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감수성 건드린 ‘설강화’, 콘텐츠 시장서 또다시 ‘뼈아픈 선례’ 남기나
역사감수성 건드린 ‘설강화’, 콘텐츠 시장서 또다시 ‘뼈아픈 선례’ 남기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12.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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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2회 만에 민주화운동 폄훼·안기부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
지난 3월 SBS ‘조선구마사 사태’와 유사…시청자 항의, 국민청원 게시, 광고주 불매 등 전방위 안티 여론 확대
광고주들 빠른 손절로 사태 진화, JTBC·디즈니+ 내부 논의 중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화면. 방송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화면. 방송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더피알=강미혜 기자] JTBC가 창사 1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선보인 드라마 ‘설강화’가 민주화운동 폄훼 등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방영 직후 보이콧 여론에 직면했다. 2회 만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JTBC를 향한 비난과 설강화 광고·협찬사에 대한 전방위 불매 압력이 번지는 가운데, OTT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디즈니플러스(+)에도 불똥이 미치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역사감수성 등을 자극하는 민감도 높은 사회 이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응 지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앞서 지난 3월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 때문에 2회 만에 전격 폐지되는 ‘뼈아픈 전례’가 있던 터라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남파공작원(정해인 분)과 여대생(지수 분)의 로맨스를 서사로 하는 작품이다.

실재했던 80년대 민주화운동이 아닌 허구의 대통령선거를 큰 줄기로 내용이 전개될 예정이지만, 극 초반 피투성이의 남자주인공을 운동권 학생으로 착각해 여자주인공이 구해주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여기에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운동권 학생들에 대해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수사를 했던 것과 달리, 드라마에선 안기부 직원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도드라지면서 ‘안기부 미화’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런 이유로 방영 직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설강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빠르게 형성됐다. 화난 시청자들이 JTBC에 압력을 행사하고자 드라마 제작지원을 하는 광고·협찬사 리스트를 공유하며 전방위로 보이콧 운동을 확대해가는 중이다. 또 설강화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은 하루가 채 안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안티 여론’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설강화 광고/협찬사 리스트 일부. 네티즌들은 드라마를 제작지원하는 기업/브랜드에 보이콧 압력을 넣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설강화 광고/협찬사 리스트 일부. 네티즌들은 드라마를 제작지원하는 기업/브랜드에 보이콧 압력을 넣고 있다.

설강화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거부감이 극에 달하는 것은 아픈 현대사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여전히 실존하는데, 다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설정을 드라마 속에 녹여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마디로 역사감수성에 반(反)하는 스토리인 것이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인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해당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열린 가능성이 보이콧 강도를 높이는 배경이다.

설강화 사태로 JTBC는 물론 독점중계권을 사들인 디즈니+, 그리고 광고·협찬사들이 모두 이슈대응 및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다.

JTBC의 경우 ‘창사 10주년’이라는 의미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대작을 내놓은 격인데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돼버렸다. JTBC 측은 방영 전 시놉시스 공개 과정에서 역사 왜곡을 우려하는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제작진이 직접 나서서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첫방과 함께 네이버 톡채널(실시간 시청) 채팅창과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비공개 처리해 ‘불통’과 ‘마이웨이’ 이미지가 덧씌워졌고, 이에 불만을 느낀 시청자들이 드라마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수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위기가 커진 모양새다. 현재 JTBC 측은 내부 논의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정리하는 중이다.

디즈니+ 역시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론칭, 한창 신규 이용자를 끌어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난데없이 미운털이 박힐 처지다. 블로터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를 운영하는 디즈니코리아 측은 설강화 논란을 신중하게 들여다보며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디즈니코리아 관계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광고·협찬으로 돈 쓰고도 되레 욕먹는 처지에 놓인 광고주들도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중심으로 ‘설강화 광고송출 및 제작지원 목록’ 리스트와 전화번호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터라 ‘화살받이’가 되지 않기 위해 손절하는 분위기다. 조선구마사 사태를 통해 이미 유사 이슈를 학습했기에 더욱 의사결정이 빠른 느낌이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작지원사 중 한 곳인 P&J그룹 넛츠쉐이크 측이 대표 명의 사과문과 함께 광고 철회를 발표했으며, 다이슨코리아 또한 설강화에 대한 광고 송출 중단을 공식화했다. 이 외에도 푸라닭 치킨, 싸리재마을, 도평요 등 ‘불매 리스트’에 오른 다수의 업체가 공식 홈페이지 등에 사과문을 올리고 드라마 광고 중단 및 협찬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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