이긴 하지만 적어도 영역의 구분은 확실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방송전문가, 언론전문가라고 해서 홍보전문가가 될 순 없다. 단순히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단번에 자신감을 가질 만큼 홍보는 결코 쉬운 업무도 분야도 아니다. 약은 약사에게 맡기듯, 홍보도 합당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권에서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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